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숙 ‘라파엘 비뇰리 건축사사무소’ 디자이너

▲ 박미숙 건축디자이너는“사람에게 좋은 의미를 주는 건출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33살 적지 않은 나이에 혈혈단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8년을 설계사 사무실에서 일하며 유학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다. 오로지 건축 디자인을 더 공부하겠다는 일념이었다. 다행히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세계적인 건축가의 건축사무소에서 자신의 꿈을 키우고 있는 박미숙(38) ‘라파엘 비뇰리 건축사사무소’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2년 8월. 18년 만에 찾아온 폭염과 열대야, 그리고 런던올림픽의 흥분으로 많은 사람이 잠들지 못할 때 다른 이유로 밤을 하얗게 지새운 이가 있다. 건축가 박미숙 디자이너(라파엘 비뇰리 건축사사무소)다. 10년 동안 품어온 유학의 꿈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유난히 뜨거웠던 그해 여름 그녀는 더 뜨거운 열정을 품고 유학길에 올랐다.

박 디자이너가 유학을 떠난 나이는 33살.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기에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홀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박 디자이너는 “서른이 넘어 갑자기 유학을 결심한 것은 아니다”며 “대학에 진학해 건축을 배우면서부터 외국에 나가 공부를 더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뒤늦게 유학을 가게 된 건 현실의 높은 벽 때문이었다. 대학 졸업을 앞둔 4학년 친구들이 대학원 진학과 유학을 두고 고민할 때 박 디자이너는 취직을 선택했다. 가정 형편 탓이었다. 그렇게 사라지던 유학의 꿈을 되살려준 건 대학교 은사였다. “사무실에서 일하거나 대학원이나 유학을 가는 것은 좋은 건축가가 되기 위한 과정의 선택과 순서의 차이일 뿐입니다. 평생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네가 가야할 길은 아니다.” 이 말을 들은 박 디자이너는 유학의 꿈을 다시 품었고 8년 동안 설계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유학 준비를 했다.

물론 현장에서 실무를 배운 것도 큰 밑거름이 됐다. 박 디자이너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힘마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며 참여한 ‘열린책들’ 사옥 프로젝트를 꼽았다. 그녀에게 건축가로서의 흥미를 일깨워준 프로젝트가 열린책들 사옥이라면 건축가의 의미를 느끼게 한 것은 파주시 헤이리 아트벨리에 진행한 ‘Wrapping House’ 프로젝트였다.

이 주택은 박 디자이너가 실무를 배운 지 4년 만에 설계의 전 과정을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박 디자이너는 “집이 완성된 이후 건축주가 완공된 집에서 며칠간 지내보길 권유했다”며 “건축주의 예상치 못한 제안은 ‘내가 설계한 건물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가’ ‘나는 왜 설계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을 줬다”고 말했다.

이런 다양한 경험을 겪었는데도 박 디자이너의 유학생활은 쉽지 않았다. 부품 꿈을 안고 미국 명문 코넬대 건축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생활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유학자금도 모든 학비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다행히 학교에서 50%의 장학금을 지원받아 대학원을 마칠 수 있었다. 박 디자이너는 “일정 수준의 성적을 유지해야만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며 “기숙사에 살면서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학업에 열중했다”고 말했다. 노력은 그녀를 배신하지 않았다. 대학원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설계한 어린이 놀이시설이 코넬대 캠퍼스에 전시됐고 터키의 어린이 리서치 기관 잡지에도 실렸다. 뉴욕의 음악도서관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나온 ‘건축드로잉’은 지역 갤러리에 전시된 것은 물론 2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 디자이너는 지난해부터 뉴욕에 있는 ‘라파엘 비뇰리 건축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라파엘 비뇰리는 세계적인 건축가로 1999년 완공된 ‘종로타워’를 설계한 이다. 건축가로서의 박 디자이너의 꿈은 사람들에게 좋은 의미를 줄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다. “문화적ㆍ경제적 불균형을 줄이고 다양한 계층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며 “내가 경험한 좋은 공간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의미를 줄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좋은 건축가가 되기 위한 박 디자이너의 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