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 분식회계의 흔적을 찾아내면 경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이 기업은 혹시 ‘분식粉飾’을 꾀하지 않았을까. 기업 관계자뿐만 아니라 주식투자자도 이런 걱정을 해 봤을 것이다. 분식회계를 한 기업과 거래를 하거나 이런 기업에 투자를 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서다. 여기 분식회계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세 가지 지표가 있다. 이를 꼼꼼하게 확인하면 분식이라는 시한폭탄에서 멀리 떨어질 수 있다.

상장기업이 부실을 감추는 행위는 그 후유증을 고려할 때 천인공노할 짓임에는 틀림없다. 이는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니다. 기업의 기둥뿌리를 뒤흔들 만한 후유증을 초래한다. 반대로 분식회계의 리스크를 눈치챈 기업은 그 후유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필자(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우일)가 컨설팅한 A기업은 수백억원의 부실이 발생하자 경영진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부실을 공개하자”는 측과 “잠시 덮어 두자”는 측이 팽팽하게 맞선 거였다. 결국 경영진은 부실 공개 시 일어나는 혼란을 두려워한 나머지 “잠시 덮어 주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A기업에 주요 원자재를 공급하는 B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냉철했다. 정기로 거래하던 기업이었지만 A기업의 재무제표를 꼼꼼히 뜯어봤다. 그 CEO는 기업의 경영지표를 나침반으로 생각하는 신중하면서도 세심한 성격의 경영자였다. 그는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경영을 사람에 빗대 설명하곤 했다. “우리는 신체검사에서 나타나는 여러 지표(고지혈, 혈압, 간 수치 등)를 보고 미래 건강을 판단합니다. 이 지표가 나쁘면 병의 신호로 간주하고 주의를 해야 하죠.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증상이 없더라도 안심하면 안 됩니다. 잠재된 병의 징조를 파악하지 않으면 언제든 위험이 닥칠 수 있습니다. 경영지표와 재무제표를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CEO는 A기업의 재무제표를 보고 단번에 분식회계를 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거래를 중단했다. B기업을 잃은 A기업은 곧바로 위기에 빠졌다. 주요 원자재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공장 가동이 멈췄다. 생사의 기로에 선 A기업은 마지막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부실을 공개하고 B기업에 간절한 구원의 손을 내미는 거였다. 다행히도 B기업 CEO는 A기업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 결과 공장이 가동되고, 유동성 위기에서 탈출했다. A기업, B기업 모두 윈윈한 거였다.

이처럼 기업의 재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거래 기업의 경영 상태가 어떤지, 분식회계의 징후는 없는지를 예의 주시해 선제 액션을 취해야 한다. 그러면 분식회계라는 시한폭탄을 미리 간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의 경험상 이 세 가지 경영지표만 주시하면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첫째는 매출액을 매출채권으로 나눈 매출채권회전율(receivable turnover)이다. 비율이 낮을수록 부실 매출채권이 많다는 의미다. 여기서 매출채권은 외상매출과 미수금을 말한다.  둘째는 재고자산회전율(inventory turnover)이다. 매출액을 재고자산으로 나눈 비율이다. 낮을수록 원가를 계상하지 않은 재고자산이 많다는 뜻이다.

셋째는 이연자산 등의 폭증이다. 이는 비용으로 처리해야 할 금액을 자산으로 계상해 비용 처리를 회피한 경우를 말한다. 과거 또는 동종 업종 평균 대비 회전율이 지나치게 낮거나 이연자산 등이 크게 늘었다면 이는 분식회계의 흔적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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