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멘토링 ➏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편

대학 재학 시절 국내 벤처 1호인 비트컴퓨터를 창업한 조현정 회장은 창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고용 없는 성장과 자동화의 상승작용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창업형 인간이나 창업 아이템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20년 후 각광받는 일자리는 지난 30년을 돌아볼 때 지금은 없는 직업일 가능성이 크다”며 “비자발적 창업이라도 하라”고 조언했다.[사진=지정훈 기자]
Q 멘티가 멘토에게

월급쟁이로 안정적인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모험을 하더라도 꿈을 좇을 것인가? 월급쟁이가 되면 불가피하게 현실과 타협해야 하나요?

A 멘토가 멘티에게

‘고용 없는 성장’ 시대를 맞았습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도입된 ‘자동화’도 인력 감축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들어가려는 대기업일수록 고용을 줄여서라도 성장을 하겠다는 게 요즘 기업 풍토입니다. 기존 기업에서는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는다는 거죠.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서비스 분야에서도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서비스 분야의 전문직 일자리도 감소할 겁니다. 일례로 회계사라는 인기 직업이 사라질 거라고 합니다. 신문 기사도 이미 컴퓨터가 씁니다. 컴퓨터 그래픽(CG)의 발달로 영화배우도 수가 크게 줄어들 거예요. 사람이 하는 표정 연기도 일부만 실연한 후 CG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죠.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는 신산업 곧 창업 기업에서 만들어집니다. 미국도 새 일자리는 대부분 신산업에서 생겨요. 내가 새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나의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시대, 여러분이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시대에 어떻게 해야 자신의 미래를 보장받을 것인가?

답은 창업밖에 없습니다. 창업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창업을 했다가 실패하면 취업을 해야 합니다. 직장을 잃은 베이비부머의 생계형 창업과는 방향성이 반대죠. 창조, 창직創職, 창업이 대세인 시대를 맞은 겁니다. 과거와 달리 창업을 해 본 사람은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 직장에서도 환영을 받습니다.
취업이 안 돼 등 떠밀려 하는 비자발적 창업이라도 해야 합니다. 혼자 못하면 동업이라도 해서 창업을 하세요. 100세 시대를 맞아 부각된 창업의 장점은 은퇴가 없다는 겁니다. 나만 해도 건강이 허락해야겠지만 앞으로 10~20년은 더 회사를 이끌 수 있을 거 같아요. 창업을 하면 설사 큰 성공은 하지 못하더라도 은퇴 시기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창업이 취업할 때보다 훨씬 힘듭니다. 잘 안 될 때 고통이 훨씬 크죠. 하지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입니다. 돌이켜보면 30년 전만 해도 지금 있는 직업의 대다수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누군가 ‘창직’을 했다는 거죠. 인터넷이 상용화된 게 20년 전입니다. 인터넷 관련 산업 특히 모바일 쪽의 많은 일자리들이 불과 20년 전만 해도 실존하지 않았어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리면서 지금은 인터넷과 관련 없는 업은 없습니다. 앞으로 20년 후 각광받는 일자리는 지난 30년을 돌아볼 때 지금은 없는 직업일 가능성이 큽니다.

스펙 쌓기는 한마디로 무모합니다.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으로 인성 과외까지 한다죠? 대학의 졸업학점은 변별력이 없어 대기업들이 안 믿지만 우리 회사도 안 믿습니다. 수도권 대학 출신의 93%가 졸업학점이 평균 B학점 이상입니다. 상대평가라지만 재수강을 해 학점 관리를 하기 때문이죠. 토플ㆍ토익 점수 높아 봤자 유학파가 널려 있습니다. 우리 회사만 해도 해외사업 파트는 중학교 때부터 유학한 해외파를 뽑습니다. 영어를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으로 하는 친구들이죠.

“비자발적 창업이라도 하라”

그럼 뭘 해야 하느냐?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세요. 문제 해결 능력은 취업준비생 수준에서 요구되는 기업가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생이라면 방학 때 스펙을 쌓을 게 아니라 프로젝트를 하세요. 대학 4년 동안 방학이 7번인데 1학년 방학을 빼도 5번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습니다. 학기 중 열심히 공부하고 방학 때는 쉴 생각 하지 말고 봄ㆍ가을 두 학기가 방학 때 할 두 달짜리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하세요. 수강 신청 자체를 방학 때 할 프로젝트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데 초점을 맞추세요.

프로젝트로는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게 좋습니다. 문과생도 할 수 있습니다. 하버드 출신의 켄트 김은 이메일로 1000명의 세계 저명 인사에게서 격려사를 받아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미국 대통령, 영국 총리도 답장을 했습니다.

창업형 인간이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대담한 타입도, 소심한 사람도 다 할 수 있는 게 창업입니다. 나도 본래 몰입하기 좋아하는 내성적인 타입입니다. 창업 아이템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에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재래시장에 들어가 시장의 구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그 덕에 주변 상인들도 덕을 봅니다. 고사 중이던 재래시장을 살리고 있는 거죠. 이들 다수가 블로그를 통해 인터넷과의 융합을 시도합니다. 모바일 비즈니스는 비전은 있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좀 걱정스럽습니다. 모바일에 대해 연구한 후 다른 아이템과 콜라보레이션 하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창업 아이템을 찾으려면 우선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합니다. 또 인터넷 매체 말고 제목과 본문이 한눈에 들어오는 종이신문을 많이 보는 게 좋습니다. 전시회를 많이 가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어떤 창업을 할지 모르니 다양하게 다녀봐야죠. 전시회에 가면 사은품을 주는 부스에 줄을 설 게 아니라 이곳저곳 많이 꼼꼼하게 둘러보세요. 아는 것이 적으면 좁은 범위에서 창업 아이템을 고르게 돼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창업을 할 때 체크 리스트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공통적으로는 기술 및 아이템, 자본력, 창업 파트너, 시장 등을 살펴야 합니다. 우선 기술ㆍ아이템이 독보적이거나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업계 1등보다 업계 1호 기업이 낫습니다. 1호는 자동으로 1등인데 1등 자리를 빼앗겨도 선점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2~3년은 버틸 자금도 있어야 하고요. 나는 시장에 주목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은 갖췄는데 지갑을 열 집단이 필요했죠. 그래서 구매력이 있는 의사 그룹을 고객으로 삼았습니다.

 
어려움 극복은 각자의 몫

창업 여건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실패하면 일가친척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연대보증제가 폐지됐습니다. 또 투자자금이 많아져 돈을 빌리지 않고도 할 수 있습니다. 융자와 달리 투자금은 사업에 실패해도 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돈이죠.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미국의 경우 창업가들의 평균 창업 횟수가 2.8회입니다. 두 번 이상 망해 본 사람들이라는 거죠. 우리나라는 한번도 망하지 않으려 들어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창업 자체가 유연해지다 보니 망할 회사가 연명을 하는 거죠.

월급쟁이가 되면 불가피하게 현실과 타협해야 하냐고요? 그런 면이 있죠. 하지만 창업을 해도 직원을 뽑아야 합니다. 조직 안에 월급쟁이가 생기는 거죠. 나야 창업을 권하지만, 창업은 선이고 취업은 악이라는 식의 2분법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취업을 하더라도 기존 기업행보다 창업 기업에 들어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창업 초기에야 기존 기업보다 보수가 적지만 주식 등으로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겠습니다. 기성세대가 치열한 경쟁사회를 만들었고 세상이 각박해졌다고 하는데 전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사회구조 탓만 하면 거기서 어떻게 벗어납니까? 극복은 결국 각자의 몫일 수밖에 없어요.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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