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이현구 까사미아 회장

까사미아는 가정용 가구시장의 강자다. 매출액 순위는 3위지만 영업이익률은 금메달 감이다. 창립 34돌을 맞는 까사미아의 창업 오너 이현구(67) 회장은 “고품질과 하이 디자인을 지향하는 까사미아 생활 소품의 디자인 경쟁력은 이케아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 이현구 회장은 “까사미아는 가구회사가 아니라 종합 홈 퍼니싱 회사”라고 말했다. [사진=지정훈 기자]
“우리는 라이프 스타일을 팝니다. 고객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우리가 개발한 홈퍼니싱 제품을 코디네이션해 새로운 느낌을 제시하는 한편 더 높은 삶의 질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까사미아는 가구회사가 아니라 종합 홈 퍼니싱 회사예요.”

이현구 까사미아 회장은 “까사미아는 25년 전 라이프 스타일 스토어 콘셉트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회사”라고 말했다.  “당시 국내 가구 매장은 가구가 무질서하게 진열된 가구 창고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소파 옆에 연관 상품인 스탠드와 서랍장, 색감을 고려한 벽지와 커튼까지 토털 코디네이션해 선보인 것이죠.”

경쟁사들이 부엌가구만 팔거나 저가품을 팔던 시절이었다. 까사미아는 디자인에 공을 들인 원목가구라 가격도 다소 고가였다. 이 회사는 매장의 판매사원을 코디라 부른다. 이들은 소파를 사러 온 고객에게 맞춤형 코디네이션을 제안해 연관 상품도 함께 판다. 지난해 매출액은 1380억원. 전년보다 14.2%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9.5%로 전년(12.5%)보다 낮아졌다. 부채비율은 31.8%. 코스피 상장기업 평균 부채비율(122%)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내부 유보율은 1000 %가 넘는다. 이 회장은 이런 실적에 대해 “좋은 성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웨덴산 가구 공룡 이케아의 국내 시장 진입 후 한샘·리바트·일룸 등 가구 빅10 간 경쟁 격화로 판촉비와 할인판매가 늘어난 것이 주원인이다. 2014년까지 26년 동안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10% 이상을 유지했다. 까사미아의 영업이익률은 가정용 가구업계에서는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 까사미아는 강소기업인가요?
“수익성·안정성 면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장성이 떨어집니다. 지를 땐 질러야 하는데 내가 사업 확장에 좀 소극적이었어요.”

이 회장은 1982년 까사미아 창업 전 ‘관리의 삼성’ 소리를 듣던 삼성그룹의 계열사 제일합섬에서 자금 담당으로 일했다. 그는 당시 자금난을 겪으며 죽을 고생한 것이 뇌리에 각인됐다고 말했다.

✚ 이익률이 높은 데는 비결이 있나요?
“비용을 줄였어요. 재고는 줄이고 회전율은 높여 생산과 판매의 밸런스를 맞췄습니다. 이 밸런싱에 실패해 과잉 생산을 하게 되면 결국 제품을 싸게 팔 수밖에 없어 이익률이 낮아집니다. 생산 품목이 약 4000개이다 보니 이 싸움이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 품목수가 한샘보다도 많아요. 또 우리 회사는 제품 할인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요.”

✚ 까사미아의 핵심 역량이 뭔가요?
“제품 개발의 스피드, 부문 간 협업 능력, 보수적인 재무정책 등이죠. 우리 회사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빨리 파악해 발빠르게 대응하는데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개발(디자인)·생산·자재·물류·영업 부문 간에 협업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요. 다른 회사들은 대개 신제품 개발이 끝나면 그제야 생산에 들어가는데 우리는 동시 공정 시스템에 따라 5개팀 일이 동시에 진행됩니다. 개발팀이 도면을 그리는 동안 생산팀이 발주할 공장을 알아보고 자재팀이 필요한 자재인 나무를 구하는 식이죠. 또 우리는 월별 회기 예산이 책정돼 있지만 그달 매출액이 앞서 잡은 예상 매출액에 미치지 못하면 다음 달 예산을 삭감합니다. 관성적으로 예산을 쓰지 않고 자금 집행 계획을 수정해 지출을 줄이는 거죠. 자금 지출을 집행 단계에서 한번 더 점검하는 겁니다.”

