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우리나라 헌법에서 규정한 평등권이다. 하지만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보면 ‘우리나라가 평등한가’라는 의문이 든다. 실질적 평등은 모든 영혼이 똑같이 고귀하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때 실현된다.

▲ 10대 흑인을 총으로 쏜 백인 경관이 불기소 결정을 받자 항의 시위가 번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교도들은 배에 몸을 싣고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에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 처음으로 평등한 나라를 건설했다고 자랑스러워한 미국이라는 나라 이야기다. 우리는 ‘아름다울 미美’자를 써 축복해줬다. 이런 미국에서 최근 사람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발단은 퍼거슨시에서 백인 경관이 10대 흑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다.

굳이 총격을 가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을 샀고, 지나친 공권력의 행사라는 의견도 나왔다. 흑인이 아니라 백인이었다면 죽음을 당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더 큰 문제는 대배심이 그 백인 경관을 불기소 결정한 것이다. 지난 7월 에릭 가너라는 흑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 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찰도 불기소 결정을 받았다. 흑인 등 유색인종은 분노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백인에게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믿었다. 이런 불기소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졌으며, 급기야 폭력사태까지 발생했다.  미국독립선언 제1조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평등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도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대접받는 나라를 꿈꿨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헌법은 평등권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대원칙을 선언한 것이다. 이런 우리나라의 평등권 조항은 미국 버지니아 권리장전, 미국독립선언 등을 모범으로 만들어졌다.

그 밖에도 헌법은 교육에 있어서의 기회균등, 혼인과 가족생활의 양성兩性평등, 선거에서의 평등, 경제질서 등에서 실질적 평등의 구현을 위한 각종 규정을 두고 있다. ‘법 앞의 평등’이라 함은 법의 적용이 평등해야 하고 적용되는 법의 내용도 평등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평등한 것에는 평등하게, 본질적으로 불평등한 것에는 불평등하게 대우하는 합리적 차별을 인정하는 상대적 평등이 옳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렇듯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실질적인 평등이 보장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땅콩 리턴’ 이야기를 보자. 대주주의 자녀가 일반 직원을 함부로 대한 것이 도마에 올랐다. 대주주의 가족은 일반 사원에 비해 고속 승진한다. 또 회사를 자신들이 소유한 것처럼 행세한다. 많은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가 실질적으로 평등한 나라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헌법의 고결한 정신이 현실에 반영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이기적인 욕망 속에서 우리는 이웃을 나와는 무관한 존재로 치부한다.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관심이 없다. 그러면서 돈이든 권력이든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은 특권을 누리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이는 헌법의 평등권 규정을 그저 형식적인 것으로 만든다. 모든 영혼이 똑같이 고귀하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때 실질적인 평등이 실현될 것이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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