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 우리나라 키덜트 시장은 매년 20~30% 성장할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키덜트(감성·취향이 아이 같은 어른)’가 시장의 새로운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린 시절에 열광한 캐릭터가 새겨진 화장품이나 문구, 티셔츠를 구입하는 데 지갑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시장에서는 아이 같은 어른인 ‘키덜트(kidults)’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키덜트족은 애들(kids)이나 소비할 법한 디자인 캐릭터, 상품에 집착하고 돈을 쓰는 어른들(adults)을 일컫는 용어다. 이들은 어른이 돼서도 헬로키티나 스펀지밥 등 어린 시절에 열광한 캐릭터가 새겨진 화장품이나 문구, 티셔츠를 선호하면서 만화영화에 나온 피겨를 사 모은다. 색칠 놀이나 인형 만들기처럼 어린 시절에 즐겨하던 놀이에 빠지기도 한다. 어른들이 눈치 보지 않고 아이들의 상품과 놀이에 빠져 드는 트렌드가 가시화된 것이다.

한때 키덜트는 ‘피터팬’이라는 좋지 않은 의미로 불렸다. 신체가 성장했지만 정신이나 감성은 성장을 멈췄다는 의미에서였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소비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키덜트는 사뭇 당당해진 하위 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2014년에 한 취업 사이트가 20~30대 직장인 9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9%가 “자신은 키덜트족”이라고 밝혔다. 80.4%는 키덜트 문화를 좋은 방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국의 키덜트산업 시장 규모는 연간 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성장률은 매년 20~30%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어른이 아이들의 놀이와 상품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가장 흔한 설명은 행복한 어린 시절의 상징을 소비함으로써 각박한 현실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맥도날드 매장에서 엄마, 아빠와 손잡고 해피밀을 기다리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20~30대가 다시 줄을 선다는 얘기다. 옛 시절의 향수를 파는 산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릴 때 먹던 보리밥이나 옛날 자장면을 다시 찾는 장년층은 이전에도 있었다. 더 멀리 원시 시대로 돌아가서 정글을 탐험하거나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법을 보여 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적도 있다.

키덜트가 돈을 쓰는 또 다른 이유는 어른이 되고 엄마, 아빠가 돼서도 자기 자신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열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를 키덜트라고 칭하는 세대는 주로 20~30대다. 아직 미혼이거나 결혼을 했더라도 자기를 위한 삶을 포기하기가 조금은 서운한 세대다. 그들은 아직 꿈과 희망보다 책임이 먼저인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런 소망을 소수가 아닌 다수가 공유하면서 ‘아이와 같은 어른들의 취향’이 용인되는 것일 수도 있다. 더 흥미로운 건 키덜트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수많은 업체가 아이 상품을 어른용으로 업그레이드해서 키덜트족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 컴퓨터게임과 만화영화의 다양한 피겨나 장난감 등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어린 시절에 가지고 놀던 제품이 더 좋은 재질, 세련된 디자인, 새로운 기술로 탈바꿈한 셈이다. 키덜트 용품이 당분간 시장의 블루칩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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