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에 묶인 돈 활용하면…

▲ 좀비기업에 투입된 시중은행의 대출금이 51조9000억원에 달했다.[사진=뉴시스]

좀비기업에 묶여 있는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공신력 있는 자료를 종합해 보면 최소 21조6000억원에서 최대 51조9300억원이 이런 기업에 투입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돈을 활용하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이른바 좀비기업이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자금’이다. 일반기업에 쓰여야 할 돈이 좀비기업의 생명을 연장하는 ‘인공호흡기’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좀비기업에 투입된 자금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규모가 명시된 자료는 없지만 유추할 수 있는 건 있다. 첫째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 은행의 기업 부실채권 규모는 21조6000억원. 부실채권은 금융회사의 대출, 지급보증 가운데 원리금이나 이자를 제때 받지 못하는 등 회수가 불확실한 자금이다.

둘째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민병두(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의 기업대출 현황’ 자료다. 이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외부감사 대상 기업 가운데 자본잠식 기업이 보유한 시중은행의 대출금액은 51조9391억원이다. 완전자본잠식 기업의 대출 잔액도 23조2785억원에 이른다. 자본잠식은 적자 누적으로 발생한 결손금이 자본금을 까먹은 상태를 뜻한다. 한계기업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 자본잠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좀비기업보다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종합해 보면 최소 21조6000억원에서 최대 51조9300억원이 좀비기업에 묶여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좀비기업에 투입된 돈을 다른 곳에 쓰면 어떻게 될까. 무엇보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세수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 지난해 세수부족분 10조9000억원은 물론 올 1~8월에 발생한 9조9000억원의 재정 적자를 충당하고도 남는다.

중단된 무상급식 보조금의 지원도 가능하다. 경남도는 지난 4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을 끊었다. 이에 따라 경남 지역의 28만여 명 학생 가운데 21만9000명이 무상급식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런 경남에 필요한 올해 무상급식 예산은 1127억원. 좀비기업에 묶인 돈이면 최소 190년, 최대 460년간 경남 학생 28만명이 무상급식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사실상 무산된 고교 무상교육(전면 시행 시 필요예산 2조7000억원)도 가능하다. 연간 4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대학교 반값 등록금도 당장 시행할 수 있다. 반값 등록금은 아니더라도 대학생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학자금 대출 10조7000억원은 탕감할 수 있다.

전셋값 폭등으로 서민이 겪고 있는 거주난의 해소도 가능하다. 현재 임대아파트의 표준건축비는 3.3㎡(1평)당 평균 327만630원선. 이를 기준으로 49.58㎡(약 15평) 규모의 임대주택을 짓는데 드는 비용은 약 4920만원. 단순 계산으로도 서민 주거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임대주택 43만~105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

바른시민회의 관계자는 “국민의 혈세로 만든 정책자금까지 합산하면 좀비기업에 투입된 금액은 더 많을 것”이라면서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일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무능한 정부의 관리감독, 금융회사의 무사안일한 대출관행, 좀비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침체에 빠진 국가경제를 더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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