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변수 수두룩, 이사철이 무섭다
전세 변수 수두룩, 이사철이 무섭다
  •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 호수 159
  • 승인 2015.09.24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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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전세난 심화 빨간불

▲ 각종 대책에도 전세난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세 망국론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사진=뉴시스]
여기 기본공식이 있다. ‘금리가 인하되면 전세난이 심화됐다.’ 지금이 딱 그런 시기다. 초저금리 시대이니 전세난이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전세난을 부추기는 변수는 수요ㆍ공급의 불일치, 주택시장 자본차익 기대 저하 등 무수히 많다. 이번 가을에 전세난이 심각해질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 9월의 ‘부동산 수치’는 잔인하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은 70%를 넘어섰다. 이사철이 아직 본격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그렇다. 수도권 아파트 중 전세가율이 90% 이상인 곳도 10%에 달한다. 이 중 19%가량이 전셋값이 매매가를 웃도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아파트여서 깡통 전세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사실 이전에도 전세난은 있었지만 요즘처럼 상황이 나쁜 경우는 없었다. 중산층이라고 자부하던 이들도 ‘2년마다 전셋값 올려주기 정말 힘들다’는 볼멘소리를 늘어놓을 정도다. 문제는 가격만이 아니다. 매물이 없다는 건 더 심각하다. 전세 물건은 씨가 마르고, 아파트 월세 비중은 8개월 연속 늘고 있다.

전셋값이 매매가격 수준으로 치솟은 이유는 전세 수요는 많은데 매물이 줄어들어서다. 이는 저금리에서 기인한 문제 중 하나다. 금리가 높을 땐 사실 전셋돈만 받아도 집주인은 만족했다. 보증금을 재투자하지 않아도 예금금리만으로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금리가 낮아도 너무 낮아져서 집주인이 누리던 장점이 사라졌다. 어떻게든 월세로 돌려서 저금리로 인한 손실을 상쇄하자는 심리가 전세 매물을 줄어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세난에 떠밀려 집을 사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의 주택매매량이 2006년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건 이를 잘 보여준다. 특히 아파트보다 연립, 다세대 주택의 구매층이 크게 증가했다.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상대적으로 값이 싼 연립다세대 주택으로 세입자들이 ‘주거 하향’을 꾀한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올 가을에 사상 최악의 전세난이 불어닥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지난 7월 22일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이 가뜩이나 불안한 전세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출규제 강화가 예고되면서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려는 수요자들이 주택 매수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7·22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은 내년부터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을 줄이고 원리금 분할상환을 늘리는 한편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의 성격을 보이면서 소득이 불안정한 자영업자를 비롯해 40~50대보다 소득이 낮은 20~30대 젊은층의 대출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집마련 수요자들 사이에선 주택거래를 미루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출 규제가 장차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행동이다. 이런 대출규제 강화에서 비롯되는 부작용으로 매매전환의 수요가 줄어든다면 해마다 찾아오는 가을 전세난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 중인 것도 올 가을 전세난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물론 기준금리 인하로 전세 물량의 공급은 더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전세대출의 금리 인하로 전세 수요는 더 늘어남으로써 수급불일치가 심화될 공산이 크다. 특히 금리가 낮아지면서 집주인이 은행예금을 통한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월세전환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더 심각한 건 집주인의 ‘월세 전환’이 전세난 악순환의 고리 역할을 할 거라는 점이다. 월세 전환이 빨라지면 전세 공급량이 부족하게 되고, 그러면 전셋값이 추가상승할 게 불 보듯 뻔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전의 금리인하 당시에도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세난을 부추겼다. 업계에 따르면 임대차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던 비율은 2011년 33%에서 2013년 39.4%로 크게 높아졌고, 지난해에는 41%로 올라섰다. 올해에도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월세거래량은 4만766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증가했다.

▲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기도 전에 전셋값은 치솟았다.[사진=뉴시스]
전세난 ‘주거하향’까지 이끌어

문제는 전세난은 심화되는데 이를 해소할 만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전세난의 원인은 수요과 공급의 불일치이며, 이는 구조적 문제기 때문이다. 특히 초저금리, 주택시장 자본차익 기대 저하, 거시경제 불안 등의 변수는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2일 정부가 내놓은 ‘서민 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은 아쉬운 측면이 많다.

실효성 있는 임대주택 공급대책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깡통 전세 리스크를 낯추기 위한 전셋돈 반환 보증 상품 강화 대책도 빠졌다. 강남에 쏠린 재건축 이주 수요가 올 하반기 전월세 시장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는 가운데 이주시기를 직접 조율하는 추가 대책도 절실하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지 않으면 전세난은 당분간 서민경제를 옥죌 공산이 크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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