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복의 까칠한 투자노트

▲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을 예측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사진=뉴시스]
늑대는 오지 않았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인상할 거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결국 동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거짓말에 매번 낚이다보니 이젠 사람들의 반응도 무뎌졌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와 무관한 이슈일지 모른다. 상황이 어떻든 가계부채 리스크를 줄이는 게 먼저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을 예측할 수 있을까. 지난해 말부터 우리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거의 1년간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올린다” “올릴 때가 됐다” “올릴 여건이 조성됐다” 등 설說만 난무했을 뿐이다. 최근에도 인상될 거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미국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번엔 ‘12월에 인상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기준금리를 올리려면 일정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일단 미국 경제가 좋아져야 한다. 그래야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것이다. 9월 FOMC가 열리기 전 시장 안팎에서 “미국의 고용지수가 개선됐기 때문에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것도, “미국 대선이 끝난 후 경제회복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가 지속된다면 12월에는 반드시 올릴 것”이라는 예측을 나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문제는 금리인상의 키를 쥐고 있는 FOMC가 “현재의 경제지표 호조는 기대에 못 미친다”면
서 번번이 기준금리 인상을 늦추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그때 가봐야 알 수 있을 뿐, 시장의 예측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미국 금리인상 여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행보가 국내 기준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그렇다면 가계대출 금리가 치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191조3000억원.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640조4000억원(은행+비은행예금취급기관+주택금융공사)으로 53.7%를 차지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 이자부담 증가, 소비 위축, 국내 경기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조절하면서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7월말 기준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연초 대비 21.9% 증가했다. 기업대출 증가율(7%대)의 약 3배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한국 기준금리 인상→금융권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 때문인지 신규 주택공급을 규제하는 8ㆍ25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고, 적정 수준에서 가계부채가 관리되길 바라는 듯하다. 하지만 신규 주택공급의 물량이 부족하면 주택 매수세는 더 강해질 것이다. 그러면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8ㆍ25 가계부채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쏟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금리인상과 무관하게 선제적으로 가계부채를 줄이는 전략을 써야 한다. 다시 말해 부채 규모를 나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줄여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금리인상은 우리가 신경쓸 필요가 없는 이슈일지도 모른다. 사실 TV나 신문 등 언론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호떡집에 불이 날 것’처럼 위기를 조장했지만 사실 큰 일이 나진 않았다. 우리가 처한 현실이 달라진 것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사건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준 눈치 그만 보고 가계부채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 이게 바로 현명한 자세다.
이병복 금융산업평가 컨설턴트 bblee2@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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