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감시망❸ 독야청청하던 그때가 ‘비리 변곡점’
무너진 감시망❸ 독야청청하던 그때가 ‘비리 변곡점’
  • 김다린 기자
  • 호수 203
  • 승인 2016.08.17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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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언제 비리의 늪에 빠졌나

2014년 조선업계 실적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다만, 한곳은 예외였다. 대우조선해양이었다. 이 회사는 홀로 웃었다. 업계는 성과를 낸 경영진의 연임 가능성을 점쳤다. 반면 불황 속에 호실적을 낸 비밀을 묻는 이는 없었다. 결국 이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비리행위로 변해 국가 경제를 흔드는 변수로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 대우조선해양 비리 행각의 '경고등'은 이미 몇년 전부터 울리고 있었다.[사진=뉴시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직후 글로벌 물동량이 급격하게 줄었다. 세계시장을 호령하던 한국 조선업에 일제히 불길한 전망이 쏟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조선업계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맹렬한 기세로 한국을 추격했다. 국내 중소 조선사들의 실적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구조조정설이나 매각설에 휩싸인 곳도 많았다.

그런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빅3’의 분위기는 달랐다. 이들 3사는 한국 조선업계 위기론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상선 발주가 줄어들어도 “걱정 붙들어매도 괜찮다”고 했다. 이들의 믿을 구석은 ‘해양플랜트’였다.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아 불을 뿜으며 석유 가스 등을 시추하는 웅장한 이 플랜트로 조선3사는 부활의 콧노래를 부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이 시기 날아든 해양플랜트 수주 소식은 희망을 갖게 했다. 유가가 100달러 이상 높아지면서 글로벌 석유업체들은 바다에서 석유를 캐는 데 혈안이 됐고 일제히 수억 달러에 이르는 해양플랜트를 발주했다.

문제는 유가가 떨어지면서 시작됐다. 해양플랜트 경험이 부족했던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플랜트를 만드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고유가일 때는 설계 변경 비용도 수용하던 발주사들은 유가가 떨어지자 차갑게 돌아섰다. 해양플랜트 건설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다 2014년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업계 맏형 현대중공업이 3조원대 영업적자를 봤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도 반토막이 났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은 이들과 달랐다. 2014년 149억 달러 규모의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수주해 애초 수주목표(145억 달러)보다 4억 달러(2.8%) 초과했다면서 자찬했다. 영업이익도 4711억원으로 2013년(4409억원)보다 늘었다고 발표했다.

역설적이지만 이 시기가 바로 ‘비리의 변곡점’이었다. “모두 적자가 났는데, 왜 대우조선해양만 흑자가 났을까.” 누군가는 의문을 가져야 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실적을 고꾸라뜨린 ‘해양플랜트 리스크’가 대우조선해양만 비껴갈 리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2014년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매출 비중은 절반이 넘었다. 현대중공업(13.0%), 삼성중공업(33. 0%)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중이다. 시기 역시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연임을 준비하고 있었을 때였다. 업계는 독야청청 호실적을 낸 고 전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었다.

덩치 큰 해양플랜트는 몇 개만 수주해도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한다. 임기가 한정된 경영진에게 해양플랜트 수주 실적은 좋은 먹잇감이다. 길게는 5년도 넘게 걸리는 공사의 특성상 자신의 임기 중에 적자를 감출 수도 있다.

재무제표 상에도 이런 리스크는 드러나 있었다. 바로 ‘미청구공사’ 계정. 기업이 매출액으로 인식은 했지만 아직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이다. 공기가 연장되거나 발주처와의 갈등이 이어지면 준공 시점에 손실이 될 수도 있다. 2011년까지만 해도 대우조선해양(4조2880억원), 현대중공업(4조1810억원), 삼성중공업(3조3510억원) 등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4조원대 초반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2014년 대우조선해양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7조3959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었다. 다른 기업들은 이를 손실로 인식하고 털어냈다.

대우조선해양 재무제표상의 ‘숫자’가 이상한 낌새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가장 안정적인 기술력과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만 받았다. 결국 이는 국가경제를 뒤흔드는 비리 행위로 번지는 참극이 됐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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