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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뭣이 중헌지 모르는 정치장기 백수 18만 시대
[208호] 2016년 09월 26일 (월) 05:41:10
양재찬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 비정규직을 '88만원 세대'로 부른지 어언 10년. 적어도 '계층 사다리쯤'은 복원해놓고 청년들에게 분발을 촉구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권의 협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사진=뉴시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결실의 계절인데 젊은이들의 어깨는 축 처져 있다. 올여름 지독한 폭염에 지친 젊은이들이 가을과 함께 다가오는 공채시즌 채용절벽에 낙담하는 모습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결과 500대 기업 둘 중 하나(48.6%)는 올해 신규채용을 지난해보다 줄일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선 30대 그룹의 하반기 채용이 지난해보다 13.5% 축소될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나은 편인 대기업들이 이러니 중소ㆍ영세 기업의 고용 여력은 더 나쁠 것이다.

이미 8월 청년실업률이 9.3%로 8월 기준으론 17년 만의 최고치다. 게다가 6개월 이상 일자리를 못 구한 장기 실업자가 18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6만2000명 증가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6월 이후 최대다.

구직 과정이나 경기침체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단기 실업과 달리 장기 실업은 일자리의 절대 부족과 구직 또는 전직轉職 시도가 잇따라 실패하는 것으로 우려할 만한 경기 이상 징후다. 장기 실업자 급증은 사회에 첫발을 딛는 청년들의 취업난을 가중시켜 사회 활력을 떨어뜨린다.

문제는 이런 실업구조를 단번에 해소할 묘안이 없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교역 위축, 일본ㆍ유럽 등 주요국 경제의 부진,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등 대외변수가 녹록잖다. 국내적으로 조선ㆍ해운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기업에 따라 감원 바람이 부니 장기실업 상태는 더 악화될 것이다.

상황이 심각한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허둥대거나 당리당략에 빠져 있어 걱정을 더한다. 정부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논란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 파문 이후 외교ㆍ안보, 경제정책, 인사, 재난 대응 등 국정 전반에서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벌써부터 내년 대선 수읽기에 들어간 모습이고.

   
정부와 정치권은 4ㆍ13 총선 결과를 보며 다짐하던 민생 돌보기 및 협치協治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부터 신속ㆍ과감한 구조조정으로 불확실성을 제거하면서 고용절벽에 대처하는 비상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책 목표를 청년과 여성의 고용 확대에 맞춰야 할 것이다.

지난 9월 넷째주 주말 3년6개월 만에 장차관 워크숍이 열렸다. 북핵 위기에 대응한 국론 결집과 내각 팀워크 강화 등 군기 다잡기만으론 부족하다. 장차관들이 대통령 지시사항을 받아 적고 이행하는데 급급해선 안 된다. 부지런히 현장을 둘러보고 애로사항을 들으며 소통하고, 맡은 일을 스스로 책임지고 수행하는 자세로 재무장하라.

여야 정치권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개혁특별법 등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법안을 놓고 밤샘 끝장토론을 벌여 처리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자며 발의한 노동개혁법도 마찬가지다. 일괄 처리든 선별 처리든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조속히 결론 내라.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청와대에서 노인들과 점심을 들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절망과 좌절의 풍조가 번져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8ㆍ15 경축사에 이어 젊은층의 ‘헬조선’ 절규를 거듭 비판했다. 하지만 이 땅의 청년들이 조국을 그리 칭하는 게 어디 그들만의 잘못인가?

비정규직을 ‘88만원 세대’로 부른 지 어언 10년이다. 악화일로 청년실업에서 파생된 조어造語는 더 많다.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 치솟는 집값 때문에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로 모자라 인간관계와 내집 마련도 포기하는 ‘오포세대’,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n포시대’까지. 급기야 계층이동 사다리가 끊겼음을 빗댄 흙수저ㆍ금수저 등 수저계급론도 등장했다.

이 가을, 청년들의 처진 어깨를 다독이자. 적어도 계층이동 사다리는 복원해놓고 청년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 것 아닌가. 청와대와 국회, 여야 정당 등 정치권은 오늘의 문제만 갖고 다투지 말고 미래를 논하라. 대선 놀음에 빠져 해일이 밀려오는지 몰랐던 외환위기가 닥친 지 내년이면 20년이다. 영화 속 어린 소녀의 절규처럼 제발 지금 뭣이 중헌지 생각하자.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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