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박영근 ㈜아담재 대표

박영근(62) ㈜아담재 대표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다. 언론학 박사로 한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거쳐 기업 대상 교육 및 컨설팅을 하는 아담재를 설립했다. 최근 「커맹아웃」을 출간한 그는 “소통은 스킬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제대로 소통하려면 인성을 함양해야 합니다.”

▲ 박영근 아담재 대표는 “모든 매체는 일종의 중매쟁이일 뿐, 소통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사람”이라고 강조했다.[사진=지정훈 기자]
✚ 역사상 스마트폰만큼 강력한 매체가 없었던 듯싶습니다. 섹스를 하면서 각자 자기폰을 들여다보는 일러스트를 봤습니다. 온ㆍ오프라인 간 균형잡힌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온ㆍ오프라인 소통은 양자택일의 대상이 아닙니다. pizzled라는 신조어가 있는데 pissed off(짜증나는)와 puzzled(얼떨떨한)의 합성어죠. 오프라인에서 만난 사람이 자기에게 집중하지 않고 그 자리에 없는 누군가와 온라인 대화에 열중할 때의 느낌을 가리킵니다. 톨스토이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 지금 여기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시간ㆍ공간ㆍ인간은 되도록 일치시키는 게 좋아요. 부득이 온라인에 시선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면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해야겠죠. 모든 매체란 일종의 중매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소통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사람입니다. 중매쟁이가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면 뚜쟁이 소리를 듣듯이 판매부수ㆍ시청률ㆍ조회수에 목을 매는 대중매체는 뚜쟁이와 다를 게 없습니다. 수용자로서는 주체답지 못하게 매체에 끌려 다니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이렇게 볼 때 페이스북 같은 SNS가 다수 국민을 ‘좋아요’ 수에 일희일비하는 뚜쟁이로 만들고 있다고도 할 수 있어요. 주체답게 중심을 잡고 매체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 SNS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는데요?
“무엇보다 정보의 민주화가 실현됐습니다. 과거엔 정보를 가진 사람이 소수였고 이들이 힘을 발휘했습니다. 반면 정보의 민주화로 정보의 진부화도 빨라졌어요. 하나 더, 정보 이용자 간에 상부상조의 기풍이 생겨났습니다. 포털 등에서 모르는 것을 물으면 친절하게 도와주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죠.”

✚ 가정과 사회에서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아니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하나요?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야 합니다. 자녀와 대화할 때도 가르칠 건 가르쳐야겠지만 자식에게 맞춰 주고 때로는 배워야 합니다. 자꾸 상대에게 맞추라고 하고 가르치려 들면 꼰대가 되는 거죠. 나이를 먹을수록 상대방에게 맞추는 것에 약해지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젊은 사람들을 잘 몰라요. 젊은 사람들에 대해 알려면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둘째 왜 맞춰야 하는지를 잘 몰라요. 조직이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목표를 이루는 곳입니다.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구성원이 공유하려면 서로 맞추는 게 필수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아랫사람이나 약자가 상대방에게 맞춰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갑질이 여기서 비롯됩니다.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진심을 다해 기쁜 마음으로 고객에게 맞추려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 박영근 대표는 “불통 사회의 저변엔 자신감과 우월감을 혼동하는 사회 풍조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사진=지정훈 기자]
✚ 갑은 갑대로, 을은 을대로 상대방에게 맞추려 들지 않는 거군요.
“자신감 내지는 자존감,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매기는 점수가 낮은 탓입니다. 불통 사회의 저변엔 이렇게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신감과 우월감을 혼동하는 사회 풍조가 깔려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쪽팔리는 걸 너무 두려워하는 게 그 이면구조에요. 성형이 유행하고 남성 화장품 소비가 늘어난 것도 스스로 매기는 점수보다 남이 매기는 점수에 연연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가 인정하는 성공한 나라지만 행복지수는 형편없습니다. 자기가 매기는 점수가 낮기 때문입니다.”

✚ 자기 점수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소신껏 살아야죠. 잘못된 소신도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넘어지지 않고는 달리기도 자전거도 배울 수 없죠. 자신감이 없으니 질주할 수 없는 겁니다. 가슴에 평형수平衡水를 채우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넘어지더라도 복원력을 발휘할 수 있죠.”

✚ 세상살이도 고달픈데 굳이 남에게 맞춰야 합니까?
“상대에게 맞추는 게 남는 장사입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면 대학을 떠나 기업 강의에 주력하다 보니 수강자에게 맞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학과 달리 시ㆍ공ㆍ인이 매번 바뀌다 보니 젊어지고, 아무래도 자기 절제를 하다 보니 건강해지고, 파워포인트 실력 등 자기 능력을 계발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아담재我談齋는 ‘아이(I) 커뮤니케이션 센터’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말 통하는 세상을 지향하는 기업 교육 및 컨설팅 회사. 그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나를 주어로 하는 문장(I senten
ce)’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대통령의 불통은 독선 탓

“자정이 지나 들어온 딸에게 ‘(너) 어딜 쏘다니다 이제 들어오니?’하기보다 ‘걱정이 돼 (내가)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하는 쪽이 훨씬 효과적이죠. 또 소통에 능해지려면 공감적 질문을 많이 던져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ㆍ관심ㆍ이해에 대한 욕구가 있고 이런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욕구불만이 됩니다. 사람들이 자꾸 소통의 비결을 묻는데 왕도가 없어요. 나사못을 뺄 때 제대로 된 방향으로 천천히 돌려야 하듯이 소통의 원칙을 지키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 소통형 리더십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일과 사람, 업무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양자택일의 대상이 아닙니다. 시대에 따라 우선순위가 바뀔 뿐이죠. 뉴노멀 시대엔 좋은 기업, 위대한 기업이 아니라 사랑받는 기업이라야 살아남습니다. 고객ㆍ투자자는 물론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 에게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정작 커뮤니케이션에 까막눈인 ‘커맹’들이 판을 치고 있어요. 머리부터 가슴까지의 거리가 먼 사람들이죠. 소통은 스킬이 아닙니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사람들과 진심으로 접속하고 지혜를 공유해야 합니다.”

✚ ‘불통’ 하면 박근혜 대통령을 떠올리게 됩니다.
“독선 탓입니다. 커맹들의 7가지 착각 중 두 번째,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신 같은 줄 아는 거죠. 아마 마법의 거울이 있다면 매일 들여다보면서 ‘거울아 거울아 지상에서 누가 가장 대한민국을 위하니?’라고 물을지도 몰라요. 독선에서 벗어나려면 구중심처에서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만나야 합니다. 자신이 가장 역겨워하는 사람부터 만나길 권합니다. 그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 다수의 젊은 세대가 수저계급론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내 운명이 이미 결정돼 있음을 모르고 운명을 개선하려 했다. 그러나 내 운명이 결정돼 있음을 알았을 때 나는 내 운명이 바뀌는 소리를 들었다.’ 정현종 시인의 말입니다. 흙수저든 금수저든 선택해 태어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러나 내 노력의 대가가 공정하게 평가되지 않는다면 그땐 과감하게 맞서 싸워야죠. 무엇보다 사람과의 만남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우연한 만남이 인연이 돼 혈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만남을 포기하는 건 곧 인생을 포기하는 것이고, 사회적 자살 행위입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알림]

본지 이필재 대기자가 2016년 2학기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에
초빙교수로 출강합니다. 이 강좌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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