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Aida ①

오페라는 1800년대 작은 오페라 형식을 벗어나 크고 웅장한 스타일로 바뀐다. 초대형 무대에 걸맞게 코러스도 기존의 2~3배가 되고, 무대에는 발레까지 등장한다. 오케스트라도 100명이나 되는 대형 규모로 탈바꿈 한다. 스토리에도 변화가 생긴다. 집안끼리의 단순한 러브스토리에서 벗어나 역사 속 영웅이나 전쟁 히어로를 노래하고, 급기야는 피라미드, 말, 코끼리까지 얘깃거리로 등장한다. 바야흐로 화려하고 웅장한 ‘그랜드(Grand) 오페라’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이 시대의 대표 오페라가 바로 ‘아이다(Aida)’다. 베르디의 남성적인 스타일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초대형 야외 오페라다. 스케일은 거대하지만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만은 절절하고 애틋하다. 베르디는 아버지를 배신하지 못하는 딸과 그런 딸에게 의지하고 싶은 아버지의 관계를 의식적으로 전달한다.

▲ 야외 오페라의 진수 아이다의 한 장면. [사진=뉴시스]
# 제1막 이집트 왕국=나일강과 테베(Tebeㆍ고대 이집트 신왕국 시대의 수도)를 위협하는 에티오피아 군대가 지나간다. 이집트의 대사제인 람피스(Ramfis)는 신에게 에티오피아 군대에 맞설 이집트의 장군이 누구냐고 묻는다. 영광스러운 자리의 주인공은 바로 라다메스(Radames) 장군이 차지한다. 그러나 그는 아직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그럼에도 내심 군대의 총 지휘관이 되고 싶어 한다. 이유는 그가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노예 아이다(Aida)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다. 아이다는 이집트의 노예가 된 에티오피아 공주다.

그러나 라다메스 장군을 사모하는 이는 따로 있다.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Amneris)다. 암네리스 공주는 라다메스가 몰래 아이다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만 이 사실을 모른 척한다. 그리고 노예인 아이다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한다. 부하들을 이끌고 등장한 파라오왕은 곧바로 라다메스를 이집트군의 사령관으로 임명한다. 이집트의 노예로 와 있는 에티오피아의 공주 아이다는 적국의 사령관인 라다메스에 대한 사랑과 조국애 사이에서 절망하면서 노래를 구슬프게 부른다.

“이겨 돌아오라! 내 입에서 아버지를 향한 저주의 말이 나오다니! 조국의 운명을 걸고 나에게 빼앗긴 조국과 왕위를 되찾아주기 위해 용감히 싸우고 계시는 아버지의 이름을 나는 결코 밝힐 수 없네. … (중략) … 신이시여, 불길한 내 말들은 다 지워버리시고 나의 아버지 품에 내가 다시 안기게 하소서. 우리 조국을 위협하는 원수를 처참히 무찌르소서. 아! 지금 난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그토록 사랑하는 라다메스의 죽음을 바라다니. …(중략)…운명적인 사랑이여, 가혹한 사랑이여. 나의 심장을 도려내어 죽게 해주오.” 화산의 신전에서 벌어진 거대한 의식을 통해 라다메스는 람피스 사제로부터 검을 받고 전쟁에 나가 승리할 것을 맹세한다.
김현정 체칠리아 sny4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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