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노조지부장은 왜 길에 앉았나

▲ 이남현 대신증권지부장이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10월 28일부터 농성을 하고 있다.[사진=대신증권지부 제공]
여의도 대신증권 앞에선 ‘17년차 대신맨’이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이남현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장이다. 사내 프로그램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해고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고개를 갸웃할 만한 게 있다. 그의 지적으로 사내 프로그램의 일부를 수정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왜 그에게 메스를 들이댔을까.

지난 10월 27일 대신증권(이하 사측)은 이남현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장을 해고했다. ‘사내질서 문란과 명예훼손, 비밀자료 유출’이 주요 징계 사유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해고 이유는 이렇다. “회사 내부에서 진행한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대신증권지부(이하 노조)가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그 과정에서 사측이 의도하지 않은 것들을 사실인 양 주장해 회사의 명예를 실추했다.”

하지만 이 지부장의 해고 이유와 정당성을 두고 뒷말이 많다. 이 지부장과 노조 측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해고 다음날인 10월 28일부터 여의도 대신증권본사 앞에서 복직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했다. 대신증권지부장의 해고, 과연 합당할까.

✚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뭔가.
“사측이 ‘저성과자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실시한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이 실제로는 ‘직원 퇴출’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회의에 참석한 임원의 입에서도 이 프로그램이 ‘직원 퇴출’을 위한 거라는 말이 나왔다. 불합리한 프로그램을 폐기하라고 한 게 잘못인가.”

✚ 대신증권 측은 ‘직원 퇴출’ 목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측이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격 가동하던 2012년에 나는 역량개발부(해당 프로그램을 교육하기 위한 부서) 사내교육 팀장이었다. 누구보다 내용을 잘 안다. 그해 9월 사측에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의 내용을 숙지할 수 있는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 사내교육을 위해서였다. 그때 사측은 ‘창조컨설팅의 보고서’를 내놨다.”

✚ 창조컨설팅은 무엇인가?
“기업의 체계적 노무관리를 돕는 업체다. 하지만 2012년 국정감사에서 합법적이지만 교묘한 방법으로 부당노동행위를 부추긴 노무관리업체로 드러나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았다. 오죽하면 고용노동부가 (2012.10.19) 이 업체의 설립 인가를 취소했을 정도다.”

✚ 방금 “사측에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의 내용을 숙지할 수 있는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사측이 창조컨설팅의 보고서를 준 이유는 무엇인가.
“사측은 2011년 11월 창조컨설팅에 전략적 성과관리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창조컨설팅은 그해 12월 보고서를 제출했다. 사측은 그 보고서를 토대로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시했다.”

✚ 창조컨설팅 보고서와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이 일맥상통이라는 건가. 
“그렇다.”

‘노조파괴자’ 악명 높은 창조컨설팅 

✚ 사측이 내놓은 창조컨설팅의 보고서에 무슨 내용이 적시돼 있었나.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의 설계는 육성이나 목표는 퇴출이라고 적혀 있다.”

 
✚ 이것이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이 ‘직원 퇴출용’이라고 주장하는 근거인가.  
“그렇다. 실제로 사측은 창조컨설팅의 보고서대로 조직을 개편했다. 2011년 12월 20일 창조컨설팅의 보고서가 나온 후 보름 만에 사내 인사규정과 취업규칙들을 바꿨다. 보고서에는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사내 규정들을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 돼 있다.”

✚ 대신증권지부가 생긴 것도 이 때문인가.  
“그렇다. 사측의 의도를 알게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혼자서 사측과 싸울 수 없어 노조를 만들었다. 1년 넘게 공을 들여 2014년 1월 25일 설립했다.”

