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임대상가 허와 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상가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단기로 상가를 임대하거나 매장을 쪼개 임대·운영하는 기법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깔세, 팝업스토어, 숍인숍 매장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기 임대상가는 목돈을 들이지 않고 짧은 시간에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법적 구제수단이 미흡하다는 단점도 있다.

◆깔세의 유행 = ‘깔세’가 성행하고 있다. 깔세는 보증금이나 권리금 없이 1~3개월치의 월세를 한꺼번에 내고 계약을 맺는 ‘선납형 단기임대’다. 보통 등산복ㆍ신발ㆍ화장품을 쌓아놓고 ‘재고정리’ ‘땡처리’ 등의 현수막을 붙여놓은 매장이 깔세로 운영된다. 계약 임대기간의 월세를 한번에 선납하는 대신 보증금이 낮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때문에 치고 빠지는 ‘한탕 장사’로 인기가 높다. 목이 좋은 곳은 월세가 1000만원을 웃돌기도 한다. 깔세는 경기 불황으로 점포를 임대하는 게 힘들어진 건물주가 짧게나마 수익을 얻기 위해 도입됐다. 임차인인 가게 주인이 장사가 어려워지자 본인이 내는 월세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깔세를 놓는 경우도 있다. 가게 문을 닫는 것보다 단기로 임대하는 게 훨씬 이익이라서다.

깔세 피해 구제방안 부족

최근엔 단기임대만 전문적으로 연결해주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이 사이트에는 하루에 150~250건의 문의글이 올라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세입자는 목돈이 들어가는 보증금 부담이 줄어 좋고, 건물주는 시세보다 높은 월세를 받을 수 있어 윈윈 전략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깔세가 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법엔 임시 사용을 임대차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때문에 이중계약, 일방적 중도 해제 등 낭패를 볼 공산도 있다.

실제로 피해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법을 잘 모르는 단기 임대 수요자를 대상으로 중개업소가 불법수수료를 받거나 허가받지 않은 가건물과 계약을 맺었다가 자리를 뺏기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단기로 임대하더라도 계약서를 꼼꼼하게 작성해야 한다. 점포 앞 노점에 단기임대로 들어가는 경우는 대부분이 불법이어서 주의해야 한다. 피해자들을 구제할 법적 장치 역시 미흡하다. 일부 건물주는 무단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금과 보증금을 반납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임대인 역시 정식 계약절차를 생략하거나 보증금을 걸지 않아 월세 체납에 따른 부담을 떠안는 경우도 있다.

◆ 팝업스토어의 인기몰이 = 팝업스토어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신상품 등의 실험무대로 팝업스토어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신제품을 선보이려는 상당수 업체가 시장 반응을 미리 판단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개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키엘ㆍ빌리프ㆍ프로스틴 등 화장품 브랜드가 가로수길 팝업스토어에서 큰 인기를 끌자 정식 매장을 개장한 건 대표적 사례다.

컴퓨터 화면에 떴다가 사라지는 ‘팝업’ 창에서 이름을 딴 팝업스토어는 일반 판매 매장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독특한 체험 마케팅과 인테리어로 브랜드의 특성을 한눈에 드러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팝업스토어도 위험요인이 많다. 무엇보다 ‘1개 점포, 다수 임차인’ 계약으로 진행될 경우 임대차 권리문제가 발생해 임차인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팝업스토어를 개인 상점으로 확대할 경우 계약서를 꼼꼼하게 작성해야 한다. 일반 매장보다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도 단점이다.

◆ 숍인숍 점포의 시너지 효과 = 숍인숍 점포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저렴한 숍인숍을 전문으로 전국에 매장을 낸 외식업체가 속속 생겨날 정도다. 한 피자 전문매장은 백화점·대형마트 등에 숍인숍 형태로 100여 매장을 출점했다.

숍인숍은 다세대 주택처럼 기존 상가에 또 다른 작은 점포를 차리는 것을 말한다. 주로 대형 마트나 아웃렛 등에 입점하는 숍인숍은 권리금이 없고 점포 비용도 대부분 수수료 방식이다. 운영 중인 매장의 유휴공간을 이용해 제2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고깃집에 별도 점포로 커피숍을 입점시키는 것이다. 각각 아이템의 시너지 효과로 매출을 끌어올리고, 임대소득도 챙길 수 있다. 활용 공간이 좁아 입점 점주가 나가도 큰 부담이 없다.

숍인숍과 비슷한 종류로는 이부제상가가 있다. 이부제상가란 한 점포에서 시차를 두고 두 가지 업종으로 영업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미 미국·일본 등지에선 보편화된 점포 운영방식이다. 미국의 경우 같은 점포에서 전혀 다른 업종으로 바꿔가며 영업 하는 사례가 많다.

해외에서 인기 끄는 이부제상가

일본에서는 같은 점포에서 2명의 점주가 서로 다른 업종의 영업을 하는 형태가 유행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을지로·명동이나 강남권과 같은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이부제상가가 운영되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이부제상가에 투자에 주의할 점은 주력업종이 타격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손발이 맞지 않은 업종을 이부제로 운영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늘고, 재료 손실도 많다. 이부제상가를 추진할 때 업종 선정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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