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2016년 5월 아파트 월세 가격 월 300원 감소

▲ 19대 국회에서 전월세 전환율을 인하하는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그 실효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사진=뉴시스]
전월세 전환율이 지난 4월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월세 가격도 하락세를 탔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말한다. 왜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2015년 7월~2016년 5월 월세 가격을 조사해 봤다. 결과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 기간 월세 가격은 월 300원 줄었다.

‘내집 마련’ ‘주거 안정’ ‘청년주택’…. 금융업계는 각종 상품과 홍보를 이용해 자기 소유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꿈’을 선물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치솟는 집값에 자가 주택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 그렇다고 전세가 만만한 건 아니다. 세계경제는 물론 한국경제까지 저금리 국면에 빠져들면서 전세마저 매물이 동났다. 그럴듯하게 포장된 홍보 슬로건에도 서민들의 냉엄한 현실은 월세라는 얘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6년 45.8%였던 월세 비중(임차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55.0%까지 높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나마 남아 있던 전세 매물도 월세와 준전세(보증금 비중이 높은 반전세)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역대 최악의 금배지들로 불리는 19대 국회가 마지막 본회의(5월 19일)에서 ‘전월세 전환율 산정방식 변경 계획’이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월세가 그만큼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때 월세값을 정하는 기준이다. 일반적으로 전월세 전환율이 낮을수록 월세 부담이 줄어든다. 전월세 전환율은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현재 1.25%)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시행령에 담긴 배수(현재 4배 혹은 10%)를 곱한 값(기준금리×배수)이다. 19대 국회가 통과시킨 ‘전월세 전환율 산정방식 변경 계획’이 시행되는 오는 11월 30일부터는 ‘곱한 값’이 ‘더한 값’으로 바뀐다.

[※참고: 전월세 전환율의 계산방식을 ‘곱셈’에서 ‘덧셈’으로 바꾼 건 이 전환율을 낮추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예컨대 기존 기준금리(1.5%)에선 1.5×4=6 보다 1.5+4=5.5가 더 낮았다. 하지만 지난 9일 기준금리가 1.25% 인하되면서 1.25×4=5, 1.25+4=5.25로 결과가 바뀌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으로 배수를 바꿀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전월세 전환율을 이용해 월세를 계산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전세금에서 월세 보증금을 뺀다. 여기에 전월세 전환율을 곱한 값이 월세(1년치)다. 앞서 언급했듯 전월세 전환율이 낮을수록 당연히 월세도 줄어든다. 문제는 이렇게 떨어진 전월세 전환율이 실제로 효과를 내느냐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은 부정적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전월세 전환율은 법적 강제력이 없고 신규ㆍ재계약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시장에 큰 영향을 못 미칠 것이다.”

이 주장을 수용하면 기존 전월세 전환율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과연 그럴까.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월세 전환율은 4.9%(아파트 기준ㆍ종합 기준은 6.8%)까지 떨어졌다. 특히 서울만 따지면 4.5%로 전국 최저 수준이다. 한국감정원이 조사를 시작한 2011년(당시 전월세 전환율 8.4%)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바꿔 말하면 2011년 이후 월세 부담이 가장 적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실제 월세 가격 수준은 어떨까.

서민 잡는 월세의 늪

더스쿠프(The SCOOP)가 2015년 7월~2016년 4월 전월세 전환율, 월세, 월세보증금을 조사했다. 먼저 전국의 아파트 기준으로 전월세 전환율은 2015년 7월 5.6%에서 지난 4월 4.9%로 0.7%포인트 줄었다. 평균적으로 두세달에 0.1%포인트 감소했다. 월세 가격도 2015년 7월 평균 63만1000원에서 지난 5월 62만8000원으로 줄었다.

서울의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5.1%에서 4.5%로 떨어졌고, 평균 월세도 90만9000원에서 90만3000원으로 줄었다. 물론 종로구(1만6000원 증가), 중구(1만7000원), 은평구(1만9000원), 강서구(1만4000원), 강남구(1만4000원), 송파구(1만6000원) 등 월세가 오른 지역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월세 부담이 줄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부담이 줄어든 폭을 감안하면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전국 월세 가격은 2015년 7월~2016년 5월 3000원 감소했다. 월 300원 줄어든 셈이다. 서울 월세 가격 역시 같은 기간 6000원, 월 600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월세 부담을 토로하는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월세 전환율이 떨어져봤자 월세 가격의 하락폭은 미미할 공산이 커서다.

심교언 건국대(부동산학) 교수는 이렇게 꼬집었다. “주거비 부담은 소득 중 주거비로 얼마만큼 지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주거비 지출 비중은 매매시 10% 후반, 전세는 10%대, 월세는 30%가량이다.” 월세의 주거비 부담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덧붙였다. “전월세 전환율이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월세 가격은 언제나 보합세였다. 실제 월세 가격이 떨어진 게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미미한 수준이라서다. 중요한 것은 월세값이 아니라 월세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2014년 월세 비중은 55.0%에 달했다. 문제는 월세로 전환하는 전세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월세 비중과 주거 부담은 더 커질 게 분명하다. 이번에 통과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서민들의 주거부담을 덜어주지 못할 거라는 지적이 많은 이유다.

주거비지출 비중이 전혀 달라

심 교수는 “국회가 내놓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주거부담 해소 요구가 많은 상황에서 취한 상징적인 제스처에 불과할 공산이 크다”면서 “전월세 전환율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주거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바우처 제도가 제도화돼 있다”면서도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아쉬워했다. 전월세 전환율에 매몰되기보단 바우처 제도의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는 주장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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