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설계 양극화

▲ 재무설계가 필요한 서민계층을 위한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사진=뉴시스]

재무설계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재무설계는 여전히 자산가를 위한 서비스, 상품 판매를 위한 절차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가는 재무설계는 자산가가 아닌 서민층을 위해 더 필요한 서비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민이 재무설계를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강현호(가명ㆍ32세)씨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직장생활을 3년 넘게 했지만 모아둔 자산이 없어서다. 강씨의 월급은 200만원 남짓. 그러나 월세에 각종 세금과 통신비ㆍ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남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월 30만원짜리 적금을 넣고 있지만 이마저도 생활비가 모자라 두달이나 입금하지 못했다. 재무컨설팅을 받아보라는 주위의 권유에 금융회사를 찾았지만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재무상담보단 상품판매가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저금리ㆍ저성장 시대. 누구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계층은 서민이다. 소득에 비해 무섭게 오르는 물가와 주거비 부담이 삶을 팍팍하게 만들고 있어서다. 하지만 서민을 위한 정책은 햇살론ㆍ미소금융 등 (서민)대출에만 맞춰져 있다. 금융회사 역시 고액 자산가를 위한 재테크 위주의 재무설계에 힘을 쏟고 있다. 그게 돈이 돼서다. 물론 최근 은행업계를 중심으로 한 금융권이 서민층의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KB금융그룹은 2011년 VIP라운지를 이용하는 우수고객에게 시행했던 ‘스타테이블’ 자산관리서비스를 지난해부터 모든 고객으로 확대했다. KDB대우증권도 ‘개인연금 피트니스’ 등을 출시하며 고객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회사의 재무컨설팅은 상품판매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재무설계를 받기 위해 금융기관을 찾은 고객은 최고의 상품 판매 대상이다. 재무설계를 바탕으로 보험ㆍ펀드ㆍ개인연금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가입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2013년 하나금융연구소가 성인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7.6%가 금융회사의 은퇴설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로 현재 은퇴를 준비할 경제적 여력이 부족해서라고 밝혔다.

또한 ‘고액 자산가를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해서(15.1%)’와 함께 금융상품 판매ㆍ권유를 목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라고 생각해서 부담스러워서 이용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13.2%로 높게 나타났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무설계를 받은 이후 오히려 생활의 어려움이 심해진 사례가 있다”며 “이는 대부분의 재무설계가 금융 상품 가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무컨설팅을 받은 이후 가입한 상품을 유지하기 위해 빚을 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재무설계는 재테크가 아니라 수입ㆍ지출ㆍ소비습관을 분석해 재무적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민층을 위한 재무설계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ㆍ지출관리 등 재무설계 관련 부문인 금융행위의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에 못 미쳤다. 특히 가계소득과 학력이 낮을수록 금융이해력은 떨어졌다. 그만큼 재무설계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2010년 서울시가 저소득가구를 위한 금융ㆍ재무 컨설팅 사업을 실시한 결과, 참가자의 93%에서 상담 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며 “제대로 된 재무컨설팅은 서민층 가구의 경제활동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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