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멘토링(31) 송혜자 ㈜우암 회장 편

송혜자(50) 우암 회장은 스물일곱에 IT 벤처를 창업해 중동ㆍ아프리카에 진출했다. 그는 원대한 꿈만이 꿈은 아니라고 말했다. 번듯한 직장에 진입하기 어렵다면 알찬 중소기업에 들어가 여유로운 삶을 추구해 보라고 권했다. 거기서 프로가 돼 대기업으로 옮기는 경로도 생각해 보라고 귀띔했다.

▲ 송혜자 우암 회장은 “꿈이 있으면 현실의 어떤 고난과 슬픔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사진=지정훈 기자]
Q 멘티가 멘토에게
 꿈이 없어서 우울하고 두렵습니다. 꿈이 생기면 좋겠지만, 되레 그 꿈에 갇히게 되는 건 아닐까요? 현실보다 꿈을 좇는 사람은 어쩐지 배가 고픈 것 같고 왠지 불안해 보입니다. 그래도 꿈을 좇아야 할까요?

A 멘토가 멘티에게
꿈이 없다고요? 그래서 우울하고, 두렵나요? 어쩌면 사는 게 너무 힘든 탓인지도 몰라요. 취업 문제가 너무도 절박하거나 앞이 잘 안 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건 아닙니다. 꿈을 못 이뤘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도 아니고요.

꿈이 반드시 커야만 하는 것도 아니에요. 이상적인 배우자를 포함해 살아가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하나의 꿈이 될 수 있어요. 좋은 사람과 멋진 레스토랑에서 맛난 음식을 먹는 소박한 꿈을 꿀 수도 있죠. 운동을 열심히 해 건강한 몸을 만드는 꿈을 꾸는 건 어때요? 몸짱으로 거듭나다? 목표지향적인 원대한 꿈만 꿈이 아닙니다.

만일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는 게 꿈이라면 이참에 눈높이를 낮춰볼 수도 있습니다. 꿈에 낀 일종의 거품을 빼 보라는 거죠. 꿈의 다운그레이드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그럼 시야에 들어오는 게 더 많아질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전보다 작아진 꿈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 꿈이 이루어져 있을지도 몰라요. 백수로 있지 말고 눈높이를 낮춰 어떤 시도든 해 보라는 겁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첫 직장으로 대기업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이나 벤처에서 경험을 쌓고 노하우를 익혀 프로가 된 후 대기업에 들어가는 경로도 있어요.

중소기업도 잘 선택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단적으로 연봉은 대기업만 못하지만 대기업처럼 빡세지 않아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회사도 있죠. 우리 회사도 과거엔 더 받으려 대기업으로 옮기는 직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리 많지 않아요. 생각들이 바뀌어가는 거죠.

남은 사람들은 대개 한 우물을 파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합니다. 우리 회사 같은 중소기업보다도 봉급은 적지만, 예를 들어 환경재단처럼 가치관이 맞는 NGO에서 재미있게 일하는 젊은 친구들도 있어요. 반면 대기업은 업무가 자주 바뀌고 용도가 다한 사람은 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중소기업을 선택할 땐 기업문화를 봐야 합니다. 조직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 윈윈 게임을 할 수 있는 그런 회사를 골라야죠. 쉽지 않겠지만 오너가 어떤 사람인지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괜찮은 중소기업들도 구직난 속에 구인난을 겪습니다.

정부도 중소기업에서 오래 일한 사람에게 혜택을 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주택 문제가 심각한데 중소기업에 들어가 열심히 일한 사람이 집을 장만할 때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겁니다. 난 이런 제도가 노는 사람들에게 주는 실업급여 못지않게 필요하다고 봐요.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하기 위한 정부의 인센티브죠. 그럼 많은 젊은이들이 중소기업 열심히 다닐 겁니다. 일자리 창출은 중소기업이 하는 거예요.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해지고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꿈은 행복보다는 성공과 더 가까운 거 같아요. 그래서 꿈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생깁니다. 성공한 인생이 많은 사람의 꿈이듯이, 행복한 삶을 꿈꿀 수도 있어요. 사실 행복은 성공보다 더 큰 가치입니다. 인생에서 성공과는 다른 차원의 보람, 어쩌면 더 본질적인 보상이라고도 할 수 있죠.

행복은 성공보다 큰 가치

나는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안 좋았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능력 있고 당당한 여성이 되어 내 삶을 스스로 개척하리라 마음먹었어요. 결과적으로 어려운 형편이 나에게 약이 되었죠. 여자 몸으로 스물일곱에 연립주택 차고 같은 데서 창업을 했습니다. 난 꿈이 있었거든요(I have a dream). 이 13㎡(약 4평)짜리 공간에서 성공한 IT 벤처를 꿈꿨고 그 꿈을 이뤘어요. 나는 지금도 계속 꿈을 꿉니다. 꿈이 있으면 현실의 어떤 고난과 슬픔도 이겨낼 수 있어요. 이게 우리가 꿈을 꿔야 하는 부차적인 이유죠.

요즘 수저계급론이 유행인데 나는 우리 사회와 언론이 현실 세계의 어려움을 실제보다 과장하고 있다고 봐요.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가 노력한 만큼 보상 받는 사회라고 봅니다. IT 기반 창업은 지금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성공 스토리도 계속 나옵니다. 나는 아직 많은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창업을 한다면 해당 산업에 들어가 3~5년 일해 보기를 권합니다.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네트워크도 구축하라는 겁니다. 음식점을 차릴 생각이면 식당에 취직해 식재료도 직접 사보고 설거지도 해보라는 거예요. 일정 기간 그 업종에 종사하면서 타당성 조사(feasibility study)를 철저히 하라는 겁니다. 그렇게 조사해 리스크를 관리하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어요. 실패를 하고 나면 너무도 뼈아픕니다. 흔히 빨리 실패해 보는 게 좋다고 하지만 실패를 하지 않는 것만 하겠어요? 창업을 하겠다면서 실전 경험을 해 보지 않는 것은 기업이 어떤 사업을 하겠다면서 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는 것과 같아요.

우리 회사가 중동과 아프리카에 진출했습니다. 카타르에서 바이어와 상담을 할 때 카타르항공에 근무하는 한국인 스튜어디스가 통역을 했어요. 카타르항공에 한국인 스튜어디스가 1000명가량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관리자는 연봉이 2억원이고, 쿠웨이트에서는 세탁소를 창업하면 20억원을 지원 받습니다. 중동 국가 공무원 중 상당수가 인도인인데 국장급까지 있습니다. 이들은 비즈니스 기회가 있으면 자국민에게 줘요.

여러분도 해외로 나가세요. 글로벌 무대에 오르세요. 화웨이 같은 외국 기업에 취직도 하고, 외국의 공무원에도 도전해 보세요. 한국의 비즈니스맨도 해외에 나가 한국인 고위 공무원을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유학을 간다면 학업을 마치고 그 나라에서 취업을 하든지 글로벌 기업을 노크하세요.

3포 세대, 5포 세대라고 하더니 언제부터인가 n포 세대라는 말도 하더군요. 포기하지 않으려면 결행해야 돼요. 결행은 자신감에서 나와요. 결혼관이야 바뀌었다지만, 왜 연애도 안 하려 드나요?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건데.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