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City Trend

▲ 미국의 푸드 트럭들은 푸드 트럭의 특징인‘이동성’이 보장돼 있다.[사진=뉴시스]

푸드 트럭 규제를 풀겠다고 한 게 1년 전이다. 하지만 푸드 트럭은 아직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왜일까. 규제를 풀겠다고는 했지만, 뭘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담당 부처가 모르고 있어서다. 푸드 트럭의 성공비결, 원조인 미국을 보면 해법이 보인다.

미국 LA에서 푸드 트럭을 본 게 2007년 여름이니 약 8년 전쯤이다. 지금도 미국 대도시에는 스트리트형 푸드 트럭이 즐비하다. 미국ㆍ캐나다ㆍ유럽 등 선진국 유명 도시에선 푸드트럭이 익숙하다. 점심시간에는 양복을 차려입은 사무직원들이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전세계 음식 경합장으로 변한 스트리트 푸드점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푸드 트럭을 들여오면 잘 될 것이라 예상했다. ‘빨리빨리’를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한국인에게 안성맞춤형 사업이 아닐까 생각해서다. 하지만 현실은 예측을 완전히 빗나갔다.

시간을 1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2014년 3월 20일, 청와대에서 벌어진 끝장토론은 장장 7시간 동안 전국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주제는 규제개혁과 철폐였고, 공무원의 보신주의에 의해 생긴 ‘손톱 밑 가시’를 없애려고 연출한 정ㆍ관ㆍ민 합동회의였다. 당시 가장 먼저 규제개혁 대상으로 나온 게 푸드 트럭이다. 대통령 앞에서 규제를 풀겠다고 약속했던 주무장관은 난감해졌다. 앞으로 발생할 몇가지 문제가 눈에 보이기 시작해서다.

 
첫째, 푸드 트럭은 기존 길거리 상점과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와 체육시설, 놀이공원 등 관리 기관의 허가를 받아 영업 중인 기존 길거리 상점의 반발이 예상된다. 둘째, 푸드 트럭 사업의 핵심인 ‘이동성’이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 영업 허가를 받은 곳을 이탈해서 자기 마음대로 장소를 정해 장사를 하면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동성이 보장받지 못하는 푸드 트럭은 기존 노점상과 다를 바 없다.

셋째, 이동성이 보장되더라도 푸드 트럭 주인이 매일매일 위치와 오늘의 메뉴를 알리는 SNS에 능통하지 못하면 일반음식점 영업과 차별화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규제개혁의 다크호스로 나타난 푸드 트럭이 인기리에 전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21세기 디지털 세상에서 소비자들은 움직이면서 모든 일을 하게 됐다.

나이ㆍ장소에 맞게 차별화 해야

손 안의 컴퓨터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 덕분에 ‘트랜슈머(transumer)’가 나타난 거다. 이런 트랜슈머를 잡는 마케팅 중 하나가 바로 푸드 트럭이다. 먹는 거라고 움직이면서 못하란 법은 없다. 원조라 할 수 있는 미국의 푸드 트럭이 성공한 요인 4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푸드 트럭 주인은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틈새시장을 찾아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음식의 경쟁자는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어줄 고객이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지, 시간대별로 어느 장소가 좋을지 등 수많은 검증의 시간을 거쳤다.
 
둘째, 일반 유명 음식점과 같거나 더 나은 ‘맛’과 ‘품질’을 유지하고, 나아가 자신만의 독특한 맛을 개발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셋째,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했다. 넷째, 골라먹는 재미(엔터테인먼트)를 더했다. 멕시칸ㆍ브라질ㆍ타이ㆍ인도ㆍ이슬람ㆍ지중해ㆍ한식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게 특정 지역에 밀집했다. 트위터ㆍ페이스북ㆍ홈페이지 운영 등 소셜미디어 활용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자, 그럼 우리나라 푸드 트럭 창업이 연착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30 청년창업자라면 캠퍼스 내에서 푸드 트럭이 아닌 ‘푸드 카트’ 형식으로 장사를 전개할 수 있다. 캠퍼스의 동선이 넓지 않으니 바퀴 달린 카트형식이 훨씬 효율적이다. 4050 장년창업자라면 낮에는 사무실 밀집지역에서, 밤에는 유흥지 인근에서 푸드 트럭을 운영하도록 사업면허를 줄 수도 있다.

물론 이들이 움직이는 공간은 도시 전체로 넓혀야 하고, 일정 해당지역에는 한정된 숫자로 인가받은 개인사업자만 장사를 할 수 있게 해 기존 상권과의 충돌을 최소화해야 한다. 즉, 나이에 따라 지역과 장사 형태를 달리 하도록 허가를 내줄 수 있단 얘기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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