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소주택 빛과 그림자

▲ 낡은 주택을 허문 자리에 개성 있는 공간을 연출할 수 있는 '협소주택'을 짓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싼값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작은 땅을 매입해 그곳에 직접 집을 짓는 사례도 이전보다 훨씬 증가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협소주택’이 대표적 예이다. 문제는 생각만큼 싸지 않고, 생각만큼 짓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협소주택의 난제들을 짚어봤다.

얼마 전 ‘협소주택’이 주요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페이스북 등 SNS에도 예쁘게 지어진 협소주택의 사진이 퍼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협소주택은 약 50㎡(약 15평) 이하 토지에 세워진 좁고 작은 집을 말한다. 199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가 붕괴되자 본격적으로 등장한 주택 형식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자 도심 밖으로 떠났던 도시 생활자들이 유턴하면서 아주 작은 땅을 활용해 단독주택을 짓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협소주택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 평생 한번 지을까 말까 한 단독주택을 좁게 지으려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택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점 역시 협소주택을 꺼리는 이유가 됐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넓고 쾌적한 아파트 주거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국내 주택시장에도 협소주택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한 ‘전세 품귀현상’, 수도권 아파트 전세ㆍ매매가의 가파른 상승 등 때문으로 보인다. 집에 대한 인식이 ‘소유(하우스)’에서 ‘거주(홈)’로 바뀌면서 임대시장에 머물려는 수요가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정부는 협소주택의 활성화를 정책적으로 돕고 있다. 서울시도 적극적이다. 서울시는 4층 이하 주택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할 때 공사비의 80% 이내에서 2%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협소주택의 부지는 보통 자투리 땅 또는 다세대 건물을 세우려다 실패한 땅 등이다. 서울의 주거지는 모두 313㎢로 도로ㆍ공원을 빼면 아파트 지역(뉴타운 예정구역 포함)이 123㎢, 저층 주거지역이 111㎢이고, 저층 주거지역의 72%가 지은지 20년이 넘는 주택으로 조사됐다. 낡은 주택을 허문 자리에 개성 있는 집을 지으려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틈새시장이 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협소주택을 짓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근사한 겉모습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어려움들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협소주택은 건설비가 많이 든다. 서울에서 단독 주택지를 매입하려면 최소한 3.3㎡에 1000만원은 생각해야 한다. 땅을 사는 데만 1억5000만~2억원가량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1990년대 일본에서 인기

여기에 건축비 1억5000만~2억원(연면적 99㎡ 기준)을 감안하면, 적어도 3억~4억원가량을 써야 한다. 협소주택은 작은 공간에 필요한 주거기능을 모두 녹여내야 하기에 공사에 들어가는 요소들이 많아 50평짜리 아파트의 건축비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미 지어진 협소주택을 보면 건축주들이 해당 부지를 원래 소유했거나 증여를 받아 따로 토지매입비를 쓰지 않은 사례가 대부분이다.

적당한 땅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건폐율을 고려했을 때, 최소 66㎡(20평) 정도는 돼야 집을 지을 수 있는데 시장에는 그만한 매물이 없다. 땅값이 비교적 저렴한 서울 외곽으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작은 단독주택 필지가 나와도 주택업자들이 주변 필지와 함께 매입해 다세대나 다가구를 짓는 일이 더 흔해서다.

협소주택 시공에 전문성을 갖춘 업체가 많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시공사가 협소주택의 도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공사 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인 부분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현재 협소주택을 지을 때에는 단독주택에 적용되는 규제들이 적용된다. 특히 주차 공간이 문제다. 현행법에 따르면 일반 단독이든 협소주택이든 반드시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인접한 집과는 50㎝를 띄워야 하고 인접 도로폭을 4m 이상으로 하다보면 원래 땅에서 협소주택 면적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는 협소주택 활성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협소주택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건 도심 외곽의 단독주택이다. 전원주택보다 생활여건이 좋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문제는 역시 ‘비싼 가격’이다. 좋은 주거환경의 단독주택에 살고 싶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망설이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최근 등장한 것이 ‘캥거루하우스’다. 캥거루 하우스는 캥거루가 새끼를 키우기 위한 집을 자신의 몸속에 하나 더 갖고 있는 것처럼 집 안에 또 하나의 집을 품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외부에서 보면 하나의 집이지만 내부는 두채로 구분돼 있다. 평소에는 전원주택이나 주말주택으로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나 남는 공간은 임대형 별장, 펜션 등으로 이용해 수익을 얻는 것이다.

작은 집 품은 집 ‘캥거루하우스’
 
1~2층이 분리되기도 하고 연결되기도 하는 가변형으로 설계돼 세대가 나눠서 쓰거나 집 전체를 넓게 쓸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부모와 성인이 된 자녀가 같이 살거나, 결혼해서 자녀를 둔 젊은 부부와 부모가 같이 사는 집인 ‘듀플렉스하우스(두 집이 벽을 두고 붙어 있는 형태)’도 인기다. 듀플렉스하우스를 직접 지어 자녀를 둔 부부와 부모님까지 3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식이다. 단독주택 필지를 나눠 집을 여러개로 짓기도 한다.
특히 이런 주택들은 입지가 좋을 경우 수요자가 많아 높은 임대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비싸고 관리가 불편하다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스마트 홈을 결합한 사용편의를 높였기 때문이다. 태양광 시스템, 충진형 단열재, 독일식 창호 등을 사용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이제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닌 사는(Live) 곳이 됐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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