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면세점 교통지도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이동수단은 ‘대형버스’다. 유커가 쏟아지는 시내면세점 부근이 늘 ‘교통혼잡’으로 골치를 앓는 이유다. 신규 시내면세점 역시 이런 문제를 겪을 공산이 크다. 시내면세점 입찰 후보지가 발표된 지금, 어떤 곳의 교통사정이 그나마 괜찮을까. 더스쿠프가 ‘면세점 교통지도’를 그려봤다.

▲ 기존 면세점 인근은 대형버스의 불법주차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 시내면세점의 입찰 마감일이 6월 1일 종료했다. 시내면세점의 대기업 사업권 2장을 둘러싼 유통공룡들의 전쟁이 본격 점화된 거다. 대기업 몫의 시내면세점에는 호텔신라-현대산업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 현대백화점그룹, 롯데면세점, 신세계그룹,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이랜드그룹 등 총 7곳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면세점 사업이 그룹의 부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면세점의 매출 8조3077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시내면세점 6곳(4조3502억원)이 올렸다. 유통공룡들이 시내면세점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업별 면세점 후보지는 모두 정해졌다. 신세계그룹은 면세쇼핑의 메카인 명동에 깃발을 꽂았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면세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명동 상권에 인접한 동대문에는 롯데와 SK네트웍스가 동시에 승부수를 던졌다. 동대문은 명동에 이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선호하는 지역이지만 주변에 면세점이 없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은 용산 아이파크몰을 선택했다. 한화는 서울의 랜드마크인 63빌딩에 면세점을 유치, 서울 서남권 지역의 관광 진흥 효과를 내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선정, 유일하게 강남에 터를 잡았다. 이랜드그룹은 후보지로 홍대 입구에 위치한 마포구 서교동 서교자이갤러리 부지로 최종 확정했다.

입찰 최대변수 ‘교통’

그렇다면 낙찰을 판가름할 변수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교통’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사실 교통문제는 기존 면세점도 갖고 있는 골칫거리다. 유커를 실은 수십대의 대형버스 때문에 면세점 주위는 ‘교통지옥’으로 돌변하기 일쑤다. 관세청 관계자는 “무엇보다 시내면세점을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이 부각돼야겠지만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도 중요하다”며 “입찰 후보지의 교통 환경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2014년 서울시 차량통행속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의 평균 통행속도는 시간당 25.7㎞. 시내면세점 7개 후보지의 평균 통행속도가 서울시 평균보다 높은 곳은 한화갤러리아가 선정한 63빌딩뿐이었다. 63빌딩이 있는 여의동로는 양방향 27.5㎞로 후보지 중 가장 높은 통행속도를 기록했다. 2013년 28.4㎞에 비해서도 0.9㎞밖에 줄지 않았다. 특히 낮시간과 오후시간에도 각각 27.5㎞, 25.6㎞를 찍어, 서울시 평균과 비슷한 속도를 기록했다.


서울역~용산역~한강대교 북단을 잇는 한강대로에 있는 현대아이파크몰은 지난해 평균 통행속도 23.6㎞로 2위에 올랐다. 특히 오후시간(17~19시) 통행속도가 20.3㎞에 달해, 한화갤러리아를 제외한 후보지 중 유일하게 20㎞ 벽을 넘었다. SK네트웍스의 동대문 케레스타가 있는 장충단로(청계6가~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버티고개삼거리)도 22㎞라는 양호한 통행속도를 보였다.

가장 더딘 통행속도를 보인 곳은 이랜드그룹의 서교자이갤러리 부지가 있는 양화로(양화대교~합정역~홍대입구역)로, 시간당 16.8㎞를 기록했다. 2013년 18.9㎞/h에 비해 2.1㎞/h나 감소했다. 특히 오후시간에 14.2㎞/h로 매우 느린 통행속도를 보였다. 서울 소공로(시청역~회현사거리~남산2호터널 북단)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도 차들이 ‘거북이 걸음’을 했다. 소공로의 양방향 통행속도는 17.6㎞로, 2013년 20㎞에 비해 2.4㎞가 감소했다. 낮시간(12~14시)과 오후시간(17~19시)의 통행속도는 각각 16.3㎞, 15.6㎞에 그쳤다. 특히 본점 입구를 지나는 남대문로의 통행속도는 평균 14㎞로 매우 낮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선정한 무역센터점의 통행속도 역시 17.8㎞로 신통치 않았다. 더구나 통행속도가 2013년 20.3㎞/h에 비해 2.5㎞/h나 느려졌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롯데피트인이 있는 서울 을지로(서울플라자호텔~을지로3가~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통행속도 역시 지난해 평균 18.3㎞에 머물렀다. 2013년 19.4㎞에 비해 1.1㎞가 감소했다. 낮시간과 오후시간에는 각각 18.1㎞, 15.1㎞의 평균 통행속도를 기록했다.

이런 교통문제 때문에 각 기업은 주차장 규모를 늘리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후보지인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내에 옥외주차장의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 경우 주차 가능 관광버스는 약 200대에서 400대로 늘어나게 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화갤러리아는 건물 내부 주차장과 맞은편의 한강 공영주차장을 합쳐 약 80대의 동시 주차 공간을 확보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단체 관광객을 위한 주차 시설을 확보할 예정이다. 롯데그룹과 SK네트웍스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의 주차시설을 이용하기로 했다.

“대형버스 러시 감당 어려울 것”

동대문 인근에는 관광버스를 댈 수 있는 공간이 없지만 DDP의 이면도로에는 단체 관광버스 20대가 동시에 정차 가능하다. 신세계 그룹은 개별 관광객 위주로 면세점을 운영한다는 방침이지만 단체 관광객을 위한 주차 공간 확보 역시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주차장을 늘린다고 해서 교통량 자체가 증가하는 걸 막을 순 없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기존 시내면세점도 교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꼬집은 뒤 “단순히 주차장 대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유커의 대형버스 러시를 감당해내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이 아닌 이상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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