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파문’에도 챙겨야 할 현안

2주 전만 해도 법인세 인상안 논란이 핵심 경제이슈 중 하나였다. 법정으로 간 청년배당금 문제도 청년층의 핫이슈였다. 대우조선 비리, 한미약품 공매도 논란 등 우리가 신경 써야 할 이슈도 한두개가 아니었다.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이 ‘살아 있는 이슈’를 잠재워 버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경제현안을 정리한 이유다.

▲ ‘최순실 게이트’는 주요 경제현안을 모조리 삼켜버렸다.[사진=뉴시스]
✚ 경영 전면에 나선 황태자
10월 27일 열린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2008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비자금 의혹 특검 수사로 물러난 후 8년 6개월 만에 오너 일가가 경영 전면에 나선 셈이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 법적 책임도 진다. 그러자 이 부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갤럭시노트7 사태 수습, 기업문화 쇄신, 지배구조 개편, 비민주적 경영세습의 한계까지 산적한 과제는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의 기침 한번에 한국 경제는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 

✚ 쇄신안 낸 롯데, 이번엔…
4개월에 걸친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수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불구속 기소(횡령ㆍ배임 등)로 마무리됐다. 별로 건진 게 없다는 비판이 많지만, 11월 15일부터 시작되는 재판도 지켜봐야 한다. 더구나 신 회장은 지난 10월 25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그룹 쇄신안도 발표했다. 문제는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다. 이미 신 회장은 올해 6월에도 대국민 사과와 함께 쇄신을 강조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계열사 순환출자 고리는 여전히 복잡하고, 신 회장이 분식회계나 배임ㆍ횡령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으면 호텔롯데 상장도 3년간 미뤄진다. 

✚ 탄력 못 받는 한미약품 수사
한미약품 주가 조작 의혹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증권사ㆍ운용사 13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 기업들은 지난 9월 30일 한미약품이 독일 제약업체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한 8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건이 해지됐다는 공시를 내기 전에 공매도를 한 곳들이다. 이들이 공시 전에 미리 정보를 알고 있었다는 게 확인되면 개미투자자들의 집단소송도 예상된다. 하지만 검찰은 공매도 세력의 혐의 입증에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된 혐의가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 묻혀선 안 될 대우조선해양 비리 
조선업계를 쑥대밭으로 만든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 수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검찰은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의 투자 압력과 특혜 대출 의혹과 관련, 구속영장 재청구를 위한 자료 확보 차원에서 최근 산업은행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분식회계가 이뤄진 시기에 외부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안진의 임원도 조사 중이며,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도 곧 소환할 예정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조사 대상이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던 대우조선해양의 추가 비리가 속속 나오고 있어 피의자들의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 구심점 잃은 구조조정
철강ㆍ석유화학ㆍ조선업계는 공급과잉으로 설비감축이나 사업재편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되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도 “자율적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왔다. 더구나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받아든 철강ㆍ석유화학 업계에는 1조3000억원의 연구개발(R&D) 예산도 지원하기로 돼 있다. 자칫 업계가 지원금만 받고 감시의 눈이 소홀해진 틈을 타 ‘뼈는 깎지 않는’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 어디론가 사라진 법인세 논박
야권에서 추진해온 법인세 인상안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민 공감대가 있는 법안을 대놓고 반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법인세 인상안도 그 중 하나다. 더구나 지금은 여소야대 국면이다. 야당이 조금만 노력하면 법인세 인상이 좀 더 쉬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법인세 인상안은 야당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 모른다. 
✚ 전기요금 쳇바퀴 이번엔 끊어야
올해 여름을 뒤덮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논의는 각종 정치권 이슈들 사이에 묻혀 있다. 법원은 지난 6일 가정용 전기 소비자 17명이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서 한국전력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전국 각 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다른 9건의 누진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11월 중 전기요금 개편 관련 공청회를 열고 누진단계 축소와 산업용 전기요금 일부 인상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전의 전기요금 원가 산정 방식은 여전히 공개돼 있지 않아 개편의 타당성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 뒷전으로 밀려난 예산안 심의
10월 26일부터 2017년 예산안 심의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정책질의가 시작됐다. 예산안 규모는 지난해 본예산 대비 14조3000억원(3.7%)이 늘어난 400조7000억원이다. 이렇게 많은 예산을 필요한 곳에 쓰이도록 하려면 꼼꼼한 심의는 필수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관련 질의가 잇따르면서 예산안 심의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최순실의 입김이 이번 예산안에까지 미쳐 있을 수도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꼼꼼한 심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철도파업 대체 언제까지…
철도파업이 한달을 훌쩍 넘겼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서다. 여전히 ‘강대강 구도’라는 얘기다. 열차 운행률이 떨어지면서 시민의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사측이 투입한 대체인력들이 운전하던 열차에서 최근 3건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안전문제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노사 간 핵심 쟁점인 성과연봉제를 놓고 사측이 그 어떤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도 물러섬이 없다. 중재 역할에 손을 놨던 정부는 ‘최순실 게이트’로 입지가 더욱 좁아져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 서서히 잊히는 청년배당금
현재 헌법재판소는 지방교부세법의 위헌성을 심의 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올해 1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12조 1항 9호가 지자체 자치권을 침해한다”면서 대통령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서다. 서울시와 성남시가 자체 재원으로 청년배당금을 지급하자, 지난해 12월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방교부세 배분ㆍ삭감 기준 등을 변경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시행령에는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ㆍ변경할 때 정부와 협의ㆍ조정을 거치지 않거나 그 결과에 따르지 않으면 지방교부세를 줄일 수 있도록 돼 있다. 실업률에 허덕이는 청년들로선 당사자로서 관심 갖고 지켜 볼 사안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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