✚ 대신증권 측은 저성과자로 지목된 이들 가운데 69%가량은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본업에 복귀했다고 주장한다. 이래도 직원 퇴출이라고 볼 수 있나.
“원래 업무에 복귀하지 못한 31%는 왜 주목하지 않나. 역량 강화라는 명목을 씌우기 위해 그 정도만 내보낸 거다.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저성과자 역량 강화를 한답시고 급여를 깎고, 그 과정에서 퇴직금도 줄였다.”

현재 대신증권 퇴직자 13명(2013~2014년 퇴직)은 이런 이유로 급여를 제대로 못 받았다며 사측을 상대로 체불임금소송을 진행 중이다. 늦어도 내년 2월이면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 대신증권은 창조컨설팅의 보고서를 참조한 건 사실이지만 당초 의도(저상과자 역량 강화)와 맞지 않는 것은 상당 부분 수정했다고 주장한다. 
“노조가 문제 삼고 난 후에 프로세스의 일부(대기발령 상태에서 교육을 받던 것에서 현업에 종사하면서 교육을 받는 것으로 변경)를 바꿨다. 중요한 건 사측이 프로그램의 본질인 ‘직원 퇴출’을 ‘역량 강화’로 포장하고 여전히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항목 몇개를 뺀다고 본질이 달라지겠는가.”

대신증권 관계자는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의 목적은 저성과자에게 역량 강화의 기회를 부여해 성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직원들이 사측의 의도를 오해할 만한 내용은 의견 수렴을 거쳐 2014년 7월에 바꿨다”면서 “그럼에도 노조는 이전 내용을 갖고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주장에는 중요한 함의含意가 있다. 논란을 빚고 있는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은 2012년 초부터 진행됐다. 의견 수렴을 거쳐 문제의 내용을 수정한 건 2014년 7월이다. 그렇다면 2년여 동안 ‘직원들이 직원 퇴출용이라고 오해할 만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는 얘기가 된다.

퇴출 프로그램 최소 2년간 유지  

더욱이 대신증권 측이 프로그램의 일부를 수정한 건 노조가 문제를 제기한 이후다. 노조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면 이 프로그램은 여전히 수정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 중 노조의 주장으로 수정된 내용은 무엇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대신증권 측에 “수정 내용이 무엇이냐”고 공식적으로 물었다.

하지만 “비교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주겠다”던 대신증권 측은 며칠 뒤 “자료를 줄 수 없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이 지부장이 법원에서 패소를 했음에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부장은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공개해 사내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사측을 명예훼손했다는 이유로 2014년 7월 3개월의 정직처분을 받았다. 이 지부장이 정직처분 무효소송을 냈지만 항소심까지 패소했다. 법원이 정직처분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니까 사측은 정직보다 수위가 높은 해고처분을 내렸다.

✚ 처음부터 의문이 있었다. 해고이유가 왜 ‘사내질서 문란, 명예훼손, 비밀자료 유출’인가.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밝힌 게 문란이고 명예훼손이라는 건가. 
“인터넷 노조 카페에 창조컨설팅의 보고서와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의 내용이 똑같다는 걸 게시했다. 사측이 이를 두고 ‘명예훼손’ ‘사내질서 문란’이라는 꼬투리를 잡은 것이다. 더구나 노조 카페 게시물은 일반인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비밀자료 유출’이 덧붙여졌다.”

✚ 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으면 인정해야 하지 않나. 
“법원은 이 사안의 핵심인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의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현재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 문제에 집중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앞서 말했던 13명의 체불임금 소송이 그것이다. 판단은 그다음의 일이다.”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의 본질이 ‘직원 퇴출 프로그램’이라는 것만 명확해지면 명예훼손이나 사내질서 문란 등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이 지부장의 주장이다. ‘비밀자료 유출’이라는 명목도 공익적 차원에서 용인될 가능성이 높다.

