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법테크

동업을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혼자선 버겁기 때문에 함께하는 거다. 그런데 모두 성공하지는 못한다. 각자의 마음이 맞지 않아 동업관계를 청산하기도 한다. 이럴 때 투자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을까.

▲ 동업이 청산되는 이유는 욕망, 탐욕 때문이다. 공존을 위해서는 나눔과 연대가 필수다.[사진=뉴시스]
A씨는 치과의사다. 몇년 전 전철역 부근에 치과를 개업했고, 고객이 점차 늘고 있다. 그런데 손님으로 찾아왔던 B씨와 친해졌다. B씨가 연장자였기 때문에 A씨는 B씨를 형님으로 모시며 지냈다. 하루는 B씨가 A씨에게 호프집을 함께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A씨가 돈을 투자하면, 자신은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고, 운영은 B씨 자신이 하겠다고 했다.

A씨는 4억원을 투자했다. B씨는 2억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마쳤다. 그런데 장사를 시작한 이후 B씨의 태도가 바뀌었다. 예전의 친절도 사라졌다. 수익이 없다면서 몇달째 수익금을 배분하지도 않는다. 정말 장사가 안 되는 것인지 CCTV라도 설치하고 싶다는 게 A씨의 말이다. 가능할까. 다른 사례를 참고해 보자. 두 남자가 공동으로 식당을 운영 중이었다. 한달씩 교대로 근무하는 대신, 수입은 똑같이 나누는 조건이다.

 
그런데 동업자 중 한 사람이 식당 내부의 CCTV를 이용해 다른 동업자의 근무행태를 지적하면서 갈등이 생겼다. 날짜별로 동업자의 출퇴근 시간과 근무내용은 물론 누구와 식사했는지 등도 상세히 기록했다. 수차례 근무태도 등을 지적받은 동업자는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CCTV를 통해 동업자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100만원 배상’을 판결했다. 매장 내 CCTV를 정당한 목적 외에 사생활 감시의 용도로 이용하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요지다.

장사가 잘 되는지 CCTV라도 설치해 확인해 보고 싶은 A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적절한 방법은 아닌 것이다. A씨는 수개월째 아무런 수익도 분배받지 못했다. 4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이익이 없으니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더 이상 B씨를 믿을 수 없게 된 A씨는 동업관계를 청산하고 4억원을 돌려받고 싶다. 과연 가능할까.

두 사람 이상이 서로 출자해 공동사업 경영을 약정하는 걸 조합계약이라 한다. 언급한 사례의 동업관계는 조합관계라 할 수 있다. 2인으로 구성된 조합에서 한 사람이 탈퇴하는 경우에 대해 대법원은 이렇게 판시하고 있다. “조합 자체는 성질상 소멸하더라도 이미 이뤄진 사업은 유지ㆍ존속시키는 게 국가적ㆍ경제적 견지에서나 당사자의 의사에도 합치하므로 해산되지 않는다. 따라서 청산도 이뤄지지 않으며, 남은 조합재산은 잔존자의 단독재산으로 귀속해 그 사업을 계속 유지하게 한다.”

한 사람이 탈퇴하면 조합재산은 남은 조합원의 단독재산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탈퇴한 자는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탈퇴 당시의 조합재산을 평가해 자신의 지분만큼 반환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조합원을 상대로 자신의 출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청구를 할 수 없다. 요컨대, 호프집에 투자한 A씨는 B씨와의 동업관계를 깰 순 있지만 출자금 4억원 전액을 반환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는 ‘동업은 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 왔다. 왜일까. 동업을 하는 이유는 통상 돈을 벌기 위해서다. 혼자는 버겁기 때문에 함께 한다. 하지만 동업자 각자의 마음에는 이기적인 욕망, 탐욕이 도사리고 있다. 공존을 위해선 ‘나눔과 연대’가 필수다. 동업에도 이런 이치는 그대로 적용된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