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브리토 AB인베브 최고경영자

연 매출만 24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주류기업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다시 품에 안았다. 2009년 매각한지 5년 여만이다. 그런데 팔 때보다 3배나 비싼 가격에 오비맥주를 되샀다. 터무니없는 가격을 지불했다는 논란이 인다. 아울러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다시 파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카를로스 브리토 AB인베브 글로벌 최고경영자를 만났다.

▲ 미쉘 두커리스 AB인베브 아태지역 CEO(맨 왼쪽), 카를로스 브리토 AB인베브 글로벌 CEO(가운데),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사진=오비맥주 제공]
오비맥주가 원래 주인 AB인베브의 품에 다시 안겼다. 벨기에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주류기업 AB인베브는 4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KKR과 어피너티로부터 오비맥주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합병(M&A)으로 AB인베브는 5년여 만에 오비맥주의 새주인이 됐다.  1998년 오비맥주와 인연을 맺은 AB인베브는 2001년 대주주가 됐다. 그로부터 8년 후인 2009년 7월 경영난을 이유로 사모펀드 KKR과 어피너티에 오비맥주를 매각했다.

 
당시 오비맥주 매각대금은 18억 달러(약 2조3000억원)였다. 그런데 AB인베브는 매각한지 5년 만에 당시 가격의 3배나 되는 58억 달러(6조1680억원)를 주고 오비맥주를 재매입했다. 이렇게 비싼 값을 치르면서까지 오비맥주를 사들인 이유가 뭘까. 기자회견을 마친 카를로스 브리토(Carlos Brito) AB인베브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를 단독으로 만났다. 카를로스 브리토 CEO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과 더스쿠프의 추가질문에 대한 답변을 문답식으로 묶었다.

+5년 전 오비맥주를 판 가격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을 주고 다시 인수했다. 너무 높은 가격을 지불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오비맥주를 매각했던 2009년과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특히 오비맥주의 성장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이 모든 걸 반영해 인수가격을 책정했다. 적정하다고 본다.”

+오비맥주처럼 맥주회사를 재인수한 사례가 있는가.
“오비맥주가 유일하다.”

AB인베브의 모태는 벨기에 주류회사 인터브루다. 2004년 인터브루와 브라질의 암베브가 합병해 인베브가 됐다. 2008년 미국의 앤호이저부시까지 합병, 지금의 앤호이저부시 인베브(AB인베브)로 거듭났다. AB인베브는 M&A를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이런 AB인베브가 2009년 오비맥주를 팔겠다고 나선 이유는 앤호이저부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를 갚기 위해서였다. 오비맥주 매각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AB인베브는 오비맥주를 매각하면서 ‘5년 내 오비맥주를 재인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얻었다. 오비맥주를 다시 사오겠다는 전제가 깔린 거래였다.

 
+지난 5년간 오비맥주를 이끈 대주주는 사모펀드였다. 사모펀드의 목적은 인수한 회사의 덩치를 키워 되파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AB인베브로 인수된 오비맥주가 KKR 시절의 오비맥주처럼 빠른 성장을 거둘 지 의문이다.
“가능할 것이다. 이번 M&A로 AB인베브와 오비맥주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다. 오비맥주를 인수한 AB인베브로선 한국시장에 버드와이저를 비롯해 코로나, 스텔라 아르투아, 벡스 등 맥주 브랜드를 더 많이 알릴 수 있을 것이다.”

+AB인베브라는 회사 아래에 다양한 브랜드가 펼쳐지고, 오비맥주 역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오비맥주는 수출로 알찬 성과를 거두고 있다. 홍콩에서 제조자개발생산(ODM)으로 출시된 블루걸은 국민맥주로 자리를 잡았다. 오비 골든라거는 호주에서도 인기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AB인베브는 이런 오비맥주의 수출활로를 더욱 넓혀줄 것으로 보인다.

+AB인베브에 인수된 게 오비맥주에도 득이 될 것 같다.
“당연하다. 오비맥주의 카프리, 카스 등 브랜드의 수출길이 확대될 게 분명하다.”

+실적이 당장 나올까.
“예단하긴 어렵다. 한류 효과 등을 봤을 때 매출은 늘어날 것으로 본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플랫폼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AB인베브 입장에서는 글로벌 공동 사업체를 구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 한국에선 오비맥주의 지원을 받을 것이다. 이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우리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의 폭과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최근 한국 맥주시장이 녹록지 않다. 신세계, 롯데 같은 대기업이 맥주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2009년 손을 뗐을 때보다 경쟁이 더 치열해졌을 수도 있다.
“경쟁사의 등장은 맥주시장이 커진다는 걸 의미한다. 시장이 커지면서 맥주시장의 경쟁력도 높아진다. 중요한 건 오비맥주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믿음이다.”

AB인베브는 오비맥주 재인수를 통해 아태지역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브리토 대표 역시 “아태지역에서의 시장 확대는 AB인베브의 주요 과제”라고 말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아태시장에서 AB인베브의 영향력이 미미해서다. AB인베브의 총 영업이익에서 아태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아태시장 경쟁력 강화할 것

미쉘 두커리스 AB인베브 아태 지역 CEO는 “한국의 드라마와 문화가 아시아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며 “특히 중국에서는 한국 드라마로 치맥문화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AB인베브가 아시아 시장에서 오비맥주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점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오비맥주와의 관계는 어떻게 이어나갈 건가.
“우리는 오비 경영진의 면면을 잘 알고 있고 그들을 존경한다. 협력관계를 구축한 경험도 있다. 장인수 사장의 리더십 아래 강력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오비맥주와 선진사례 공유하며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꾸려 나갈 생각이다.”

+오비맥주를 다시 팔 가능성은 없나.
“그렇지 않다. 우리는 다른 회사와의 M&A를 통해 성장해왔다. 최근 아시아의 칭타오 지분을 매각했지만 기본적으로 매각에 익숙한 기업이 아니다. 인수기업을 키워 함께 성장하는 회사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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