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 클럽 입성 박정부 다이소 회장

새해 다이소아성산업(이하 다이소) 박정부(71) 회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1000원짜리 생활용품으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기록하고 나니 회사 관리나 성장 엔진 확보가 더 큰 숙제로 등장했기 때문. ‘다이소=일본기업’이란 시중의 오해가 좀체 풀리지 않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국내에 ‘초저 균일가 생활용품점(1000원 숍)’이란 새로운 유통 카테고리를 정착시킨 그의 열정이 다시금 기대되는 이유다.

▲ 박정부 다이소 회장은 올해 덩치보다 수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사진=지정훈 기자]
‘2014년 12월 17일 오후 7시’. 다이소에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1호점 개점(1997년 천호점) 이후 17년 만에 ‘매출 1조원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웠기 때문. 백화점이나 할인점ㆍ쇼핑몰 등의 대형 매장이 아니라 전국 970여곳의 ‘다이소 1000원 숍’을 통해 거둬들인 매출이라 더욱 값진 것이었다. 그야말로 ‘티끌모아 태산’이다. 다이소의 연 1조원 매출을 풀어 보면 다음과 같다. 상품 판매 숫자는 연 8억7000만개, 월 7300만개, 일 239만개 꼴이다.

하루 평균 50만명, 연간 1억8000만여명이 다이소 매장을 찾았다. 상품당 평균가격 1200원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인 1인당 평균 17개씩을 구입한 셈. 20피트 컨테이너 박스 4만3500대에 싣는 물량이며, 제품 길이는 서울~부산 227회 왕복 또는 지구 4바퀴 도는 거리에 해당한다. 이처럼 20년 가까이 진행된 다이소 비즈니스(초저 균일가 생활용품점)와 창업주 박정부 회장에게 얽힌 이야기는 무척 많다. 다이소 상품은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짜리 등 6가지밖에 없다.
 
1000원짜리가 전체의 51%, 2000원짜리가 31%를 각각 차지한다. 전체의 82% 이상이 1000~2000원짜리의 저렴한 상품이다.  이런 초저 균일가 정책은 지난 17년 동안 변함이 없었다. 특히 종이컵ㆍ면봉ㆍ주방장갑 등 100여개의 생필품은 10년이 넘도록 1000원을 유지하고 있다. 값이 싸다고 싸구려 정도로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이 업業에 대한 철학과 열정이 남다른 박 회장의 생각은 이렇다. “소비자에게 가격 이상의 최고의 가치를 지닌 상품을 제공한다”는 것.

그는 “소비자는 품질이 나쁘면 1000원짜리도 비싸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다이소는 ‘1000원 숍’이란 당초의 정체성을 유지해 5000원이 넘는 상품은 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1000원짜리도 소비자 감동이 있어야 팔리며, 그것이 무너지면 이 장사는 끝장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상품 종류는 생활ㆍ욕실ㆍ주방ㆍ문구ㆍ인테리어 등 20개 분야 3만여종. 최고의 가격과 품질을 위해 세계 35개국 3600여 업체를 발로 뛰며 찾아다닌다. 조금이라도 싼 물건을 찾기 위해 그는 연중 3~4개월을 외국에서 보낸다.
 
초저 균일가 17년 동안 유지

그는 “소비자 가치는 높이고 제품 가격은 낮추느라 전투를 벌일 정도”라고 말한다. 전국의 다이소 매장 970곳의 70% 정도는 직영점이며, 가맹점은 300여곳이다. 수도권에 400여곳, 나머지는 지방에 있다. 주요 고객은 주부들이며 서울 강남고객도 많다. 다이소는 1000원짜리 상품으로 17년 만에 1조원 매출 클럽에 가입했지만 내부적으론 지난 몇년간 힘겨운 시절을 보냈다.  새해에도 풀어야 할 만만찮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급격하게 회사 덩치가 커지다 보니 물류시스템 등 인프라에 많은 숙제가 등장했다.

