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City Trend

▲ 강물과 산이 함께 있는 도시는 서울이 유일하다.[사진=뉴시스]
당신은 한 나라의 수도이면서 도심을 가르는 강을 지닌 도시가 어디인지 아시는지. 필자가 마켓써베이(market survey)를 했던 세계 주요 50여개 도시중에서 한 나라의 수도이면서 해당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을 지닌 도시가 생각보다 참으로 적음을 알게 된다. 생각해 보니 수도이면서 도심을 가르는 강을 지닌 천혜의 혜택을 받은 도시가 어찌 많겠는가.

필자가 다녀온 세계 유명 도시중에서 이런 두가지 조건을 갖춘 도시는 딱 4개밖에 없었다. 그나마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메가시티로는 단 3개뿐이었다. 영국의 런던, 프랑스의 파리 그리고 대한민국의 서울뿐이다.

# 사례 1 | 파리 센강의 ‘파리 플라주’ = 예전 여름에는 파리 시민이 바캉스를 떠나 시내가 텅 비고 차량 통행도 수월했었다. 하지만 장기간 불황의 여파로 인해 파리 시민들이 바캉스를 떠나지 못하자 파리 시당국은 ‘파리 플라주’라는 일종의 인공해변을 만들어 주게 된다. 이는 파리 센 강변 주변에 매년 여름휴가 기간에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시민을 위해 약 한달쯤 개장하는 인공 해변으로, 강 주변에 1000t이 넘는 모래를 뿌려 모래사장을 조성한다. 이곳에서는 각종 음악회와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려 시민과 관광객에게 호평을 받는 곳이 되었다. 매년 ‘파리 플라주’의 면적이 넓어지는 것을 보면 상당히 성공적으로 강을 이용한 도시경쟁력 강화에 성공한 사례다.

# 사례 2 | 파리서 ‘바토무슈’ 모르면 간첩= 바토무슈(Bateaux-Mouches)를 들어본 기억이 있는가.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관광객이 파리의 야경을 제대로 보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흔히 유람선 이름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바토무슈’는 유람선을 운항하는 회사의 이름이다. 파리의 유람선은 파리 방문객이라면 꼭 한 번 거쳐야하는 의례적인 통과코스다. 에펠탑을 비롯해 오르세미술관, 루브르박물관, 시청사, 노트르담 성당 등 편안하게 파리의 주요 건물들을 한번에 볼 수 있다.

# 사례 3 | 런던 템스강변의 ‘런던아이’ = 영국 런던에 갔다 온 분들이라면 대부분 템스 강변에 있는 ‘런던아이’에 시승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런던아이’는 1999년 영국항공(British Airways)이 새천년을 기념하여 건축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순수 관람용 건축물인 관람차’로서 일명 밀레니엄휠(Millenni um Wheel)이라고도 불린다. 영국 런던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런던 시내의 모습을 다양한 방향에서 관람할 수 있어서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장소가 되었다.

천혜의 자원 ‘한강’

이곳에서는 매년 1월1일을 기념해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성대하게 열린다. 그리고 세계적인 유명 명차의 신제품 세일즈프로모션이 개최되기도 한다. 새로운 자동차를 열망하는 전세계 카 마니아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실시간으로 중계도 해준다. 이를 위해 현장은 무대, 연출, 이벤트 모두 사상 최대 스케일로 준비된다. 자동차와 강변은 묘한 어울림으로 인해 세계 유명 강이나 바닷가에서는 세계 최대의 신차 프로모션이 열린다.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은 수십년 동안 일정한 로드맵 없이 무분별하게 개발돼 왔다. 제5공화국때는 치수를 위해 강폭을 넓히는데 주력했다. 황량해 보이기도 했던 갯벌과 모래사장은 일정 간격의 콘크리트로 도배됐다. 자연친화적이라기보다는 인공적 간결성으로 인해 생태적 다양성이 사라지게 됐다. 오세훈 전 시장 재임 시절 ‘한강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던 사업은 모두 보여주기식 토건사업과 엉뚱한 디자인사업이라는 지적이 많다. 시민의 혈세가 낭비됐다는 얘기다.

가장 최근에 나온 한강 개발계획으로는 홍대~합정~한강으로 이어지는 ‘관광벨트’ 프로젝트가 있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해 1000만명이 넘지만, 한강을 찾는 관광객은 10%에 불과한 실정을 타파하기 위해서다. 한강에 이동식 수상무대도 띄우고, 쇼핑ㆍ공연 그리고 먹거리를 동시에 즐기게 한다는 계획이다. 한강변에 있는 명소라고는 달랑 63빌딩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거의 회색일변도인 고층 아파트와 고급빌라로 이어진다. 그것도 한강 양쪽편 모두 말이다.

외국 관광객이 한강변 유람선을 타고 서울을 볼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그렇지만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전세계 도심에서 강물과 함께 산이 조망되는 곳은 서울이 유일한 도시라는 사실이다. 전세계 유일한 천혜의 자원을 갖춘 서울의 한강을 제대로 활용해 도시경쟁력 강화와 서울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지도자는 언제쯤 나타날까.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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