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에 새겨진 ‘음식의 기억’
복부에 새겨진 ‘음식의 기억’
  •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 호수 108
  • 승인 2014.09.1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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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필자는 언젠부터 사람들의 몸을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뒷모습은 날씬한데 배만 볼록 나온 아저씨는 내장비만임이 확실하니 마른비만 판정을 내린다. 허리선이 보일 정도니 온몸을 휘감는 피하지방은 거의 없을 게다. 하지만 느껴지지 않는 복강지방은 상당히 많을 공산이 크다.

▲ 복부와 피하엔 당신이 즐겨 먹던 음식의 기록이 그대로 간직돼 있다.[사진=뉴시스]
이번엔 앳된 아가씨가 버스에서 내린다. 날씬하다는 자부심이 얼굴에 가득한데 왠지 기운이 없다. 절식이나 금식을 하며 주로 야간에 운동을 하는 아주 잘못된 방법을 실천하는 다이어터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정을 내린다. 체중이 줄어도 보디라인이 살아나질 않으니 본인 스스로 실망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것이 다이어트 포기로 이어지면 단시간에 요요라는 악당을 만나게 될 것이다. 체중감량에 성공함과 동시에 살이 잘 찌는 몸을 만들어 나가는 여성이란 결론을 내린다.

이번엔 전철에서 필자의 앞에 서 있는 젊은이다. 배꼽 위에 간신히 채운 와이셔츠 단추가 곧 필자의 눈으로 날아올 기세다. 고기 안주와 술을 즐기고 해장으로 짜장면을 먹는 호기로운 청년이다.  젊은 친구이다 보니 체내로 유입되는 에너지를 잡아먹는 근육량도 상당하지만 하룻밤에 엄청난 양을 먹어대므로 저 연세(?)에 저런 체형이 나왔을 것이다. 저런 친구가 헬스클럽에 가게 되면 첫날부터 모든 운동기구를 섭렵하려 할 것이다.

제대로 된 헬스 트레이너라면 운동을 시킬 게 아니라 말려야 한다. 파워 스포츠인 축구를 시켜 보면 마음은 급하고 다리는 안 따라주니 풀밭에서 앞으로 넘어지기 일쑤다. 상체를 곧추 세우고 다리가 앞서야 하는데 팔ㆍ다리가 분리된 듯 몸통이 앞서기 때문이다.  필자는 속으로 걱정을 한다. 우선 체중을 줄여 관절의 부담을 덜어야 할 텐데…. 무릎의 연골이 망가져 이른 나이에 퇴행성이라도 오면 운동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운동은 정신력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집 앞에서 만난 아주머니는 여전히 필자를 붙들고 하소연이다. 그는 칼국수를 비롯한 면류와 떡으로 살아가는 탄수화물 중독자다. 한 말씩 뽑아 냉동실에 넣어 둔 떡을 아침마다 전자레인지에 돌려 두유와 함께 마신다고 한다. 빵과 떡을 즐기면 기초대사량도 빵과 떡이 된다. 당신이 지금까지 먹어 온 음식이 지금 당신의 모습이다. 이를테면 그 삶의 흔적이 당신의 피하와 복부에 고스란이 간직돼 있다. 잘못된 생활의 고리를 놓지 못하는데 뭘 어쩌란 말인가.

최근의 고지혈증 판정으로 기분이 좋지 않은 이 여성은 떡은 우리의 전통식품이고 두유는 콩으로 만든 건데 뭐가 문제냐며 오히려 나를 흘긴다. 낮 강연에 이어 또다시 일장연설을 늘어 놓을 기운이 없어 오늘은 그냥 물러난다며 집으로 향한다. 낮에 전철에서 만난 젊은이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하며 말이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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