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양극화➊ 법인세는 왜 늘었을까

▲ 경기침체의 영향에도 올 상반기 법인세는 전년 동기 대비 6조2000억원 증가했다.[사진=뉴시스]

“경영하기 힘든 시대다.” 재계 관계자를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털어놓는 말이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올 상반기 법인세는 부쩍 늘었다. 법인세의 약 80%를 55만개 기업 중 3680개 기업이 납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의 실적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얘기다. 기업 양극화도 갈 데까지 간 걸까.

경기침체ㆍ저성장의 영향으로 기업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실적 악화를 이유로 비상경영, 구조조정에 돌입한 기업도 크게 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4곳이 ‘상반기 경영 실적이 연초 계획한 목표치에 못 미쳤다’고 답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전체의 38.7%가 올해 연간 실적이 연초 목표 대비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분기 27.6%보다 11.1%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대내외 환경이 부정적인 파고를 일으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법인세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은 투자ㆍ고용을 위축시키는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절반인 17개국이 법인세율을 내렸다”는 게 이유다. 야권의 스탠스는 다르다. 더민주당은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 25.0%의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국민의당은 200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율을 현재 22.0%에서 24.0%로 2.0%포인트 인상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명박(MB) 정부의 법인세 인하에도 투자와 고용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해서도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법인세를 둘러싼 논박이 치열해지는 사이 흥미로운 경제지표가 발표됐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 13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 7월까지 거둬들인 법인세는 30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24조원에 비해 6조2000억원이 증가했다. 기업의 영업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법인세는 증가했다는 얘기다. 어떻게 된 일일까. 기획재정부는 기업의 실적 개선, 비과세ㆍ감면 정비 효과 등의 영향으로 법인세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러다간 공멸한다”면서 으름장을 놓는 기업들의 실적이 실제론 늘어났다는 얘기다. 여기서 기업은 ‘대기업’이다. 0.66%의 기업이 법인세의 79%가량(2015년 국세청 국세통계)을 납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실적 개선을 보여주는 통계도 많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자료에 따르면 65개 상호출자제한 지정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101.1%에서 올해 98.2%로 3.4%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42조원에서 55조원으로 13조원이나 증가했다. 게다가 자산순위 상위집단(1~4위)의 최근 5년간 자산 증가율은 27.3%에 달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기업 간 양극화는 임금 양극화, 소득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해서도 재벌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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