✚ 사측이 노조활동을 막기 위해 정직이나 해고처분을 내렸다고 보는가. 
“그렇다. 사측은 노조활동을 철저히 막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는 1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2014년 1월 25일 설립됐다. 사측에 이를 통보한 게 1월 27일이다. 그런데 이틀 뒤인 29일에 제2노조가 생겼다. 이게 뭘 의미하겠는가. 이틀 만에 노조가 생길 수 있다고 보는가.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수작이다.”

대신증권 내부 관계자들 가운데 이 지부장이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 때문에 해고됐다고 보는 이는 드물다. 이 지부장이 꼬집은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의 문제가 일부 수정됐기 때문이다. 이 지부장의 해고를 둘러싸고 ‘모난 돌이 정을 맞았다’는 말이 나도는 이유다. 실제로 대신증권에 이 지부장은 ‘눈엣가시’였을 게다. 오너 일가의 문제를 수차례 지적해서다.

✚ 노조가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만을 문제 삼은 건 아닌 걸로 안다. 
“그렇다. 노조가 대신증권 오너 일가의 문제를 지적하니까 ‘미운털’로 생각하지 않았겠는가. ”

오너 명예훼손은 고소 안 해 

✚ 어떤 문제를 지적했나.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이어룡 회장 아들), 양정연(이어룡 회장 딸) 대신증권 일본 도쿄사무소 부사무소장의 공금유용에 관한 건이 있었다. 올해 3월 ‘사측에 관련 의혹을 해명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는데, ‘근거 없는 의혹에는 대응하지 않는다’는 답만 돌아왔다. 도리어 그런 얘기가 어떤 경로를 통해 나왔는지 경위서만 내라고 하더라.”

✚ 내부 직원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나. 
“그렇다.”

 
✚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양홍석 사장과 양정연 도쿄사무소 부사무소장이 각각 결혼할 당시 그 비용의 일부를 지역본부장이나 임원의 법인카드로 결제, 이어룡 회장의 아프리카(세렝게티) 출장 비용과 2013년 여름 외유 비용(한달)을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 일본 도쿄사무소에서 근무를 하지 않은 양정연 부사무소장의 임금수령 등이다.”

✚ 내용들은 근거가 있는가. 
“사측은 유언비어라고 주장하는데, 설득력이 없다. 가령, 일본 도쿄사무소에서 근무를 한 직원이 ‘양정연 부사무소장은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그보다 중요한 근거가 있는가. 사측 주장대로 유언비어라면 출입국 기록과 법인카드 내역을 공개하면 그만 아닌가. 당장 공개할 수는 없지만 충분한 근거도 갖고 있다. 노조는 465명의 직원으로부터 우리사주 의결권 총 64만7155주를 위임받았다. 다시 말해 주주가 관련 의혹을 해소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법적 권리다. 그런데도 사측은 유언비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 의혹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사건일 거다. 반대로 사실이 아니라면 명예훼손이 적용될 만하다. 오너 일가 측에선 명예훼손을 주장하지는 않나. 
“나도 의아한 부분이다. 사측의 주장대로 ‘근거 없는 비방’이라면 오너 일가의 명예는 훼손된 것 아닌가. 더구나 나는 이 내용을 노조 카페에 올렸다.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게시한 것처럼 말이다. 무엇이 더 큰 명예훼손인가.”

사측 관계자는 “직원 한두명이 주장하는 근거 없는 비방에 대해 오너 일가가 일일이 대응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실효도 없다”며 “대신증권은 오너보다 회사 이미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잘라 말했다. 이 지부장의 생각은 다르다. “대응을 했다간 모든 걸 공개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다. 그래서 손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처럼 이 지부장의 해고 뒤에는 논란거리가 많다. 대신증권과 오너 일가가 스스로 밝히고 해명해야 할 내용도 있다. 이 지부장은 복직될 때까지 ‘대신증권 앞 천막농성’을 계속할 방침이다. 1999년 입사한 ‘17년차 증권맨’이 길바닥에 앉았지만 사측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이 회사의 이름은 큰 대大 믿을 신信, ‘대신증권’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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