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부동산 바람 부는 이유

강원도는 부동산 시장의 불모지였다. 접근이 어려운데다 산지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인구도 늘고 있다. 가장 큰 호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올림픽 개최로 교통 인프라가 대거 확충되면서 ‘부동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투자’에 나섰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부동산 바람은 언제든 식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부동산 시장에서 대표적인 불모지로 여겨지던 강원도가 각종 개발 호재로 들썩이고 있다.[사진=뉴시스]

2015년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ㆍ지방 가릴 것 없이 거침없이 상승했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전반적으로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차별화 현상도 감지된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1〜6월) 지방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08%로 2009년 상반기(0.0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모든 지방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건 아니다. 훈풍이 부는 지역도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대표적인 불모지로 여겨지던 강원도다. 강원도 부동산의 투자 열기는 분양성적이 증명하고 있다. 지난 3월 강원도 원주에 분양한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 25필지는 최고 9395대1이라는 최고 경쟁률을 보이며 ‘완판’됐다. 같은달에 나온 주차장 용지도 43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6월에는 강원도 속초시 교동에서 분양한 ‘속초 교동 시티 프라디움’ 아파트가 최고 4.8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강원도에서는 보기 드물게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하는 기염을 토했다. 거래 실적도 좋다. 올해 1~5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전체의 주택 거래량은 18만601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9% 감소했다.

반면 강원도는 올 1~5월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7.5% 늘어난 1만4240건을 기록했다. 증가폭만 따지면 전국 최대다. 가격도 상승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1~6월 강원도 아파트값 변동률은 1.04%. 지난해 1월 평균 1억3640만원에 머물러 있던 강원도 집값은 올해 6월 1억6362만원으로 2700만원이나 올랐다. 지방 5대 광역시와 다른 지방이 올 상반기 각각 0.01%, 0.26%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강원도 부동산 열기가 뜨거운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덕분이다. 고속도로ㆍ고속화철도 등 교통 인프라가 속속 추진되면서 집값과 땅값이 동반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객 수요를 노리는 건설사들도 수익형 호텔, 레지던스 등 숙박시설을 앞다퉈 짓고 있다. 인구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2010년 154만3555명이던 강원도 인구는 지난해 154만9507명이 됐다. 올림픽 특수가 본격화하면 인구는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덕분에 올 하반기에만 9600여가구에 달하는 신규 아파트가 쏟아진다.

먼저 교통 인프라를 보자.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와 함께 각종 교통 인프라가 확충돼 수도권 접근성이 좋아졌다. 오는 11월 경기도 광주와 강원도 원주를 잇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서울 강남에서 원주까지 차로 50분이면 갈 수 있다.

강원도의 ‘나홀로 질주’

아울러 현재 공사 중인 ‘중앙선 고속화철도’ 서원주~강릉 구간과 서울~원주 구간(운영 중)이 2017년 12월 연결되면 서울에서 강릉까지 70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최근엔 서울과 속초를 연결하는 동서고속화철도 추진도 확정됐다. 광역 교통망의 확충 작업이 투자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는 건데, 이 간접적인 수혜를 가장 많이 누리는 도시는 춘천과 원주다.

춘천의 경우, 기업 유치와 관광지 조성사업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월 삼성SDS와 춘천시는 부지매입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최첨단 금융 ‘제2데이터센터(가칭 춘천IT센터)’를 구축했다. 더존IT그룹과 네이버 데이터센터에 이어 삼성SDS 데이터센터까지 들어서면 춘천은 ‘IT도시’로 거듭나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춘천시 중도 일대 129만1434㎡(약 40만평) 면적에 들어서는 레고랜드 공사도 한창이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영국 멀린사가 1억 달러(약 1152억원)를 투자해 테마파크와 아웃렛 상가, 워터파크 등을 세운다.

원주시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가 함께 조성되는 국내 유일한 지역이다. 2014년부터 원주혁신도시의 입주가 시작된 상황. 원주 지정면ㆍ호저면 일대 529만㎡(약 160만평) 부지에 들어서는 기업도시에는 이미 많은 기업이 입주를 마친 상황이다. 원주 반곡동ㆍ관설동 혁신도시에는 올해 말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13개 공공 기관 이전이 마무리된다.

인구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10년 31만4000명 수준에 머물러 있던 원주 인구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33만7700명으로 크게 늘었다. 5년여 만에 2만3700명(7.5%)이 증가한 셈이다. 3년 연속 강원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늘어난 곳이 원주다.

원주가 서울과 상대적으로 가까이(직선거리로 100㎞ 안팎)에 있다는 점도 호재다. 여기에 원주에서 경기도 광주를 잇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공사 중에 있는데다 서원주에서 여주를 거쳐 신분당선 판교역으로 이어지는 수도권 전철도 개발 중이다. 이를 이용하면 광주는 35분, 판교는 70분대에 이동이 가능해 더욱 수월해진다.

인프라 수혜 누리는 춘천과 원주

이런 호재에도 강원도 투자를 서둘러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금은 호재가 많은 게 사실이지만 재고주택 시장보다 신규 분양 시장에 쏠려 있어 주택 공급 과잉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올림픽 이후 관광객을 끌어올 만한 콘텐트가 없다면 강원도 부동산 시장에는 언제든 찬바람이 불 공산이 크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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