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 역사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싸움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사진=뉴시스]
역사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정치권은 여야로, 국민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멱살잡이까지 불사할 태세다. 이 논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게 하나 있다. 경영에는 국정교과서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이 또 양분됐다. 이전투구 양상까지 띤다. 정부와 집권여당이 국론의 분열을 막고 역사관을 통합하겠다며 추진하는 역사 국정교과서 방침과 이를 반대하는 야당의 거센 항의 때문이다. 더불어 보수와 진보 성향의 국민도 두패로 갈라져 상대방을 헐뜯으면서 자기 주장을 관철하려 한다.

한국불교의 큰 스님인 성철 스님의 열반송이 갑자기 생각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산은 산이되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본래의 산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고 그럼에도 근본은 산이라는 의미다. “역사는 역사요, 역사는 역사가 아니요, 역사는 역사다.” 역사는 역사지만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모습을 바꾼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근본은 역사라는 의미다.

역사歷史의 한자를 보면 그 답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역歷자의 지止는 발자취를 뜻하고 사史자 안에 있는 중中은 편향됨이 없이 바르게 하라는 의미다. 과거의 발자취를 편향됨이 없이 바르게만 적으면 그것이 바로 역사라는 것이다.

경제정글에서 수많은 경험을 해온 필자(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우일)의 관점에서 경영에는 국정교과서가 없다. 현대의 경영학은 산업자본주의가 번성하면서 태동했다. 그래서 변화무쌍한 사회현상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어떤 경영이론이든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상황을 감안하면 일반 이론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그 경영이론이 달리 해석되고 운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붕괴 이후에도 대우그룹 옛 계열사(대우조선ㆍ대우건설ㆍ대우인터내셔널ㆍ대우증권)들이 명맥을 잇고 있는 이유는 창업자 김우중 전 회장의 임기응변식 경영 덕이라고 필자는 본다. 김 전 회장이 필자에게 건넨 말이 아직도 기억 난다.

“흔히들 부채를 줄이고 자기자본은 늘리라고 말한다. 난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부채를 왜 줄이느냐. 부채도 수익을 내기 때문에 내 돈이다. 내 돈처럼 운용해 돈을 빌린 대가로 내는 이자보다 많이 벌면 그만 아닌가.” 김 전 회장에 부채는 천편일률千篇一律이 아니라 천편천률千篇千律이었던 거다. 다른 사례를 보자. 필자가 컨설팅한 기업 A사와 경쟁업체 B사의 이야기다. A기업의 CEO는 명문대 출신이다. 경영학 박사인데다 미국 경영대 교수까지 역임해 명망이 높았다. 반면에 B기업의 CEO는 상고를 졸업했다.

CEO처럼 기업의 스타일 역시 판이하게 달랐다. A사는 안정성ㆍ수익성ㆍ활동성을 따져 보며 상궤常軌를 벗어나지 않는 경영을 했다. 당연히 기업의 모든 상태가 건전했다. 경영교과서 그대로였다. 하지만 B사는 경영교과서를 무시한 채 CEO의 경륜을 밑바탕으로 사업을 펼쳤다. 겉으론 불안정하고 부실해 보였지만 자유롭고 얽매이지 않는 경영이 장점이었다.

컨설팅 과정에서 필자는 B사만이 보유한 자산을 볼 수 있었다. A사에는 없는 그것은 ‘미래성장잠재력’이었다. 자유분방함 속에서 싹튼 기업 조직의 탄력성과 유연성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무형의 가치였던 거다. 다시 말하지만 경영엔 ‘교과서’가 없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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