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여심잡기 열풍
“그때 아내 말을 들었더라면 지금 재산이 3배쯤 불어 있을 텐데….” “그러게 집 살 때는 여자 말을 들었어야지….” 연말 기혼 남성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푸념이다. 그럼에도 부동산 업계는 이 말을 단순히 안줏거리로만 넘기지 않았다. 실제로 업계 속설에는 ‘여자가 부동산 투자에 더 강하다’라는 말이 돌고 있어서다.
물론 통계적으로 입증하긴 어렵다. 하지만 많은 남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게다. 굳이 원인을 꼽자면 여자의 직감이라고 해야 할까. 남자보다 감이 좋은 여자들이 가격이 오를 만한 집을 찾아내고 절묘한 매매 타이밍을 짚어낸다는 얘기다.
여성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소득이 높아지면서 여성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주체가 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총 1845만 가구 가운데 여성이 가구주인 가수는 51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7.9%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4가구 중 1가구는 여성이 가구주라는 얘기다.
이 비율은 2020년 30.8%, 2030년에는 34.0%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활동 참가율 역시 증가세다. 2013년 기준 여성 25~29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1.8%에 달했다. 2000년(55.9%)에 비해 15.9% 상승한 수치다. 갈수록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업계가 여심 잡기에 집중하는 이유다.
이들을 잡기 위해 주택 분양업계는 ‘특화설계’에 나섰다. 세심한 부분까지 꼼꼼히 따져보는 여성들을 위해 실생활에 꼭 필요한 내부 수납 공간을 늘렸다. 또한 주방 팬트리(식료품 저장고), 알파룸(평면 설계 시 남는 자투리 면적을 합쳐 만든 공간) 등을 적용했다.
내부 설계가 다가 아니다.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에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맘스카페나 키즈카페를 들여놨다. 이 외에도 자녀를 둔 입주민이 추위나 무더위 속에도 편리하고 안전하게 등하교 및 등하원 할 수 있는 스쿨버스 대기공간인 맘스 스테이션을 설치했다.
특화ㆍ맞춤 설계 열풍
실제로 GS건설이 지난 7월 평택시 동삭2지구에 분양한 ‘자이 더 익스프레스’는 넓은 드레스룸 공간과 팬트리 공간을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이 아파트는 최고 경쟁률 36.5대1, 전 평형이 순위 내 마감됐다.
오피스텔 업계도 여심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타 지역으로 나와 생활하는 여성 1인 가구가 타깃이다. 특히 여성 대상 강력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보안시설이 강화된 주거지를 찾는 여성이 늘고 있는 상황. 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보안시설이 강화된 여성전용 오피스텔과 원룸이 20~30%가량 늘었다고 한다. 일반 오피스텔보다 10%가량 임대료가 비싸도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인근으로 지하철역, 백화점이나 대학병원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도 인기다. 대다수의 여성이 쾌적한 환경과 직주근접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이들의 투자는 위례신도시나 서울 마곡지구, 광교신도시 등 신규 택지지구나 이미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서울 도심에 집중되고 있다. 투자 성향을 살펴보면 중대형 아파트보다는 소형 아파트나 다가구주택에 관심이 많다. 과거 중대형 아파트 투자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데다 최근 가격이 저렴하고 수요가 높은 소형 매물의 투자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큰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는 1000만~2000만원의 시세차익과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수익형부동산도 ‘여심 잡기’
상가 시장에서도 구매력이 탄탄한 여심 공략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조성되는 상가를 보면 여성 고객이 몰릴 만한 업종을 입점시키고 있다. 층별로 차별화된 테마를 적용하거나 이국적인 분위기의 테라스 상가를 조성하는 것도 여심 공략과 무관하지 않다. 일산신도시에 들어선 원마운트 상가가 대표적이다. 이 상가에는 여성을 위한 업종이 집중됐다. 화장품숍, 드럭스토어, 성형외과, 네일아트 매장 등을 한자리에 모아둔 것이다. 그 결과, 일산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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