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덤에 빠진 국내 대형마트

국내 대형마트들이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마트는 사실상 철수수순을 밟고 있고, 롯데마트 역시 힘겨운 싸움을 거듭하고 있다. 낮은 인지도, 애매한 포지셔닝, 로컬업체의 경쟁력 강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의 골목상권까지 장악한 이마트와 롯데마트. 이들은 ‘안방 호랑이’에 불과한 걸까.

▲ 중국 유통시장에서 현지 로컬 업체들이 급부상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마트는 최근 중국 진출 10년 만에 대다수 점포를 폐점했다. 1997년 상하이上海에 1호점을 낸 후 매장을 27개까지 늘렸다가 2011년 5개 법인 11개 점포를 폐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톈진天津 지역의 아오청점ㆍ꽝화차오점ㆍ메이장점ㆍ홍차오점 4개 점포 영업을 종료했다. 이로써 중국 내 이마트 점포는 상하이 8개점, 우시無錫와 쿤산昆山 각 1개점 등 10개 점포만 남게 됐다. 김석범 이마트 중국담당 상무는 “경쟁력 약화 등 불리한 영업환경, 높은 임차료로 인한 손익 악화로 폐점을 최종 결정했다”며 매장 철수 배경을 밝혔다.

#롯데마트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2008년 네덜란드계 대형마트인 마크로(Macro)를 인수하며 중국시장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2009년 하반기 중국 대형마트 체인 타임스(TIMESㆍ대형마트 54개점, 슈퍼 11개점)를 인수, 진출 5년 만에 100개 점포 오픈했다. 하지만 초반 기세는 한풀 꺾인 지 오래다. 2013년 4분기 107개였던 롯데마트의 중국 내 점포는 2014년 3분기 103개로 줄었다. 매출은 같은 기간 3480억원에서 3380억원으로 줄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다 보니 해외 기업들에 인색한 면이 있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중국에 출점해 있는 모든 글로벌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대형마트가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주요 상권 선점’ 실패와 ‘낮은 인지도’에서 찾는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에 첫 발을 들여놨다. 까르푸와 월마트가 각각 1995년, 1996년 중국에 둥지를 틀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그리 늦지 않은 진출이었다. 그러나 이마트는 정작 시장 확대에는 소극적이었다. 중국 내 이마트 점포가 가장 많았을 때 점포수는 27개에 불과했다. 롯데마트 역시 100개 안팎이 최고치였다.
 
까르푸는 2013년 말 기준 236개, 월마트 점포수는 2014년 회계연도 보고서 기준 395개다. 어중간한 포지션도 독毒이 됐다. 고려대 기업경영연구원이 펴낸 경영서 「기업경영 Way 2013」은 롯데마트ㆍ이마트의 중국시장 진출 전략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월마트나 대형 소매체인처럼 월등한 원가 우위를 갖고 서비스하는 것도 아니고 까르푸처럼 중상류층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마케팅을 전개한 것도 아니다.”

 진출 이후 점유율 확대 실패

정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연구단 팀장은 “중국시장에서 이마트는 ‘고가’의 제품을 파는 곳으로 인식된다”며 “하지만 실제 판매되는 상품은 고급스럽지 않아 콘셉트가 애매모호하다”고 평가했다.  롯데마트에 대한 평가도 썩 좋지 않다. 칭다오靑島 코트라 무역관 관계자는 “칭다오 지역 롯데마트 두개 점포를 보면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콘셉트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까르푸의 경우 파격적인 가격으로 중국 현지 소비자들도 잡고 있다”며 “하지만 롯데마트는 한국식 마트의 장점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로컬업체의 경쟁력이 강화된 것도 이유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중국 내 대형마트 1위 업체는 494개 매장을 둔 중국의 화룬완자華潤萬家였고, 3ㆍ4위는 각각 용후이(永輝ㆍ중국)와 RT-마트(다룬파ㆍ大潤發ㆍ대만)로 중국계 기업이었다. 이들 로컬업체의 시장점유율은 당연히 가파르게 상승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회사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로컬 유통업체의 시장점유율(소비재 기준)은 2013년 3분기 80%에서 지난해 3분기 81.3%로 상승했다.

반면 글로벌 유통업체의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1.3%포인트(20% →18.7%) 떨어졌다. 로컬업체의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방증이다.  이지혜 칸타월드패널 연구원은 “중소 도시를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온 로컬 업체들이 최근 대도시에서 파이를 키워나가고 있다”며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로컬 업체와의 경쟁을 힘겨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와 달리 중국 로컬브랜드의 품질이 개선됐다”며 “로컬 브랜드의 상품 소싱이 유리한 현지 유통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가 발표한 2014년 세계소매개발지수(GRDIㆍGlobal Retail Developement Index)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2위를 차지했다. GRDI는 각국의 시장매력도ㆍ국가위험ㆍ시장포화도ㆍ진입시기를 점수로 환산해 합친 수치를 말한다. 글로벌 기업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중국시장이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마트는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으며 중국이라는 ‘대어’를 놓쳤다. 정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은 “매장을 잇따라 철수하고 차후 전략을 내놓지 못한 이마트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로컬기업의 무서운 경쟁력 강화

김종인 전 롯데마트 중국 법인장을 수장으로 받아들인 롯데마트는 중국시장 공략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 “중국시장에 투자를 많이 한 데다 진출기간이 아직 짧아 좀 더 지켜봐야 한다(정지현 팀장)”는 유보론도 있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칸타월드패널이 조사한 중국 동부 지역 유통업체의 소비재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롯데마트의 점유율은 2013년 11월 2.8%에서 2014년 11월 2.1%로 0.7%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까르푸의 점유율이 0.1%포인트(4.4%→4.5%)로 상승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부진한 실적이다. 롯데마트 역시 힘겨운 싸움을 거듭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대형마트, 과연 동네상권만 잡아먹는 안방 호랑이에 그칠 것인가.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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