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 인 | 트리쉬나

그들은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19세기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토마스 하디가 1891년 발표한 「테스」는 사랑 앞에 진실했던 한 여인의 비극적 삶을 통해 슬픔과 감동을 자아내며 전 세계인들로부터 끊임없이 사랑받아 온 작품이다. 인 디스 월드’(2002), ‘관타나모로 가는 길’(2006) 등을 연출한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은 「테스」를 처음 읽은 중학교 때 이 작품에 매료됐다고 한다.

▲ ①ㆍ②는 트리쉬나의 한 장면. ③은 여 주인공 프리다 핀토와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사진=뉴시스]
그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테스」를 표현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급격히 변화하는 인도와 「테스」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하고 인도를 배경으로 영화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트리쉬나’에서 현대의 인도에 「테스」의 모진 운명을 투영한다.  가난한 농가 출신이지만 총명하고 아름다운 트리쉬나(프리다 핀토)는 영국 유학 중 인도로 여행을 온 제이(리즈 아메드)와 만난다.

제이는 춤을 추는 트리쉬나의 아름다움에 매혹되고 만다. 제이는 트리쉬나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의 호텔에서 일할 것을 제안한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트리쉬나는 제이의 호텔이 있는 라자스탄으로 향한다. 낯선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며 지내던 트리쉬나는 제이와 우연히 하룻밤을 보낸 후 신분차와 세간의 눈을 의식해서인지 황급히 고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제이는 인연의 끈을 놓을 생각이 없다.

그녀를 찾아간 제이는 뭄바이로 가서 함께 지낼 것을 제안하고, 트리쉬나는 자신만을 생각했다는 제이의 고백에 그를 따라나선다. 두 사람은 뭄바이에서 행복한 한때를 보내지만 트리쉬나가 제이의 아이를 낙태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자 사랑은 파국으로 돌변하는데….  영화 ‘트리쉬나’는 인도 뭄바이와 자이푸르 등을 배경으로 세련된 현대미와 복잡하고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그린다. 인도 고유의 전통과 의상, 아름다운 풍경은 사랑과 집착으로 인해 파국으로 변하는 ‘트리쉬나’의 삶을 잘 표현해 냈다.
 
인도의 신비로운 정취를 간직한 아름다운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고혹적인 매력을 가진 프리다 핀토와 수려한 외모의 영국 출신 배우 리즈 아메드의 멋진 연기도 감상 포인트다. 특히 ‘슬럼독 밀리어네어’ ‘신들의 전쟁’으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로 떠오른 프리다 핀토는 신비로운 외모와 깊은 눈빛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휘어잡는다. 그는 순수한 소녀에서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사랑에 눈을 뜬 여인으로 변모해 심도 있는 내면 연기를 펼친다.

급변하는 인도, 영화배경으로 낙점

그녀는 연기를 위해 트리쉬나가 살았던 환경과 비슷한 지역을 방문하고 발리우드 댄서들처럼 춤을 연습하는 등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서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20일 만에 새로운 언어인 마라티어를 배워 많은 사람들이 감탄을 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비극적인 소설 「테스」와 비교하면서 관람하면 색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다. 해외 언론의 찬사처럼.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한다(할리우드 리포트).” “원작 「테스」를 뛰어넘는 새로운 테스를 만나다(가디언).”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guhs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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