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임은성 커피에반하다 대표

임은성(41) ㈜커피에반하다 대표는 사업하느라 진 빚을 갚으려 잘나가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커피에반하다를 창업했다. 커피에반하다는 5년여 만에 매장 수 420여개의 다크 호스로 부상했다. 패자부활전의 승자가 된 그는 커피점을 창업하려는 예비 가맹점주들을 발벗고 돕고 있다.

▲ 임은성 커피에반하다 대표는 “고객의 마음을 읽고 진심 어린 서비스를 하면 고객에게 통한다”고 말했다.[사진=지정훈 기자]
“프랜차이즈 사업의 성패는 본사의 이익구조를 어떻게 짜느냐에 달렸습니다. 본사의 수익률이 낮으면 본사가 위험하고 너무 높으면 가맹점이 위험해지죠. 본사와 가맹점이 윈윈할 수 있도록 본사 수익률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성공의 관건입니다.”

임은성 커피에반하다 대표는 가맹점 측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커피 원두를 업계 평균의 절반에 가까운 ㎏당 1만5500원에 공급 받는 한편 가맹점 입지를 골목 상권으로 특화했다고 말했다. 커피에반하다는 토종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다. 2011년 설립됐는데 5년여 만에 매장 수가 420여개에 이른다. 눈부신 성장세다. 설립 후 5년간 매장 수가 300개에 이를 때까지는 그 흔한 광고조차 하지 않았다. 

임 대표가 처음 차린 1호점은 16.5㎡(약 5평) 규모였다. 그가 혼자 일할 때였다. 저녁 6시께 한 여대생이 들어와 빠니니 샌드위치를 시켰다. 음료로 무엇을 주문하겠느냐고 묻자 “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남은 샷으로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서비스했다. 그 후 그 손님은 1년 반 동안 매장을 찾아 바닐라 라떼를 주문했다고 한다. “고객의 마음을 읽고 진심 어린 서비스를 했습니다. 그 고객이 나의 매장을 다시 찾기를 바란 게 아니라 손해가 나더라도 그가 원하는 걸 제공하겠다는 그 마음이 통한 거죠.”

5평짜리 1호점은 월세 50만원에, 보증금이 500만원이었다. 5-50-500. 임대료가 이렇게 싼 건 빛이 잘 안 들어오는 막다른 길 안쪽 비어 있는 점포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 점포의 입지 조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자리’라고 표현했다. “가맹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맹점 입지가 1호점보다 좋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품질, 좋은 맛의 커피를 서비스 마인드를 갖춘 친절한 점주가 팔면 반드시 고객이 찾는다는 교훈을 1호점 운영을 통해 얻었기 때문이죠.”

커피점은 전국적으로 약 6만개에 달한다. 여기서 일하는 직원과 알바의 꿈은 자기 매장을 갖는 것이다. 커피에반하다가 이 꿈의 실현을 돕겠다고 나섰다. 내년 초 업계 최초로 무료 창업 지원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사업 밑천 없이도 우리 가맹점을 창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겁니다. 점포 얻을 돈은 본사의 주선으로 대출을 받고 나머지는 본사가 세팅을 해 주는 거죠. 들어간 돈은 점주가 장기적으로 상환하면 됩니다.”

커피에반하다가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한 비결이 무엇일까? 이 회사는 프랜차이즈 본사지만 가맹점으로부터 가맹비, 보증금, 로열티, 교육비를 받지 않는다. 이 회사가 처음 시도한 후 업계에 퍼진 이른바 4무無 정책이다. 다른 업체는 커피에반하다와 달리 대부분 한시적인 면제이다.

