윤석금과 두 아들, 그리고 경영권 승계

▲ 윤형덕 실장과 윤새봄 실장이 웅진그룹 지주사인 웅진홀딩스 최대주주에 올랐다. [사진=뉴시스]
윤석금 웅진 회장의 두 아들(윤형덕ㆍ윤새봄 실장)이 그룹 지주사인 웅진홀딩스 최대주주에 올랐다. ‘웅진가家 2세 경영’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시각이다. 지분(재산)은 넘겨받았지만 아직 두 형제의 직책은 실장(부장)이다. 그룹 전체를 콘트롤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웅진의 경영권 승계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웅진가家 2세와 관련 그룹 내에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직원들이 그들의 얼굴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회사 엘리베이터 앞을 지나가다 한두번 봤을 뿐이다.” 최근 웅진그룹 지주사인 웅진홀딩스를 떠난 한 직원의 말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두 아들 윤형덕 웅진씽크빅 경영전략실장(부장)과 윤새봄 웅진케미칼 경영기획실장(부장)은 그룹 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런 그들이 새롭게 이목을 끌고 있다. 과거엔 ‘윤석금 회장의 아들’이었다면 2014년 1월 10일 현재 두명은 웅진홀딩스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웅진홀딩스는 2013년 12월 27일 최대주주를 윤 회장에서 아들 윤형덕ㆍ윤새봄 실장으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윤 회장은 웅진홀딩스 주식 297만393주(지분율 6.95%)를 두 아들에게 절반씩 매각했다. 장남 윤형덕 실장과 차남 윤새봄 실장의 웅진홀딩스 지분은 각각 3.67%, 3.63%로 증가했다.

또 웅진홀딩스는 법정관리 회생계획안에 따라 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해 윤형덕ㆍ윤새봄 실장 두명의 지분을 25%로 끌어올렸다. 2014년 1월 3일 기준 윤형덕 실장의 지분은 12.52%, 윤새봄 실장의 지분은 12.48%다. 둘이 합쳐 25 %면 웅진홀딩스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웅진홀딩스 관계자는 “자산이 없는 윤석금 회장을 대신해 두 아들이 피해자 보상을 위해 사재(웅진케미칼ㆍ웅진식품 지분)를 출연했다”며 “이후 회생계획안에 따라 유상증자를 통해 웅진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 [더스쿠프 그래픽]
웅진그룹의 지주사인 웅진홀딩스의 최대주주 변경 의미는 상당하다. 기업을 승계하는 과정은 크게 두단계로 나눌 수 있다. 주식 이전 등 자산을 넘겨주거나, 그룹 내 높은 직책을 주는 것이다. 웅진그룹의 경우, 전자만 이뤄졌다. 윤 회장의 두 아들의 직책은 실장. 아직 임원을 달지 못했고, 실질적인 경영에 참여하는 등기이사 또는 대표이사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완전한 경영권 승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직은 윤석금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윤 회장의 공식 직함은 ‘회장’이다. 그는 법정관리 신청 이후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뗀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이 그렇듯 법정관리인은 최대주주와 함께 회사를 이끌었던 기존 경영인이다. 웅진홀딩스(법정관리인 신광수 대표) 역시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시장은 윤 회장이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났다고 보지 않는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윤 회장은 대주주의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웅진홀딩스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웅진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윤석금 회장 일가. 그의 두 아들이다. 윤 회장이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앞에 나서기엔 신경이 쓰여서다.

최대주주 오른 윤형덕ㆍ윤새봄의 역할론

윤 회장이 법정관리 후 두 아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웅진홀딩스가 올 상반기 법정관리를 졸업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깔끔한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정리해준다는 것이다. 웅진은 주요 계열사 매각을 통해 부채를 변제하고 있는데, 웅진코웨이를 8500억원에 매각했고, 웅진케미칼은 4300억원, 웅진식품은 1150억원에 팔았다. 그룹이 떠안고 있는 전체 빚의 약 80%를 갚았다. 웅진케미칼은 매각대금의 60%를 받았고, 40% 잔금은 아직 받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윤 회장이 법정관리 졸업 이후 윤형덕ㆍ윤새봄 실장과 함께 경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아들이 주요 의결권부터 시작해서 그룹 전체의 방향을 정한다는 건 아직은 무리가 있어서다. 특히 윤 회장은 지금껏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으면 아들이라도 그룹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현재 주식 이전 측면의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지만 윤 회장이 강조한 ‘검증된 경영인’이란 승계 조건은 충족되지 않았다.

윤형덕ㆍ윤새봄 실장이 앞으로 경영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완전한 그룹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수 있다. 두 형제는 다른 재벌가 2세처럼 어려서부터 경영수업을 받지 못했다. 다만 그룹 계열사에 입사한 후 회사 일에 대해 배우고 있다.

▲ [더스쿠프 그래픽]
웅진그룹은 지주사인 웅진홀딩스 사업부문(시스템통합)과 계열사 웅진씽크빅ㆍ북센ㆍ웅진에너지 등으로 사업이 구분된다. 웅진홀딩스는 크게 지주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뉘는데, 사업부문(시스템통합)의 매출은 2013년 3분기 누적 기준 3000억원, 영업손실 425억원을 기록했다. 윤형덕 실장은 그룹 모태인 웅진씽크빅에서 근무하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계열사 중 사업규모가 가장 크다. 웅진씽크빅은 2013년 3분기 누적 매출 4855억원, 영업이익 143억원을 기록했다. 도서출판 물류회사인 북센도 같은 사업으로 묶인다. 북센은 2012년 매출 1503억원, 영업이익 20억원을 기록했다.

웅진씽크빅은 학습지ㆍ전집ㆍ홈스쿨(공부방)ㆍ단행본 등 4개 사업부문으로 나뉘고, 윤형덕 실장은 이를 총괄하며 중장기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 물론 담당 임원과 함께 일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의 매출 50%가량을 차지하는 학습지 부문 매출(2013년 3분기)이 전년 대비 역성장(마이너스 3.4%)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아 ‘유지’에 경영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새봄 실장은 2009년 6월 웅진씽크빅에 입사해 2010년 9월 웅진케미칼로 이동했다. 윤새봄 실장 역시 형과 같은 업무(경영기획)를 하고 있다. 하지만 웅진케미칼이 도레이첨단소재에 매각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그룹 내 계열사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인 웅진홀딩스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또는 윤형덕 실장이 웅진홀딩스로 움직이고, 윤새봄 실장이 웅진씽크빅으로 복귀하는 것도 점쳐진다.

두 형제의 경영능력 부족하다면…

만약 두 형제가 경영능력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윤 회장이 언급한 것처럼 윤형덕ㆍ윤새봄 실장이 최대주주로서 기업을 소유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길까. 이지수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경영능력 검증을 얘기하는데 한국 재벌 중 경영능력이 부족하다고 2세의 직급을 올리지 않는 곳이 있던가. 그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등기이사 또는 대표이사에 오르고, 부친으로부터 자산 이전과 함께 경영권을 받을 것이다. 수순이다.”

웅진홀딩스는 법정관리에 돌입하며 인력을 18%(90여명) 감축했다. 반면 웅진 총수 일가의 경영 승계 절차를 빠르게 진행 중이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던 윤석금 회장 역시 ‘부의 대물림’이라는 재벌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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