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복지예산인가

 

▲ 복지예산이 100조원을 넘었다지만 복지혜택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사진=뉴시스]

123조3981억원. 올해 우리나라 복지예산으로 책정된 금액이다. 2014년 처음으로 100조를 넘어선 이후 우리는 줄곧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에 살고 있다. 전체 예산(약 386조원)의 34.2%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하지만 삶의 수준이 나아졌다는 국민은 없다. 어찌된 걸까. 답은 ‘무늬만 복지예산’에 있다.

바야흐로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 이를 순수하게 국민의 복지를 위해 쓴다면 어떻게 될까. 단순 계산으로 우리나라 인구 약 5000만명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1000만명에게 연 1000만원씩 줄 수 있다. 이만한 돈이면 굳이 국가가 복잡한 복지정책을 집행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중산층 이하 최하위계층 가계에 매년 순서대로 복지비를 주면 가계부채가 줄고 소비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 복지와 경제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 복지예산은 증가했다는데, 복지가 향상됐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복지예산이 ‘진짜 복지’에 쓰이는 경우가 희박해서다. 먼저 전체 복지예산 약 123조원 중 지출이 가장 큰 분야는 공적연금으로 34.6%(약 43조원)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12%(약 18조원)는 486만명의 국민연금 급여, 7.2%(약 14조원)는 공무원연금 급여, 4.5%(약 3조원)는 군인연금 급여, 3.2%는 사학연금 급여에 지출된다.

물론 복지정책에서 공적연금은 중요한 축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공무원연금의 적자 보전액이 약 14조원에 달하고, 그 액수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거다. 더구나 일반 국민이 가입된 국민연금의 평균 수령액은 다른 연금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복지예산이 늘었음에도 일반 국민 중 혜택을 봤다는 이들이 많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지예산에서 공적연금 다음으로 규모가 큰 주택부문 예산(복지예산의 15.7%)도 논란거리다. 이 예산의 51.4%(약 10조원)는 공공임대주택 건설(임대주택리츠 포함)에, 48.6%(약 9조원)는 주택구입이나 전세자금 대출에 쓰인다.
 

주택부문 예산은 서민용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이 금액의 상당액은 정부가 다시 거둬들인다. 주택부문 예산에서 국민이 갚는 원리금을 뺀 나머지 금액만 순수 복지예산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전세금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최하위계층에는 직접적인 혜택이 가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조명래 단국대(도시지역계획학) 교수는 “전셋집조차 장만할 수 없는 이들에게 주택 구입비나 임대료를 대출해주는 정책은 ‘그림의 떡’”이라면서 “최하위계층도 누리지 못하는 복지를 진짜 복지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복지예산 성격을 현실에 맞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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