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경찰관은 범죄 예방과 사건 해결을 위해 불심검문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거부할 수 있을까. 법률에 의하면 거부해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치안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기분 좋게 신분증을 내보이고 응하는 것이 좋겠다.

▲ 불심검문은 범죄예방 츠견에서 경찰실무상 중요하다.[사진=뉴시스]
더운 날씨에는 양복 정장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하루는 사무실에서 반바지에 티셔츠로 갈아입고 가방을 어깨에 메고 한가롭게 퇴근을 했다. 유유자적 거리 구경을 하며 걸어가고 있는데, 일정한 거리 앞에 아가씨가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 불러 세우는 것이 아닌가. 돌아보니 정복을 입은 두 명의 잘생긴 젊은 경찰이다.

검문이 있겠으니 신분증을 보여 달란다. 아가씨 뒤를 쫓는 치한으로 오인 받은 것이다. 순간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얼떨결에 신분증을 보여 주고 말았다. 그 순간 불심검문을 거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래서 작은 목소리의 소심한 저항을 했다.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요?” 경찰관은 “거부하실 수 있지요”라며 웃으며 말하고 떠났다.

경찰관은 다음과 같은 사람이라면 정지시켜 질문을 할 수 있다. ‘…수상한 거동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또는 행해진 범죄나 행해지려는 범죄행위를 안다고 인정되는 자…’. 경찰관은 질문하기 위해 부근의 경찰서 등에 동행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당사자는 경찰관의 동행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나아가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신체를 구속당하지 않는다. 의사에 반해 답변을 강요당하지도 않는다.
 
결국 정중하게 경찰관의 불심검문을 거부하더라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찰이 강제적으로 불심검문을 할 수 없다면 실효성이 없다. 따라서 불심검문을 할 때 어느 정도의 실력 행사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시하고 있다. “…대상자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범행의 경중, 범행과의 관련성, 상황의 긴박성, 혐의의 정도, 질문의 필요성 등에 비추어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방법으로 대상자를 정지시킬 수 있고 흉기의 소지 여부도 조사할 수 있다….”

 
사례를 보자. 검문을 하던 경찰관들이 날치기 사건의 범인과 흡사한 인상을 가진 A씨가 자전거를 타고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고 정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경찰관들이 A씨의 앞을 가로막고 소속과 성명을 고지한 후 검문에 협조해 달라고 거듭 말했다. 그런데도 A씨는 불응하고 전진했다. 경찰관들은 A씨를 따라가서 앞을 막고 검문에 응하라고 요구했고, A씨는 경찰관들의 멱살을 잡아 밀치거나 욕설을 하는 등 항의했다. 검사는 A씨를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기소했다.

그런데 인천지방법원은 경찰관의 불심검문이 위법하다고 보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범행의 경중, 범행과의 관련성, 상황의 긴박성, 혐의의 정도, 질문의 필요성 등에 비춰볼 때 경찰관들은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봐야 하는데도 경찰관들의 불심검문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결과다.”경찰관들의 불심검문이 적법했다는 의미다. 그 결과 A씨에게 공무집행방해 등의 죄를 물렸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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