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터지면 매운 ‘컨트리 리스크’
한번 터지면 매운 ‘컨트리 리스크’
  • 김우일 대우M&A 대표
  • 호수 180
  • 승인 2016.03.02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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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 개성공단 폐쇄는 컨트리 리스크의 대표 사례다.[사진=뉴시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다. 그러자 북한은 자산설비를 동결하면서 보복조치를 단행했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의 경영이 파산에 이를 만큼 벼랑에 내몰리고 있다. 바로 이런 경우를 ‘컨트리 리스크’라고 한다. 이는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발생만 하면 경영을 뿌리부터 망가뜨린다는 이론이다. 이 뉴스를 본 필자(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우일)의 머릿속에 대우의 추억이 떠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우그룹 창업자 김우중 전 회장의 장기는 신천지新天地를 남보다 빠르게 선점하는 것이었다. 경쟁자가 득실한 구미시장보다 아프리카 진출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는 일화를 통해 김 전 회장의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대우그룹은 1978년 공산권 국가 중에서 가장 친소親蘇이고, 반미反美인 리비아에 진출했다. 리비아 원수인 카다피 대통령과 북한의 주석인 김일성이 의형제를 맺고 정치군사경제 협력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대우그룹 내 참모 중 일부는 정치변동에 따른 컨트리 리스크를 이유로 들면서 리비아 진출을 반대했다. 공산국가에 진출 시 모든 자산을 회수하는 게 어렵고, 이익배당을 통한 반출이 가능한지도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컨트리 리스크라는 개념이 힘을 받지 못했다. 수출경기가 워낙 좋은데다 국경을 초월해 글로벌 경영을 펼치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1980년 겨울에 필자가 팀원들과 야근을 할 때 창밖에서 무수한 포격 소리와 섬광이 지축을 흔들었다. 미국 폭격기들이 카다피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수도 트리폴리를 폭격한 것이었다. 이런 와중에도 대우그룹은 리비아에서 많은 건설공사를 수행했다. 하지만 어려움에 처한 카다피 정부가 공사대금을 원유로 지급하는 바람에 대우그룹은 유동성의 어려움에 처했다. 이는 결국 1999년 그룹 붕괴의 단초로 작용하고 말았다.

김우중 전 회장의 족적은 그뿐만이 아니다. 1992년 세계경영을 모토로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은둔의 시장’ 북한에 끊임없이 사업 제안을 한 끝에 남북한 최초의 경협협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바로 북한 남포공단에 500만 달러를 투자해 섬유경공업 제품을 제조ㆍ수출하기로 한 거였다. 엄청난 도박이었다. 컨트리 리스크를 따져보면 아마도 100%는 됐으리라. 

실제로 많은 참모가 김 전 회장의 플랜에 반기를 들었지만 그는 “북한의 김일성과 합의된 사항인데 무슨 컨트리 리스크가 있겠느냐”며 일축해 버렸다. 대우그룹은 국제사회에서 컨트리 리스크 1위로 손꼽히는 북한, 2위로 평가 받는 리비아에서 모두 경협을 진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시작한 지 3년 만에 폐쇄돼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 2002년, 필자는 개성공단에 진출하려는 5개 기업의 회장으로부터 컨설팅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종이 위에 도식으로 표현되는 사업계획의 수치는 미래의 무지개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필자는 대우그룹 시절의 경험을 떠올려 컨트리 리스크를 언급했다. 독재국가인 만큼 경협의사결정이 빠른 만큼 포기도 빠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조언 때문인지 5개 기업 중 1곳은 추진을 보류했다. 당시 개성공단 진출을 포기한 1개 기업은 현재 동남아에 제조공장을 만들어 안정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다른 4곳이 컨트리 리스크에 휩싸여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개성공단 폐쇄 사태를 기회로 컨트리 리스크를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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