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논란, 바뀌지 않는 진실

전기요금 논린이 또 불거졌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게 이유인데, 이런 상황을 도통 납득하기 힘들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덩치 큰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선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헛다리만 짚었다.

▲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사진=뉴시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2008년 ‘폭염특보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그러자 에어컨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LG전자 에어컨 생산공장 가동률은 100%를 훌쩍 넘겼다. 하지만 막상 에어컨을 샀던 가계는 에어컨 틀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비싼 전기요금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은 전기사용량에 따라 달라지는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1㎾h당 요금은 최저 1단계(60.7원)에서부터 최고 6단계(709.5원)까지다. 등급간 요금차가 11.7배다. 누진제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는 아니다. 미국과 일본, 대만 등에도 있다. 하지만 단계가 적고, 요금 차가 크지 않다. 미국은 2단계, 차이는 1.1배에 불과하다. 3단계를 채택한 일본은 1.4배, 5단계인 대만은 2.4배 수준이다.

월 평균 350㎾h의 전기를 쓰는 집에서 사용전력 1.8㎾짜리 에어컨을 하루 12시간씩 튼다고 가정해보자. 전기요금은 평소 6만2900원에서 54만원(전기사용량 1000㎾h)으로 9배까지 오른다. ‘전기요금 폭탄’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부자감세 논란과 전력대란 우려를 내세우면서 누진세 개편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그러다 여론이 악화되자 ‘한시적 누진제 완화’라는 회유책을 내놨다. 하지만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누진제 완화가 큰 도움이 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산업용ㆍ상업용 전기요금과의 형평성 논란도 있어서다.

전기요금 논란은 어제오늘 나온 이슈가 아니다. 특히 가정용 전기요금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약 20%까지 매년 몇차례씩 인상되던 당시엔 전기요금 논란이 거셌다. 하지만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매년 냉방기기와 난방기기를 사용하는 여름과 겨울이면 늘 되풀이되고 있다. 해법은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전기요금 논란은 해묵은 논쟁인 만큼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전문가들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전기요금 논란의 핵심은 두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누가 전기를 가장 많이 쓰고, 누가 가장 비싸게 사용하느냐다. 지난해 기준으로 볼 때 가정용 전기소비율은 13.6%에 불과하지만, 산업용은 56.6%에 달한다. 가정용 은 매년 20.0%를 넘어간 적이 없는 반면, 산업용은 매년 50.0% 이상이었다. 전력부하 비중도 전기사용량에 비례한다.

또한 가정용 저압 기준으로 1㎾h당 전기요금은 가정용 전기요금이 1단계 60.7원, 2단계 125.9원, 3단계 187.9원, 4단계 280.6원, 5단계 417.7원, 6단계는 709.5원이다. 반면 산업용은 1㎾h당 81.0원, 상업용은 1㎾h당 105.7원 고정이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1단계만 넘어서도 산업용과 상업용보다 비싸다는 얘기다. 산업용ㆍ상업용 전기요금을 올리고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제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전기 먹는 하마를 잡아야

문제는 기업의 반발이 거세다는 거다.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모순이 있다. 팍스넷 창업자인 박창기 블록체인OS 대표가 2013년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사용량 상위 20개 기업 중 상당수의 기업이 영업이익보다 많은 전기요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11배에 달하는 전기요금을 낸 곳도 있다. 비용 대비 생산성이 형편없다는 얘기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가격 경쟁력을 운운하며 값싼 전기요금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업의 주장은 ‘싼 전기요금 덕분에 이윤을 내고 있다’는 말과 같다”면서 “전기요금이 오르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만큼 경쟁력이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2013년 11월 더스쿠프 통권 68호 인터뷰]. 이어 “전기 사용량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이윤을 내는 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다”면서 “경쟁력도 없이 전기요금 보조만으로 유지되는 기업은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사라지는 게 정상”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전기사용량이 문제가 될 때마다 덩치가 작은 가정용 전기사용량을 제어할 게 아니라 덩치 큰 산업용을 시장논리에 따라 제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전기요금 논란이 또 불거졌다.[사진=뉴시스]

둘째, 전기사용량을 제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냐는 거다. 사실 정부가 블랙아웃을 운운하며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절전캠페인을 벌이고, 예비전력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전기사용량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전기사용량이 생각처럼 잘 줄어들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 일환으로 나오는 게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를 제대로 운영하는 방법이다. 전력거래소 임원 출신 전문가 A씨는 2014년 더스쿠프(The SCOOP)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전력거래소가 운용할 수 있는 최대 전력은 약 7700만㎾다. 원전 77개의 생산량에 해당한다. 이만한 전력을 운용하려면 당연히 철저하게 계산된 시스템을 운용해 경제적인 전력을 생산ㆍ공급해야 한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 바로 EMS다. 전력거래소에도 EMS가 있다. 하지만 사용할 줄도 모르고, 사용하지도 않는다.”

전력계통운영시스템 없으면 또 악순환

그는 “EMS를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력당국은 예비력을 한껏 높여놓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니 예비력이 모자랄 때마다 블랙아웃 우려를 내놓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단히 말해서 어마어마한 양의 전기를 생산ㆍ운영하면서 예비전력만 많이 만들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만든 전기는 안 쓰면 버리는 게 되니까 전기를 더 소비하게 부추기고, 이후에 또 전기소비량이 늘면 다시 예비력을 늘리면서 전기요금도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이번에도 전기요금은 똑같은 논란에 휩싸였다. 무더위와 에어컨 때문에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국민의 불만이 발단이 됐다. 정부는 일시적으로 누진제 완화를 내놨지만 논란의 핵심에서 완전히 빗나간 해법만 내놨다. 정부의 조치에 전문가들이 한숨을 내쉬는 이유다.
김정덕ㆍ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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