까사미아는 34년 전 23㎡(약 7평)짜리 공방에서 시작됐다. 삼성에 재직 중이던 이 회장이 몸이 안 좋아 회사를 사직한 후 일본의 라이프 스타일 샵이 활황인 것에 착안해 창업을 했다. 이화여대 장식미술과를 나와 결혼 전 인테리어 주문 가구 회사에 2년 간 근무한 부인이 디자인을 맡았다. 까사미아가 지금도 디자인에 강한 배경이다.

전 구성원 중 디자인 인력이 12%에 달하고 매출액의 3.1%를 R&D에 쓴다. 디자이너들은 모티프를 얻으려 이탈리아·독일·동유럽·일본·중국 등으로 출장을 다닌다. 퇴사한 디자이너들이 다른 가구 회사에 포진해 있어 까사미아는 가구업계의 사관학교로 통한다.

까사미아는 지난해 상하이上海 공장을 매각한 후 제품을 전량 아웃소싱 방식으로 생산한다. 대신 제품 개발과 영업에 자원을 집중한다. 빅10 중 전량 아웃소싱하는 회사는 까사미아가 유일하다. 국내 가정용 가구 업계의 애플이나 나이키라고 할까? 아웃소싱의 리스크는 4단계에 걸친 검품 등 TQC(토털 퀄리티 컨트롤)로 관리한다.

까사미아는 가구업계 사관학교

“관리만 잘하면 장기적으로 자기 공장에서 만드는 거보다 낫습니다. 주문이 없을 때도 발생하는 고정비를 지출하기 않기 때문이죠. 업계에서 지난 10년 이상 우리를 주시했습니다. 안 망하고 잘나가니까 자기들도 공장을 축소하더군요.”

아웃소싱하는 협력업체엔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한다. 대신 철저하게 원가 절감을 시킨다. 국내 대 해외의 소싱 비율은 5대 5이다. 온라인 판매 물량은 국내에서 80%를 조달한다. 온라인 주문을 받으면 신속하게 물건을 배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까사미아는 고객의 로열티가 높다. 혼수용 가구의 경우 재구매율이 70%에 이른다. 대리점이 아니라 직영점을 통한 판매에 주력하는 것도 이 회사의 고유한 전략이다. 직영 체제는 직원들 월급 외에도 임대료, 인테리어 비용이 든다. 건물주가 어느 날 나가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까사미아가 직영 체제로 좋은 성과를 거두자 다른 회사들도 직영점을 늘리고 있다.

✚ 이케아 국내 진출 효과를 어떻게 보나요?
“이케아는 가구회사라기보다 글로벌 홈퍼니싱 회사입니다. 매출의 65%를 소품 판매로 올리죠. 국내 회사들은 이 회사의 바잉 파워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어떻든 이케아의 진출로 빅10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 과정에서 이들 회사가 더 강해졌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자주 지적하는 이른바 ‘메기 효과’예요. 이케아가 메기 구실을 한 셈이죠. 반면 자금력이 없는 영세 가구회사들은 대부분 고꾸라졌습니다. 장기적으로 덴마크 같은 나라처럼 공장을 자동화·기계화하는 한편 공장 환경을 사무실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우리 가구산업은 미래가 없습니다. 우리 회사 차원에서는 이케아 제품이 중저가라면 중고가 전략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 개성공단 폐쇄 문제는 어떻게 보나요?
“금강산에 이어 남북 갈등의 완충지대가 사라졌습니다. 그 바람에 북한 변수로 인한 컨트리 리스크가 높아졌어요. 무디스 같은 국제 신용평가사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낮추려 드는 것이 그 근거죠. 환율도 그래서 오르는 거고요. 개성공단 같은 남북경협 거점을 휴전선 인접지역에 10개쯤 만들고 세계적인 반도체 공장이 하나 입주하면 거기서 얻는 수익 때문에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기 쉽지 않아요.”

✚ 정부에 기대하는 게 있다면?
“국민 건강과 땅에 대한 규제 말고는 다 풀었으면 합니다. 감시 시스템이 취약해 부실화한 공기업, 현실화하고 있는 노인 빈곤의 근본 원인인 사교육 부추기는 교육제도, 국회 개혁 내지는 정치 개혁도 국가적인 당면 과제죠.”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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