가맹점이 본사에 내는 보증금은 미수금 발생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선납 예치금 같은 것이다. 커피점으로 치면 원두, 1회 용품 등의 재료비를 떼일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사실상 선결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커피에반하다가 이 후불 리스크를 떠안은 건 일찍이 가맹점이 선결제를 할 수밖에 없는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로 인정을 받고 고객에게서 외면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맹 사업의 고객은 가맹점을 찾는 고객과 가맹점주 이 두 집단입니다. 커피의 맛과 품질은 브랜드 커피 간에는 별 차이가 없어요. 결국 고객에게 그밖의 어떤 혜택을 주느냐에 달렸죠. 그래서 고객에게 무료 커피를 제공하는 리워드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경기가 안 좋고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도 좋아하는 커피를 무료로 마실 기회를 확보해 주는 시스템이죠. 이 역시 고객이 뭘 원할지 궁리한 끝에 나온 아이디어죠.”

커피는 하루에 다섯잔도 마시는 음료다. 무료로 주겠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없다. 커피에반하다 커피 값은 브랜드 커피 전문점의 절반 수준인 1000~1500원이다. 이 회사는 무료 커피를 제공하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다. 고객은 이 앱에 들어와 수시로 각종 광고 시청, 회원 가입, 앱 설치, 신용카드 개설, 보험 가입 등을 해 포인트를 적립한 후 적립된 포인트로 전국 커피에반하다 매장에서 무료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가맹점주는 매월 본사와의 정산 후 수수료 없이 커피값을 돌려받는다. 본사는 물론 광고주에게서 받은 돈으로 보전해 준다. “고객, 가맹점주, 본사에 광고주까지 모두에게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죠. 저가 커피 전문점이라 무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포인트도 낮아요.”

✚ 커피의 매력이 뭔가요?
“여자친구에 비유할 수 있죠. 같이 있으면 좋고 옆에 없으면 허전한 존재? 한마디로 늘 가까이 두고 애용하고픈 기호품이죠. 다섯가지 맛이 난다고 하는데 저 자신이 커피 마니아는 아닙니다.”

✚ 저가 커피값도 거품이 낀 거 아닌가요?
“자체적으로 로스팅을 하고 있고 제2 로스팅 공장이 완공되면 원두가격을 더 낮출 수 있지만 현재 판매가보다 더 싸게 커피를 파는 건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 가맹점수를 몇개로 늘리는 게 목표인가요?
“국내에서만 1만개입니다. 앱 서비스와 연계한 글로벌 진출을 노리고 있죠.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을 구상 중인데 현지의 유통업체와 제휴해 노하우를 전수하고 커피에반하다 브랜드만 셰어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 미국, 서유럽, 중국 상하이上海를 다녀왔습니다. 품질과 무료 리워드를 접목하면 못 들어갈 나라가 없어요. 3년 후 저의 은퇴 전에 일부 진행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현재 구성원들이 성장해 담당할 몫이죠.”

▲ 임은성 대표는 “내부에서 적임자를 골라 CEO 승계를 하고 가맹점 창업을 하려는 예비 점주들을 돕는 사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지정훈 기자]
✚ 3년 후 은퇴하면 뭘 할 건가요?
“되도록 내부에서 적임자를 골라 CEO 승계를 하고 저는 가맹점 창업을 하려는 예비 점주들을 돕는 한편 모바일 사업에 집중하려 합니다.”

✚ 커피에반하다의 경쟁 상대가 누군가요?
“장차 모바일 사업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굳이 꼽는다면 고객의 마음을 잘 아는 검색업체가 우리의 경쟁 상대죠.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다음, 글로벌 무대에서는 구글입니다. 이들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고객의 패턴을 분석합니다. 소주 회사가 커피 업계와 경쟁하는 시대입니다. 이미 이업종 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어요.”

임 대표는 기독교 용품점, 주점, 초밥집 등을 차렸다 실패한 후 외국계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에서 일했다.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창업을 한 건 사업하느라 진 빚을 갚을 길이 막막해서였다고 한다. “당시 봉급쟁이를 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누리는 보상도 제 것이 아니고,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맹점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과 겸손하게 제 경험을 나누고 싶어요.”

그는 폐점 위기에 처한 개인매장 점주들을 대상으로 매주 커피에반하다 창업 설명회를 연다. 해당 점포의 상권 분석을 대표이사인 그가 직접 한다. 이 정도 규모의 프랜차이즈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한 매장이라도 리스크를 줄여 재개점시키고 싶은 마음이죠.”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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