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전역 2년 남은 장교의 재무설계

대출을 받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재직증명서ㆍ의료보험납부내역서ㆍ급여통장 등 필요한 서류가 많은데다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2금융권이 무방문ㆍ무서류ㆍ무담보의 이른바 ‘3무無 대출’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런 편리함이 높은 이자율을 담보로 한다는 점이다.

▲ 이자율을 생각하지 않는 대출은 가계 재무상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N포세대(연애ㆍ결혼ㆍ출산 등을 포기한 세대)’ ‘청년실신(청년 태반이 실업자나 신용불량자)’ 등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신조어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군대가 청년들의 도피처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군복무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학사장교, 학생군사교육단(ROTC), 부사관학군단(RNTC)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로의 복귀를 앞두고 있는 군복무자의 경제적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에서 대위로 복무 중인 유진혁(가명ㆍ29)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학사장교로 입대해 7년째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유씨는 2년 후로 다가온 전역을 앞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그의 꿈은 대학원 진학. 당분간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큰돈을 마련해야 한다.

유씨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군인인 유씨의 지출구조는 일반인과는 큰 차이가 있다. 독신 장교 숙소(BOQ)에서 생활하고 대부분의 식사를 군부대에서 해결, 식비ㆍ주거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유씨의 월 소득은 255만원(실 수령액 기준)이다. 소비성 지출로는 매월 통신비로 9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식비와 BOQ 비용으로 각각 15만원, 3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또한 용돈으로 25만원을 사용하고 경조사비ㆍ문화비 등 비정기 지출로 2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비소비성 지출로는 군인공제회 저축에 60만원을 저축하고 있다.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엔 각각 30만원을 넣는다. 유씨의 비소비성 지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출상환금이다. 유씨는 2000만원을 연이율 7.2%(대출기간 3년ㆍ원리금균등상환)로 빌려 매월 62만원의 자금을 대출을 갚는데 쓰고 있다. 이에 따라 유씨의 잉여자금은 월 1만원에 불과하다.

유씨의 재무목표 1순위는 전역 후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원 등록금 마련이다. 2차 목표는 전역 후 사용할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모아두는 것이다. 유씨의 지출 중 가장 큰 문제는 월 소득의 절반에 육박하는 대출상환(62만원)과 종신ㆍ연금보험료(총 60만원)다.

유씨는 올해 초 갑작스럽게 쓰러진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2000만원을 빌렸다. 문제는 군인으로 직업이 안정적이지만 금리(연 7.2%)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는 서류와 방문이 필요 없다는 편리함만 생각해 이율이 비싼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보험료도 매우 과도하다. 유씨는 전역한 선배의 권유에 못 이겨 종신보험과 금리연동형 연금보험에 덜컥 가입했다. 하지만 종신보험의 경우, 20대인 유씨가 유지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소득이 끊기는 전역 이후 보험료를 납부하기도 어렵다. 연금보험도 마찬가지다. 저금리 시기에 금리연동형에 가입한 것도 잘못이지만 30만원이라는 높은 보험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은 모두 정리하고, 정기보험(3만원)과 실손보험(6만원)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그 결과, 매월 60만원에 달하던 보험료가 9만원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두 보험의 해지로 1310만원(종신보험 납입원금 1770만원ㆍ환급액 815만원ㆍ환급률 46.0%, 연금보험 납입원금 900만원ㆍ환급액 495만원ㆍ환급률 55.0%)의 (해지)환급금이 발생했다. 물론 납입원금에 비해 환급금이 크게 줄었지만 전역 후 보험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해지하는 쪽을 택했다.

재무상황 위태롭게 하는 대출 

유씨는 보험 환급금 1310만원과 군인공제 저축으로 모은 자산(1600만원) 중 230만원을 활용해 남은 부채 1540만원을 모두 상환했다. 이를 통해 유씨의 저축여력은 114만원(부채상환 62만원ㆍ보험료 51만원ㆍ잉여자금 1만원)으로 증가하게 됐다. 이제 잉여자금의 활용법이다. 유씨가 전역을 앞두고 있어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우선 대학원 등록금과 생활자금 마련은 기존의 군인공제 저축과 군인우대 적금(70만원)을 통해 준비할 계획이다.

여기에 비정기 지출과 비상금 마련을 위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20만원을 예금하기로 했다. 적금보다 조금 높은 수익률을 노리기 위한 포트폴리오로는 외화적금(달러ㆍ20만원)을 선택했다. 유씨의 사례처럼 돈을 어디서 어떻게 빌리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대출심사 등 과정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쉽게 돈을 빌렸다간 높은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어서다.

특히 지금처럼 금리의 방향성을 알기 어려운 시기에는 더욱 유의해야 한다. 대출금리 1~2%가 가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을 꼭 빌려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낮은 이율과 유리한 조건의 대출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강례 한국경제교육원 선임연구원 pigmam8187@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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