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워크아웃-관치-법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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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다린 기자
  • 호수 164
  • 승인 2015.11.0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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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기업 해소 공식

“시장에서는 이미 죽은 기업인데 ‘누군가’가 아직 살아 있다고 하니까 좀비기업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 회생 절차에 따르면 저 과격한 문장의 ‘누군가’는 ‘법원’이기도 하고 ‘정부 당국’이기도 하다. 이들은 경쟁력 있는 기업의 경영난까지 부채질하고 있다. 기업 회생 제도에 메스를 들이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전문가들은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의 장점을 결합한 구조조정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7일 ‘한계기업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언급한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금융회사에 “회생 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을 신속하게 정리해 자원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등 외부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 기업의 연쇄 도산이나 금융권 부실 확산을 비롯한 각종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의 상시화’ ‘사업재편지원특별법(원샷법)’ 등이다. 여기에 채권은행을 통해 연말까지 강화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우량ㆍ불량 기업을 가려내 선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카드를 마뜩지 않게 여긴다. 무엇보다 제도에 효율성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솎아 낸 좀비기업을 각각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과 법정관리로 유도한다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이 두 제도가 유효한 구조조정을 이끄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시장이 더욱 효과 높은 종합 대안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행 도산법과 기촉법을 결합하자는 게 주요 주장이다.

결합의 필요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 제도의 장단점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법정관리란 파산 위기에 처했지만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법원이 대신 관리하는 제도다.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모든 채무가 동결된다. 금융회사 채무가 유예되는 것은 물론 하청업체와 거래업체 등에 갚아야 할 돈을 당장 갚지 않아도 된다. 수입만 생기고 지출은 사라지는 효과를 얻는 셈이다.


단점도 있다. 과정이 너무 길다. 법원은 채무를 100% 유예하는 만큼 법정관리 기업에 혹독한 회생계획을 요구한다. 법이 정한 절차를 일일이 따라야 하고, 모든 일은 담당 판사로부터 재가를 받아야 한다. 김성용 성균관대(법학) 교수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은 법원에 방문하는 담당 직원을 따로 둘 만큼 비효율적인 과정이 많다”면서 “법정관리에 들어선 기업은 곧 도산할 것이라는 사회 분위기도 기업이 법정관리를 기피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나쁜 인식은 곧 신규자금의 차입 중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법원의 법정관리가 인가되면 부도기업으로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아무도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자산매각이나 인수합병(M&A)이 아니고서는 자금 수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좀비기업 해소책 있나

기업경영 전문성이 부족한 법원이 회사를 관리한다는 것도 문제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 금융회사들은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하지만 경영에는 거의 관여하지 못한다. 주주권 행사도 극히 제한돼 있어서 모든 회생 과정을 기존의 경영진과 전문성이 부족한 법원이 주도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법이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이다. 한시법인 기촉법을 통해 기업은 금융회사와의 협의만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바로 워크아웃이다. 이는 자금 조달이 법정관리에 비해 쉽다. 기촉법이 워크아웃 기업에 제공하는 신규 여신은 법정담보권 다음으로 우선 변제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신규 자금 상환에 먼저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기촉법도 불완전하긴 마찬가지다. 먼저 적용 대상 기업(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과 채권자 범위(국내 금융기관)가 제한돼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사실상 금융 당국이 주도하는 기업개선 작업이라는 점에서 관치官治의 그늘도 짙다. 겉으로는 주채권은행이 주도하는 절차로 보이지만 정부가 지분을 과반수 가지고 있는 은행도 있고, 주요 은행장의 인사에 정부가 관여하고 있어서다.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자율협약의 기밀유지 의무를 이유로 기본 정보조차 전혀 공개되지 않기 일쑤다. 정부의 기촉법 상시화 카드에 업계가 반발한 이유이기도 하다. 윤석헌 숭실대(금융학부) 교수는 “한국에서는 기업이 쓰러질 때 그 파급효과를 우려해 금융 당국이 적극 개입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좀비기업이 더 양산되고 있다”면서 “금융회사의 위험을 줄여야 하는 당국이 오히려 관치가 개입된 잘못된 구조조정으로 금융 부실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법정관리는 자금 조달이 어렵고 워크아웃은 진행 과정이 불투명하다. 두 제도의 결합론이 화두로 등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제도의 장점만을 결합한 새로운 구조조정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오인 경실련(경제정책팀) 팀장은 “채권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법정관리에 신규 자금 지원이 가능한 제도를 덧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관리ㆍ감독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신속하게 진행하되 금융회사가 자금 지원을 할 수 있게끔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자는 거다.

법정관리+워크아웃 잘 섞는다면…

윤석헌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촉법으로 금융 당국 주도의 구조조정이 가능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모투자펀드(PEF) 등 구조조정 시장의 발달이 억제됐다”면서 “이제 법의 큰 틀 아래에서 좀비기업을 시장에 맡긴다면 무분별한 파산을 막으면서도 유효한 구조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을 더한 다음 관치와 법치를 빼면 좀비기업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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