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승ㆍ손성훈 스포카 공동대표

▲ 매장과 고객을 섹시하게 연결하는 스포카의 영업직원들과 손성훈 대표(맨 왼쪽), 최재승 대표(맨 오른쪽). [사진=지정훈 기자]

아무리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도 이슬처럼 사라지는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은 수없이 많다. 고객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누가 단골손님인지 잘 모르는 자영업자도 수두룩하다. 여기 솔루션이 있다. 전화번호 하나만으로 고객관리가 가능한 웹 기반 서비스 ‘도도포인트’다. 이 서비스를 만든 두 젊은 CEO를 만나봤다.

최재승ㆍ손성훈(32) 스포카 공동대표. 2007년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만난 두 사람은 비슷한 듯 다른 인생을 살았다. 공통점은 창업 DNA. 먼저 손성훈 대표의 삶을 보자.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학사를 거쳐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앤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러다 돌연 로켓인터넷에 입사했다. 로켓인터넷은 북미ㆍ유럽 등 선진국에서 사업모델을 가져와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 벤처회사를 설립하거나 지분을 투자하는 회사.

이곳에서 손 대표는 소셜숙박플랫폼 ‘윔두’의 론칭 작업에 참여했다. 무無에서 유無를 창조하는 일. 사무실도 없이 사람을 뽑고 캐리어를 끌고 여기저기 뛰어다녔지만 그는 늘 싱글벙글이었다. “쉬운 일은 재미없잖아요.”  최재승 대표는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미국 홉킨스대와 코넬대학원에서 바이오 메디컬공학을 전공해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SK케미칼 R&D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런 그에겐 카페를 탐방하는 취미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스탬프 카드 혹은 적립카드를 받았다.

 
카페 직원은 서비스 차원에서 건넨 건데, 왠지 모르게 편치 않았다. 최 대표는 쉽고 편하게 포인트 적립할 수 없을까라고 생각했다. 이런 고민은 그의 창업 DNA를 자극했다.  2011년 5월 최 대표는 ‘스포카’라는 이름의 회사를 창업했고, 그해 11월 같은 이름의 QR코드 기반의 소셜 쿠폰 적립 애플리케이션(앱)도 내놨다. 앱을 스마트폰에 내려 받아 매장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친구와 함께 포인트를 적립하는 방식이었다.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앱을 다운로드해 보여주는 거나 적립카드를 사용하는 것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실패를 인정하고 서비스 본질에 집중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최 대표가 2012년 4월 고객이 매장에서 태블릿PC에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포인트가 자동으로 적립되는 웹 기반의 도도포인트 서비스를 내놓은 이유다. 최 대표 도도포인트 서비스 론칭에 앞서 테스트에 나섰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스포카 앱보다 14~15배 많은 사용이 이뤄졌다. 눈앞에서 결과를 확인한 최 대표는 획신이 생겼다.

무엇보다 도도포인트는 고객과 자영업자 모두에게 유용한 서비스였다. 자영업자는 스탬프카드나 적립카드 서비스를 위해 쓸데없이 돈을 쓸 필요가 없고 고객들은 포인트 관리를 위해 이것저것 들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 모두가 윈윈하는 서비스였다. 확신이 선 최 대표는 손 대표를 꼬드겼고, 도도포인트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던 2012년 손 대표가 합류했다.

창업 DNA로 5년 만에 재회

둘은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자영업자들을 찾아다니며 도도포인트를 설명하고 월 단위로 사용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녹록지 않았다. 손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지하철역에서 전단지를 배포한 적이 있어요. 투명인간처럼 무시당했죠. 지금은 강남에서 전단지를 주는 아주머니들 마음 십분 이해해요. 요즘에는 전단지를 주면 무조건 받아요.” 최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매장에 들어서면 카운터의 중ㆍ고등학생 친구들이 다짜고짜 ‘필요 없다’고 했죠.”

둘은 포기하지 않았다. 홍대 카페부터 집중 공략했고 점점 입소문이 퍼지면서 제휴 매장이 늘기 시작했다. 2013년 7월 도도포인트 제휴매장은 500호점, 현재 제휴매장은 2000곳으로 늘었다. 땀으로 일군 성과였다. 자영업자들이 도도포인트의 편리함에 유혹된 셈이다. 월 3만5000원의 비용을 내야 함에도 그랬다. 이유는 뭘까.  도도서비스를 활용하면 고객관리가 쉬워져서다. 제휴업체는 고객전화번호를 통해 포인트를 관리하고, 고객에게 생일쿠폰을 보내거나 신메뉴 정보를 알릴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휴업체는 상세한 고객데이터를 매월 리포트 형태로 제공받는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컨설팅 등 다양한 추가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손 대표는 “소상공인 중에는 매장의 단골 고객이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도도포인트를 통해 고객을 자산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카는 지난해 9월 다음카카오 카카오톡의 소상공인용 서비스인 ‘옐로아이디’와도 제휴를 맺었다.

이로써 도도포인트 제휴업체들은 고객들과 일대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쿠폰 발송, 예약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온ㆍ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수익모델은 창업 초기부터 투자자들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스포카가 GS홈쇼핑ㆍ포스코벤처파트너(12억원), 대성창업투자ㆍ보광창업투자(20억원), SBI인베스트먼트(30억원) 등으로부터 총 70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다. 창업한 지 5년이 지난 스포카는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 손성훈(왼쪽), 최재승 스포카 대표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소상공인들에게 최고의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다.[사진=지정훈 기자]

직원은 약 60명에 달하고, 본사는 한국 스타트업의 성지로 떠오르는 강남 테헤란로 대로변에 있다. 직원들 일하는 환경은 좋아졌지만 두 대표의 삶은 여전히 궁핍하다. 깨어 있는 시간을 제외하곤 일만 할 정도다. 월급도 변변치 않다. “월급은 22살 때 벌었던 절반 수준이에요. 가끔씩 데이트할 수 있을 정도죠.(웃음) 그래도 즐겁습니다(손성훈).” “우리가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게 먼저입니다. 돈은 그다음 문제죠(최재승).”

자영업자 돕는 게 최우선 가치

대신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60여명의 직원 중 무려 20여명이 R&D를 담당한다. 자영업자들에게 더 나은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들이 그리는 5년 후의 스포카의 모습은 어떨까. “매장 오픈 전 설치를 해야만 하는 그런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스마트폰, 네트워크 등에 익숙지 않은 자영업자들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동등한 경쟁이 가능한 시장을 만들고 싶습니다.(최재승)” “도도서비스가 매장의 포스처럼 당연한 서비스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고객이 갑이다’는 마음으로 일할 겁니다.(손성훈)”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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