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에 우는 편의점주들

▲ 도시락 등 PB상품 인기로 편의점 업계가 호황이지만 점주는 출혈경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편의점의 ‘나홀로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백화점·대형마트·SSM(기업형 슈퍼마켓)의 매출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편의점 업계의 매출은 같은 기간 30% 증가했다. 하지만 정작 편의점주는 무슨 근거로 호황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하고 있다. 출혈경쟁 탓에 손에 쥐는 수익이 감소해서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4명 중 1명이 1인 가구인 시대. 소비패턴의 변화가 소비심리 위축과 맞물리면서 편의점의 호황을 이끌었다. 대량묶음상품보다 값싼 소량포장상품의 구매 선호도가 부쩍 높아졌기 때문이다.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HMR)의 인기, 업계의 PB(Private Brand·자체상표 상품) 다양화 전략도 편의점 매출 증가에 한몫했다.

2015년 편의점 업계는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대표적 편의점 가맹본부인 GS리테일(GS25)의 매출액은 6조2731억원으로 전년 대비 26.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7.6%가 늘어난 2257억원을 달성했다. BGF리테일(CU) 매출액도 4조3342억원으로 전년 대비 28.7%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47.9% 증가한 1836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실적은 대형마트를 대표하는 이마트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3.6%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편의점 점포수도 크게 늘었다. 올 2월 현재 편의점 전체 점포수는 3만여개다. 지난해 평균 8.3% 증가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전편협)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편의점 수는 1800명당 1개꼴로, ‘편의점 천국’이라는 일본(2500명당 1개꼴)을 넘어섰다.

하지만 편의점 호황의 이면엔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점포수 팽창으로 점주간 출혈경쟁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이는 공정위가 2012년 12월 내놓은 ‘편의점 모범거래기준안’이 시장에서 먹히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시계추를 2012년으로 돌려보자. 그해 편의점주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과도한 경쟁과 생활고가 원인이었다. 참여연대가 같은 해 10월 사망한 점주의 가맹본부인 CU와 세븐일레븐을 ‘24시간 영업의무 강제’ ‘매출액 허위·과장 정보제공’ ‘과도한 중도해지 위약금 책정’ ‘영업지역 보호조항 위반’ 등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를 계기로 공정위는 12월 ‘동일상권 250m 내 동일브랜드 출점을 제한’하는 편의점 모범거래기준안을 내놨다. 그럼에도 편의점주 사망사건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 기준안이 편의점 업계의 출혈경쟁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서울 용산구에서 5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 김모(51)씨는 “지난해에만 편의점 3개가 이 동네에 출점해 매출이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마포구에서 3년째 편의점을 운영 중인 안모(63)씨도 “언론에서는 편의점이 호황이라는데, 내 수익은 오히려 줄고 있어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준인 전편협 회장은 “낮은 진입장벽이 자영업자를 편의점으로 몰리게 하고 있다”며 2012년의 비극이 재연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편의점 본사와 점주의 상생방안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최인숙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제도(가맹자사업법 개정안·2013년 국회통과)를 활용해 점주단체와 본사가 대등한 관계에서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점주들은 단체를 구성해 본사 측에 대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본사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점주 목숨으로 관련 법안이 통과됐음에도 이를 활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얘기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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