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심각한 양극화

우리나라의 소득 불균형은 어느 정도일까. 조사기관마다 차이를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지니계수는 역대 최저치다. 소득 재분배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거다. 반면 아시아개발은행은 아시아 28개국 중 5번째로 소득 불균형 악화 속도가 빠르다고 밝혔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 국내 조세제도와 재정지출이 소득불균형 해소에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의 소득 불균형 악화 속도는 빠르다. 이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발표한 ‘아시아의 불평등 증가와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도 나타나 있다. 아시아 지역 28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사뭇 다르다. 통계청은 5월 말 2014년 1분기 가계 동향을 발표하면서 2013년 전체 가구에 대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의 지니계수가 0.302라고 밝혔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운데 16위에 해당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지니계수 0.302는 전년의 0.307에 비해 0.005 감소했다.

1인 가구와 농가를 제외한 2인 이상 비농가 전국 가구 기준의 지니계수는 0.280으로 전년보다 0.005 감소했다. 소득분배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니계수가 0이면 완전한 소득균등 상태이고, 지니계수가 1이면 완전한 소득불균등 상태를 의미한다. 이에 반해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아시아의 불균형 심화와 정책적 함의’ 보고서를 통해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아시아권의 28개국 가운데 12개국의 지니계수가 나빠졌다고 밝혔다.

이 기간 한국의 지니계수는 스리랑카에 이어 악화 속도가 5번째로 빨랐다. 소득분배 악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는 중국이다. 0.324에서 0.434로 연평균 1.6%씩 올랐다. 인도네시아가 0.292에서 0.389로 1.4% 상승해 2위였다. 라오스(0.304→ 0.367)가 1.2%로 3위, 한국은 0.245에서 0.289로 연평균 0.9%씩 증가해 스리랑카(1.1%)에 이어 악화 폭이 5번째로 컸다.  나라별로 보면, 중국의 지니계수 환산치가 32.4에서 43.4로 연평균 1.6%씩 상승해 소득분배 악화 속도가 가장 빨랐다.
 
 
한국은 24.5에서 28.9로 연평균 0.9%씩 악화돼 스리랑카(1.1%)에 이어 악화 속도가 5번째로 빨랐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기술 발전과 세계화, 시장 중심의 개혁이 아시아지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끌었지만 한편으로는 소득 불균형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소득격차 확대로 중산층이 감소하면서 비생산적 경제 활동과 소수의 이익 추구 행위 등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이 결과에 반론을 편다. 아시아에서는 지니계수가 좋지 않지만 선진국과 비교해선 그렇지 않다는 게 이유다.
 
OECD 국가의 세전稅前 지니계수(세전 급여 기준)는 평균 0.457(이하 2008년 기준)이다. 영국과 독일은 각각 0.506, 0.504로 가장 높은 편에 속하고, 미국은 0.486이다. 한국은 0.344밖에 되지 않는다.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양극화는 심각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문제는 세후稅後 지니계수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OECD 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세전 지니계수는 0.504이지만 세후 지니계수는 0.295에 불과하다.

소득 재분배 효과는 41.5%에 이른다. 영국의 세전•세후 지니계수도 0.506, 0.342로 차이가 크다. 32.4%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었다. 한국은 정반대다. 세전 지니계수는 0.344로 낮지만 세후 지니계수는 0.315로, OECD 평균(0.314)보다 높다. 소득 재분배 효과는 8.4%에 불과하다. 국내 조세제도와 재정지출이 양극화 해소에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