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초보 투자자의 재무설계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재테크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과거 고금리 시절에는 은행에 돈을 넣은 것으로 재테크가 됐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 이를 기대하는 건 ‘도둑 심보’나 다를 바 없다. 게다가 투자를 한번도 해보지 않는 초보자라면 재테크는 더욱 막막할 것이다. 김성진(27ㆍ가명)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 저성장·저물가의 영향으로 재테크를 하는 게 맞지만 투자경험이 없는 투자자는 선뜻 투자를 하기 쉽지 않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시대가 변하면서 재테크의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과거 고금리 시대에는 은행에 저축을 하는 것만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저성장ㆍ저금리 추세가 고착화하고 있어서다. 은행금리는 낮고 기업의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주식시장은 박스권 횡보를 계속하고 있다.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투자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는 투자에 나서야 하지만 투자경험이 없어 섣부르게 투자를 할 수도 없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모든 자산관리를 월급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업 전선에 뛰어는 김성진(27ㆍ가명)씨의 사정도 이와 비슷하다. 김씨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중견기업에 취업해 일하고 있는 싱글 남성이다. 김씨의 한달 월급은 210만원이다. 가계부를 살펴보면, 통신비ㆍ용돈ㆍ비정기지출 등으로 각각 7만원, 25만원, 3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주거비는 따로 들지 않는다. 비소비성 지출로는 부모님 용돈으로 30만원을 지출하고, 정기적금에 매월 50만원을 넣고 있다. 김씨는 나이가 아직 젊다는 생각에 보험은 따로 들지 않았다. 김씨는 한달에 124만원을 소비, 95만원의 잉여자금이 발생하고 있다.

김씨의 가계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적금을 제외한 자산투자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재테크 방법 중 ‘100-나이’ 법칙이 있다. 100에서 본인의 나이를 뺀 비율만큼을 위험자산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일례로 현재 나이가 35세라면 65%를 위험자산에, 35%는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식이다. 노후가 시작된 60세의 경우에는 안전자산의 비중은 60%가 된다. 나이가 들수록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방법이다. 물론 이는 개인의 저축성향과 투자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이에 따라 ‘100-나이’ 법칙이라면 김씨는 잉여자금의 73%를 투자자산으로 돌리는 게 맞다.

하지만 김씨는 안정적인 투자를 원했고 상담을 통해 40% 이하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투자 비중을 40%로 설정한 데는 김씨의 나이가 비교적 어리다는 점이 작용했다. 나이가 젊은 시기에는 다양한 이벤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서다. 또한 소비욕구가 높고 갑작스러운 독립 등 계획의 변동이 많은 시기라서 너무 많은 자금을 투자에 묶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젊을수록 투자비중 늘려야

이를 반영해 잉여자금의 60% 이상은 안전한 은행 예금ㆍ적금으로 분산했고 나머지 40%가량의 자금을 중수익형 투자상품에 투자하는 식으로 재테크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특히 장기적으로 돈이 묶일 수 있는 지출은 주택청약저축(매월 2만원) 하나로 제한했다. 금액을 2만원으로 결정한 이유는 납입액이 크면 장기적으로 납입횟수를 채우기 힘들 수 있어서다.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기간 유지와 횟수가 관건이기 때문에 가장 최소금액으로 길게 유지하는 게 효과적이다.

김씨의 투자성향을 고려해 적금액은 60만원으로 10만원 상향했다. 갑작스러운 지출 증가를 대비하기 위한 저수지통장을 마련했다. 소비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자녀가 있는 가정은 400만~1000만원이 적당하다. 김씨는 아직 싱글이라서 300만원 정도의 저수지통장을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적금보다 조금 투자성향이 높은 CMA(종합자산관리계좌)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 통장은 장기간 잔금을 유지하면서 묶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매월 25만원씩 납입해 1년 안에 300만원의 저수지통장을 만드는 게 목표다.

김씨의 재무설계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투자부문이다. 김씨의 경우 투자경험이 전혀 없는 초보였기 때문에 트레이닝 목적에 맞는 상품이 필요했다. 펀드의 경우 주식형ㆍ채권형 등 개별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이를 위해서는 다수의 펀드에 가입해야 해 적절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 계좌에서 주식형ㆍ채권형ㆍ실물자산ㆍ중수익형ㆍ국내종목ㆍ해외종목 등 다양한 투자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상품으로 선택했다.

그래서 성격이 다른 여러 개의 하위펀드 사이에 전환이 자유로운 펀드(전환형 펀드)의 일종인 엄브렐러 펀드(매월 30만원)를 이용할 예정이다. 이 펀드는 투자자가 펀드가입 후 시장상황과 투자목적, 특성 등에 따라 원하는 상품으로 전환이 가능해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변액유니버설보험을 이용해 장기재무계획을 실천하면서 비과세 혜택까지 노릴 수 있게 설계했다. 김씨는 재무설계를 통해 아무 목적 없이 방치됐던 자금을 총 4가지 통장으로 나눠 관리하게 됐다. 물론 각각의 재무목표에 맞는 안전성과 투자성을 모두 고려했다.

재테크는 ‘한방’ 아냐

재테크가 필수인 시대, 특히 젊은 시절에 투자를 바라보는 건강하게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재테크는 적은 돈을 빨리 불리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직ㆍ간접적으로 경제에 참여해 보고 경험을 쌓으면서 안정적으로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재무적 시각을 갖는 데 재테크는 제격이다. 젊은 시절 재테크는 ‘한방’이 아니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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