전형적인 박리다매薄利多賣형 유통업이다 보니 곧잘 ‘낮은 수익성’이란 한계에도 부닥쳤다. 중국 등 해외시장을 넘봤지만 그 또한 만만찮은 일이었다. 그동안 다이소는 해마다 거의 두자릿수(20~30%)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2~3%대로 낮았다. 심지어 2013년엔 1%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박 회장은 2012년 하반기부터 고강도 경영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스스로 “힘든 시기였다”고 말할 정도로 고된 시간이 이어졌다. 800억원을 들여 용인에 물류센터를 세우고 자동화시스템도 도입했다.

2013년 하반기부터는 이익이 잘 안 나는 직영점 27곳을 폐점하고 가맹점을 늘리는 등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은 2~3%대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해도 성장보다 안정에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해 매출은 1조58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013년)보다 19.5% 늘어난 수치. 다이소 관계자는 올해 외형 성장 목표를 “10%로 낮춰 잡았다”고 밝혔다. 단순 계산하면 올 매출 목표는 1조1638억원 상당이 된다. 덩치보다 시스템을 정비하고 한계 수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복안인 셈. 

▲ 박정부 회장은 직원들과 ‘열린 소통’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4일 경기도 용인시 다이소 남사물류허브센터에서 박 회장이 직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새해 경영방침으론 ▲경쟁력과 수익력 강화 ▲소비자 인지도 향상 및 품질 향상 ▲성장 모멘텀 확충 등을 내세웠다.  매장 목표는 100곳 늘린 1070곳. 직영점보다 가맹점을 늘리고, 크기도 기존의 330㎡(약 100평) 위주에서 990~1650㎡(약 300~500평)으로 다양화할 계획이다. 진출 5년째인 중국사업 안정에도 힘을 쏟을 생각이다. 현재 중국 매장 수는 80곳. 박 회장은 “중국 사업은 이제 겨우 손익을 맞추는 단계”라며 중국 사업이 안정되면 미국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남미 등에서도 사업요청을 받고 있다.

그는 시중 사람들이 ‘다이소=일본기업’이란 생각을 아직도 많이 한다는 사실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추가 성장에는 그런 이미지가 결정적인 장애가 될 수도 있기 때문. 특히 중년층 이상 남성 고객들이 다이소 매장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기회 있을 때마다 ‘다이소=토종 한국기업’이라며 그런 소문은 오해라고 일축한다.  그의 해명은 이렇다. 2001년 매장이 100개가 됐을 때 일본 다이소(대창산업) 측에서 자신들에게만 물건을 공급해 달라고 제안해왔다.

박 회장은 “당시 위험요인을 줄이기 위해 지분투자를 요구했고, 약 40억원을 일본 다이소가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이때부터 ‘다이소’란 브랜드도 쓰기 시작했다. 이어 그는 “일본 다이소와는 전략적 제휴관계일 뿐 로열티나 배당 지급, 인적 교류 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한때 SNS 등을 통해 다이소가 독도 이름을 다케시마로 바꾸는 운동에 후원하고 있다는 루머가 퍼져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다이소 간판 변경 계획은 없으며, 한국 토종기업으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좀 더 노력할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이소는 토종 한국기업”

일본 ‘100엔 숍’에서 힌트를 얻어 국내 ‘1000원 숍’ 시장을 창출해 낸 그는 IMF 사태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위기를 계기로 이 사업의 초석을 다졌다. 최근 불황 국면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서도 그는 “향후 2~3년은 다이소가 성장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직장생활 16년 만인 45세에 창업에 나선 후 다이소를 통해 샐러리맨 신화를 일군 사람이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사업 내공이 깊고 열정도 대단한 기업인으로 성장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회사 덩치가 비약적으로 커진 후 이를 어떻게 수성하느냐의 일이다. 이젠 개인 역량을 넘어 덩치에 걸맞은 시스템과 종업원들의 뒷받침이 있을 때 비로소 다이소가 제2의 도약을 이루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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