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이정관 주브라질 대사

이정관(57) 주브라질 대사는 “한국인은 브라질 하면 축구, 삼바, 커피를 떠올리지만 브라질의 진짜 매력은 아마존 강으로 대표되는 광활하고 다채로운 자연”이라고 말했다. “권역마다 자연 환경은 물론 생활 풍습도 다르죠. 이들 지역의 대표적인 명소를 두루 다닌다면 최고의 브라질 여행이 될 거예요.”

▲ 이정관 주브라질 대사는 “올림픽 개최 비용이 브라질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거라는 우려가 있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올림픽 성공적 개최의 상징적ㆍ심리적 효과도 있어 브라질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사진=브라질대사관 제공]
“올림픽 개막식 공연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개막식 공연을 어떻게 하고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올림픽 성공의 관건이라는 인식이 필요해요.” 이정관 주브라질 대사는 폐막을 앞둔 리우올림픽에 대해 “개막식ㆍ시상식 등을 포함해 브라질이 특유의 방식으로 전례에 얽매이지 않고 대회를 운영한 것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점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가 참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부임한 이래 한국 기업들이 브라질 진출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대사와 두차례에 걸쳐 이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 이른바 밸리 효과 올림픽 후유증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올림픽 개최 비용이 브라질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거라는 우려가 있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올림픽 성공적 개최의 상징적ㆍ심리적 효과도 있어요. 때마침 브라질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어 비용 문제를 충분히 극복할 거로 봅니다.”

✚ 브라질 경제가 회복세라는 게 계량적 지표로 뒷받침되나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여전히 마이너스지만 몇달째 월별 국내 생산량 지표가 플러스 성장 중입니다. 브라질 헤알화가 빠른 속도로 강세를 보이는 것도 브라질 경제에 대한 신뢰가 살아나고 있는 방증으로 볼 수 있죠.”

✚ 헤알화 환율의 추이는 어떤가요?
“약 2년 전까지 1달러당 2.0헤알이었습니다. 정국 불안으로 계속 하락해 지난 3월 초엔 4.2헤알까지 떨어졌었죠. 3월 이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최근엔 3.2헤알까지 다시 올랐습니다.”

그는 지우마 대통령은 탄핵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게 되면 브라질 국내 정치 상황이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브라질의 위기는 어떤 면에서는 브라질 정부와 국민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정치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경제적으로는 원자재 수출에서 벗어나 외국과의 무역ㆍ투자 관계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경제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있어요.”

브라질의 주요 산업은 대두, 커피 등을 생산하는 농축산업과 다양한 광물자원 등의 원자재 생산이다. 이 대사는 제조업ㆍ서비스업도 선진국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히 발달돼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농축산품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우리나라가 수입할 만하죠. 제조업은 전반적으로는 우리나라에 못 미치지만 항공ㆍ우주 분야 기술 수준은 세계적입니다. 항공기 제조사인 엠브라에르사는 보잉, 에어버스에 이어 세계 3위의 항공기 생산업체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협력할 만합니다.”

▲ 이정관 대사는 “세계 5위의 국토 대국에 자원이 풍부한 브라질은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망할 수 없는 나라”라고 말했다.[사진=뉴시스]
✚ 브라질의 IT 기술 수준은 어떤가요?
“다른 중남미 국가보다는 높은 편이지만 인터넷 환경은 우리나라만 못합니다. 브라질 내 여러 지역이 IT 산업단지 건설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 대해 한국 기업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요.”

✚ 한국 기업이 인수ㆍ합병(M&A) 등을 통해 브라질 기업에 투자한다면 어느 분야가 유망한가요?
“우선 도로ㆍ철도 등 인프라 분야에 주목했으면 합니다. 브라질은 남한 면적의 약 90배에 달할 만큼 국토가 넓은 나라인데 주요 건설사의 부정부패, 정부 재정 악화 등으로 인프라 건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앞으로 이 분야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계속 커질 겁니다. 이밖에 우리 기업이 강점을 지녔고 동시에 브라질 내 수요가 확대될 분야로 의약품, 의료기기, 태양광 및 풍력발전 등 재생 에너지, 화장품을 꼽을 수 있습니다.”

✚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브라운필드 투자(M&A)와 그린필드 투자 중에서는 어느 쪽이 더 유망한가요?
“한국 대사로서는 M&A보다 우리 기업의 활약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그린필드 투자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해당 기업의 이익 창출 외에도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고 성공 스토리가 만들어지면 다른 한국 기업의 진출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른바 브라질 코스트를 감안하면 브라질 진출 경험이 없는 우리 기업으로서는 유망한 브라질 협력사를 찾아 지분 투자를 하는 게 안전하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어요.”

✚ 브라질 코스트, 브라질 투자의 리스크로는 어떤 게 있나요?
“우선 브라질 세제는 너무 복잡해 전문 회계사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근로자의 태업ㆍ파업, 해고 후 소송 제기도 빈번하죠. 이 때문에 소송 대처에 많은 비용이 들고 노동 생산성도 높지 않습니다. 도로ㆍ철도ㆍ항만 등 인프라도 전반적으로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자국 기업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규제도 투자엔 리스크죠. 단적으로 외국 기업이 브라질에 진출해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상당량의 부품을 브라질산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 브라질에서 협력 파트너를 고르는 기준은 뭔가요? 이들과 협력할 때 유의할 점은 뭐죠?
“협력사 선정은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합니다. 유능한 컨설턴트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에 코트라 무역관이 있습니다.”

✚ 주요 투자국이 어디인가요? 이들 나라가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분야는 어떻게 되나요?
“브라질은 역사적으로 유럽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영국ㆍ독일ㆍ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과 미국이 투자국 상위 랭킹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중국의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어요. 앞서 한국 기업의 투자가 유망할 거라고 한 분야를 포함해 원유 개발, 광산, 전력 등 우리 기업들이 뛰어들기엔 투자 규모가 큰 분야도 적극 진출하고 있습니다.”

✚ 일본 기업은 어떤가요?
“일본도 주요 투자국 중 하나예요. 도요타ㆍ닛산ㆍ혼다 등 주요 자동차사가 다 진출했습니다. 브라질은 일본인이 가장 많이 사는 외국이기도 합니다. 다만 일본 기업은 리스크 관리에 신중해 중국 등에 비해 브라질 투자에 덜 적극적이죠.”

✚ 한ㆍ브라질 무역수지는 어떻게 되나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2014년 기준 대對브라질 수출이 약 90억 달러, 수입이 약 50억 달러 규모입니다. 대중남미 교역액의 약 30%를 차지하죠. 무엇보다 두 나라는 산업 구조가 달라 상호보완적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한ㆍ메르코수르 FTA는 우리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데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비롯해 남미 지역에서 좌파정권이 기울고 우파정권이 등장함에 따라 FTA 협상 여건이 좋아졌습니다. 지난 7월 한ㆍ메르코수르 협의에서 양측이 기본 입장을 담은 문서를 교환했고 연내 본격 협상에 앞서 예비 협의를 갖는 데 합의했습니다.”

✚ “브라질은 □이다”라고 할 때 를 어떤 어구로 채우겠습니까?
“세계 5위의 국토 대국에 자원이 풍부한 나라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망할 수 없는 나라죠.”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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