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멘토링 ⑪ 이영미 경상여중 교사 편

이영미 경상여중 교사는 10여권의 책을 낸 스테디셀러 저자이자 스타 강사다. 학생은 교사의 VIP 고객이라고 외치는 천생 선생님이지만 “돌이켜보면 나의 20대는 불행했고 30대는 우울했다”고 말한다. 역량보다 인성이 우선이라는 그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내 안의 열망에 집중하라”고 권했다.

Q 멘티가 멘토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고 각종 스펙을 쌓아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것과 올바른 인성을 갖추는 것은 양립 불가능한가요? 아니라면 어떻게 이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있나요?

A 멘토가 멘티에게

스펙이란 놓아야 할 놀이공원의 풍선 같은 거예요. 놀이공원에서 풍선을 손에 넣으면 꼭 쥐고 있어야 합니다. 놓치면 하늘로 날아가기 때문이죠. 그런데 풍선 줄을 손에 쥐고 있으면 마음껏 놀 수가 없어요. 그러다 풍선을 놓쳐버리면 허망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이 편해집니다. 스펙이 없으면 초라해 보이지만 있는 스펙에 얽매이면 인생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어요.

내가 스테디셀러를 여러 권 낸 저자에 대구에서는 꽤 잘나가는 강연가인데 남의 이야기를 듣는 방청객 ‘알바’를 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자칭 ‘노찾사’ 회원이거든요. 노는 물이 다른 사람을 찾는 사람들이죠. 노는 물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 문화접변, 문화의 융합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지평과 강의의 폭이 넓어지죠. 그런데 기왕이면 돈 되는 강연을 듣고 푼돈이나마 벌어 잘 쓰면 좋잖아요.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내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내 안의 열망에 집중하세요. 스펙도 직업도 남의 눈이 아니라 나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선택하세요. 외모나 의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패션 블로그를 하는 목적은 스스로 입고 싶은 옷을 입기 위해서입니다. 공룡에 대해 공부하는 날은 강의 도구로 공룡이 프린트된 옷을 입고 출근하고, 올해 교내 체육대회 날엔 조선 여인 어우동 차림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학생들에게 충격적이고도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덕분에 학생들과 사진을 가장 많이 찍은 날이 됐죠.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것과 올바른 인성을 갖추는 건 양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인성 함양에 우선순위를 두고 싶습니다. 인성이란 자기 인생을 제대로 사는 힘입니다. 교육된다기보다 다양한 경로로 몸에 스며드는 것이죠. 보고 배우는 것, 말 그대로 체득하는 겁니다. 인성을 갖추면 늦더라도 성취 욕구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잘 살아야겠다는 목표가 생깁니다. 나는 인성은 교육을 통해 성취할 수도, 평가의 잣대를 들이댈 수도 없다고 봅니다. 나의 성공한 제자들을 보면 대부분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입니다. 인성을 제대로 갖춘 사람들이죠.

여러분은 꽃 같은 존재입니다. 다수가 봄에 피는 꽃이기를 바라죠. 똑같이 노란 꽃이지만 민들레는 봄에, 호박꽃은 여름에, 국화는 가을에 핍니다. 피는 계절이 저마다 다르다는 거죠. 동백꽃은 심지어 겨울에 핍니다. 왜 나는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할까 조바심하지 마세요. 언젠가 반드시 활짝 꽃을 피울 겁니다. 계절을 앞당겨 꽃을 피우려는 건 욕심이지만 이러다 꽃을 피우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부질없습니다. 남이 빨리 꽃을 피우더라도 불안해하지 말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세요.

적성보다 관심, 끌리는 일 하라

피는 계절을 떠나 어느 꽃이 본질적으로 더 아름답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벚꽃은 사람들이 찾아다니며 구경을 하지만 배꽃은 사람들에게 달콤한 배를 안겨주죠. 나도 작가 생활은 30대 말에, 방송은 마흔 넘어 시작했고 강연가는 마흔을 훌쩍 넘겨 시작했습니다. 20대는 불행했고 30대는 교사로 내 인생을 마감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우울했습니다. 언젠가 꽃을 피운다고 해서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식물도 꽃을 피우려면 물과 양분을 공급받고 땡볕 등 자연의 혹독함을 견뎌야 합니다.

헛된 꿈을 꾸고 있을 수도 있어요.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내가 꿈을 이룰 능력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김연아와 박지성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좌절의 아이콘일 수도 있어요. 희망 고문에 속지 마세요. 공부를 썩 잘해야 하는 일도 있고, 임용고시 같은 관문이 버티고 있는 직업도 있잖아요? 이 꿈이 나에게 과연 절실한지도 따져 보세요. 부모들이 부추긴 꿈을 제 꿈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면 꿈을 강요당하는 세대 같아요. 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진득하고 느긋해질 필요가 있어요.

적성에 맞지 않는 일에 종사하더라도 잘 살 수 있습니다. 나는 본래 예체능 계열이 적성에 맞는 사람입니다. 그 분야로 나가겠다는 꿈은 못 이뤘지만 행복하게 삽니다. 오래 하다 보니 교사도 적성에 맞는 거 같고요. 사람들에게 “나는 뼛속까지 여배우”라고 하는데 교사야말로 시나리오를 쓰고 모노 드라마를 하는 배우입니다. 관객이자 고객인 학생들을 들었다 놨다 할뿐더러 학생들과의 ‘밀당’에도 능해야죠.

적성보다는 끌림,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지는 그런 일을 하세요. 재미보다는 관심에 더 가까운 심리 상태죠. 좋아하는 일과도 뉘앙스가 다른데 시선이 가고 마음이 쏠리는 일이라고 할까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를 믿어 보세요. 그게 잘 안 되면 자기 몸에 대한 자신감을 느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사랑과 신뢰는 다분히 추상적인 가치이지만 우리 몸은 실체가 있잖아요? 얼굴은 안 예뻐도 몸매는 아름다울 수 있고, 몸매가 별로라도 옷발은 좋다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여자든 남자든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찬찬히 살펴 보세요. 자기 몸의 강점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누드로 비춰보는 게 좋습니다. 몸은 빠져도 목소리는 좋을 수 있죠.

꿈이 하나일 필요는 없습니다. 꿈이 하나니까 못 이루면 끝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 거예요. 꿈이 꼭 커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의 꿈을 한 스무개쯤 적어 보세요. 그중엔 작고 소박한 꿈, 쉽게 이룰 수 있는 꿈도 한 다섯가지 끼워 넣으세요. 입시 부담에 짓눌린 고교생이라면 신당동 떡볶이 사먹기, 노래방 가기, 하루 종일 잠 자기 같은 것들이죠. 힘들 땐 이런 작은 꿈부터 행동으로 옮기세요. 작은 꿈이라도 이루어지는 동안엔, 당신은 꿈을 이뤄가는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여러분이 나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