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신동빈 회장이 지난 2월 9일 롯데월드타워 97층 공사 현장을 찾아 안전시공을 당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의 대외활동 반경이 무척 커졌다. 5년째 한국 롯데그룹 회장직을 맡아 오면서 그는 대외활동에 소극적이란 평을 들어왔다. 심지어 ‘불통의 롯데’라는 이미지까지 있어 왔다. 그런 만큼 최근 신 회장의 ‘광폭 행보’에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재계에서는 롯데의 2세 후계구도가 요동치는 가운데 그가 이미지 개선을 통한 입지 강화에  적극 나섰다고 풀이한다.

새해 들어 롯데 신동빈 회장만큼 바쁘게 언론에 얼굴을 내민 재계 인사는 드물다. 주요 현안인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을 불시에 방문해 안전을 챙기고 입주업체들을 점검했다(2월 9일). 형인 일본롯데 신동주(61) 전 부회장의 해임으로 불거진 자신의 한ㆍ일 통합 경영설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일단 잠재웠다(1월). 아시아소사이어티 코리아센터 회원과 주한 외교 인사들의 신년 모임을 제2롯데월드에서 주재하고 공사 진행 상황과 롯데월드몰 운영 현황 등을 직접 소개했다(1월 22일). 부산 해운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부산 경제인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창조경제 확산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2월 11일).

지난해 11월 제20대 대한스키협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 코스를 점검하고 선수 ㆍ지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1월 16~18일). 지난 2월 10일 전경련 허창수 회장의 3연임 결정을 앞두고 신 회장이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1월 하순). 이 정도면 종전의 신 회장과는 달라도 정말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혹자들은 회장 취임 후에도 그가 아버지 신격호(93) 총괄회장의 위세에 눌려 ‘은둔 경영’을 했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최근의 그는 의도적으로 대외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의 여러 대외활동 중 지난 9일 모습이 가장 극적이었다. 재계 순위 5위인 한국 롯데 경영에 그가 어떤 생각으로 임하고 있는지를 읽게 해 주었다. 그는 이날 예고 없이 잠실 롯데월드타워&몰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97층까지 올라가 안전 상황을 점검하는가 하면 입점업체들과 소통도 했다. 97층에서 작업하는 인부들에게 안전 시공을 당부하는 현장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롯데월드몰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다.

일부 언론은 그가 1997년 부회장 취임 이후 스스로 기자실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그가 당면한 롯데의 리스크 해소와 대외 이미지 개선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날 그의 발언 중에는 경청할 만한 것들이 적지 않았다. “제2롯데월드와 롯데몰의 안전을 직접 챙기겠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일주일에 한번은 불시에 현장을 방문 점검할 계획이다.” “항상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안전을 위주로 체크하고 점검하겠다.” “(안전 문제로 영업중단 중인 수족관과 영화관 재개장과 관련) 필요한 서류는 서울시에 제출했다. 보완을 한 만큼 (재개장 결정을) 긍정적으로 본다.”

 
‘은둔경영’과 180도 다른 행보

“입점 업체들의 수수료 감면과 적극적인 마케팅 등 입점 업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 “롯데월드타워 100층(국내 첫 100층 건물)은 3월 14일쯤 완공될 것이다.” “(현대자동차 서울 삼성동 신사옥(571mㆍ115층 예정)보다 높게 짖겠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초고층 빌딩 건설은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기 때문에 123층(555m)보다 높일 계획은 없다.” “유가 영향 등으로 성장률이 4%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이며 4월 이후엔 경기와 소비가 좋아질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활발해진 그의 대외활동이 한ㆍ일 롯데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차제에 롯데가 당면한 각종 리스크(유통사업 부진, 제2롯데월드 안전 문제ㆍ방문객 격감 등)를 해소하고 대외 이미지를 좋게 하는 일이 무엇보다 후계자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연초에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 경영에서 물러남으로써 동생인 한국 롯데 신 회장은 경쟁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그런 만큼 그가 경영권 승계 굳히기 작업의 일환으로 대외활동을 늘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롯데 오너들의 의사결정 과정이 워낙 베일에 가려 있는 데다 롯데 특유의 기업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속단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보직은 잃었지만 장남으로서 가졌던 롯데 지분은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데다 신격호 회장이 지분승계를 마무리하지 않은 상황이라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연초에 벌어진 신 전 부회장 경영권 배제는 롯데 오너가家의 경영권 승계 전선에 매우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났음을 방증하는 일대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롯데그룹은 여타 그룹과 다른 점이 많다. 신격호 회장은 특이하게도 한ㆍ일 양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군을 축성했다. 일본에서 기업을 일궈 고국인 한국에서 꽃을 피운 케이스다. 재계 순위 5위인 한국 롯데는 74개 계열사에 연 매출 65조원 규모로 컸다(2014년 4월 기준). 일본 롯데는 규모 자체로는 한국 롯데의 15분의 1 정도라지만 단순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일본 롯데가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신격호 회장은 소위 ‘셔틀 경영’이라 해서 한국과 일본을 정기적으로 오가며 경영을 했다. 지금은 건강 문제 등으로 한국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유통ㆍ음식료 등 현금을 만지는 서비스 업종이 많고, 오너들이 요즘 흔히 말하는 세상과의 소통에 그다지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기업 문화도 상당히 보수적인 편으로 국내 여타 기업과 다르다는 평을 많이 들어 왔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나 성장과 교육, 초기 사회생활 기간을 일본(노무라증권ㆍ롯데상사 등)에서 한 기업인이다. 이런 이력은 지금까지 그의 경영 스타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요즘 상황이 자신의 스타일 변화를 종용하고 있다고 봐야 할까. 그의 한국 롯데 경영 참여는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 선임이 계기였다. 1995년 기조실 부사장, 1997년 부회장을 거쳐 2011년 회장에 오르면서 한국 롯데의 후계자 자리를 꿰찼다.  

롯데 후계자 결정 ‘시간문제’

최근 봉합된 롯데의 후계자 결정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신격호 회장이 93세의 고령인 데다 건강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그는 롯데월드타워 건설 현장을 방문해 안전 시공을 당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차남 신동빈 회장이 전면에 나서 그런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으므로 2세 승계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비록 두 아들을 놓고 ‘섭정 경영’을 해왔지만 과거 고故 정주영 회장처럼 생전에 자식들의 경영권 분쟁은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신격호 회장의 공식 직함은 ‘총괄회장’이다. 다른 그룹에는 없는 독특한 직함이다. 한국과 일본 두 군데 사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아 ‘총괄 회장’ 직함을 갖게 될지에 한국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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