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표 정책 어찌해야 하나

▲ 비선 개입 의혹을 받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들은 재검토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성과연봉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성공단 폐쇄, 위안부 합의, 노동 관련 개정안 등은 또 어떤가. 국민 상당수는 ‘비선의 입김이 영향을 미친 잘못된 정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비선과 정책을 연결하는 건 자의적 해석이라는 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박근혜표 정책, 어찌해야 할까.

“탄핵이 왜 초래됐는지 그 기원을 따져봐야 할 때다.” 기동민(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단지 ‘비선非線’의 국정농단 사태 때문에 ‘촛불’이 켜졌겠느냐는 거다. 기 의원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 중심 특혜, 노동법 개악, 국정교과서 추진, 사드 강행 등 박근혜 대통령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정책들은 후보 시절 약속했던 민생복지와는 방향이 전혀 달랐기 때문에 국민들의 반감은 극에 달한 상태였다. 여기에 민심을 배반한 정책의 이면에 국정농단 세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뇌관이 터진 셈이다.”

박근혜표 정책의 ‘재검토론’이 힘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민심과 거리가 먼 정책을 줄줄이 쏟아낸 게 탄핵의 이유 중 하나이니 재검토하는 게 마땅하다’는 것이다. 박근혜표 정책 중 재검토 필요성이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는 건 ‘성과연봉제’다. 올해 내내 노동계를 뜨겁게 달군 공기업ㆍ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이슈는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들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채이배(국민의당)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성과연봉제 도입 의결 여부를 보고하라고 독촉하자 은행이 마지못해 긴급이사회를 소집한 것”이라면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시점에 성과연봉제를 추진하는 건 민심에 반기를 드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노동 관련법 개정안, 국정교과서, 영종도 카지노, 개성공단 폐쇄조치, 위안부 합의 등 이슈도 재검토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무엇보다 노동 관련법 개정안은 박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독대한 뒤 발의됐다는 점에서 의심을 받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들어간 후원금과 노동 관련 개정안을 ‘뒷거래’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서다.

개성공단 폐쇄에도 ‘비선의 입김’이 들어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정교과서 역시 미르K스포츠재단을 전방위적으로 후원한 전경련의 산하단체(자유경제원)가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기 의원은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정부를 향한 불신이 높아져 있다”면서 “이런 정국에선 외부 개입 정황과 의혹이 남아있는 사안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금의 의혹도 남기지 않아야 정치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박근혜표 정책을 당장 수정하거나 폐기할 수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입법 절차를 밟은 정책은 더더욱 그렇다. 정책 수혜자의 반발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박근혜표 정책의 수혜자 중 일부는 ‘탄핵과 정책폐기를 연결해선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논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박 대통령의 탄핵이 과연 박근혜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당성과 타당성을 부여해줄 수 있느냐, 박 대통령이 현재 탄핵 과정에 있는 것과 이미 추진된 정책을 번복하는 건 별개의 얘기다.”

그렇다고 정상적이지 않은 박근혜표 정책을 고수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못 담가서야 되겠느냐는 거다. 해당 정책으로 특혜를 보는 기업은 있는지, 뒷거래는 없었는지, 비선이 영향력을 행사한 건 아닌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본 뒤 수정 또는 폐기 여부를 과감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 의원은 “박근혜표 정책들을 무조건 폐기하자는 건 아니다”면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라도 외부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면 꼼꼼하게 살핀 다음에 수정보완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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