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의 추방」

21세기는 같은 것이 지배하는 지옥

프랑스의 사상가 장 폴 사르트르는 ‘타자他者는 지옥이다’고 말했다. 타자는 낯설고, 이해할 수 없고, 나를 불편하게 하고,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자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돼 왔고, 인류 역사는 타자와의 투쟁의 역사라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타자는 인간의 삶에 일정한 방향과 의미를 부여하는 순기능도 수행했다.

 
이 책은 ‘타자가 존재하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선언한다. 현대 사회는 낯선 타자와 맞닥뜨릴 기회가 줄어들었고 비슷한 것들만 창궐한다는 거다. 겉으로는 자유와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것이 지배하는 지옥’일 뿐이라며 모든 것을 획일화하고 대체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세계적인 것’의 폭력이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오늘날의 지옥은 과거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배된다. 과거에는 인간을 착취하기 위해 억압ㆍ금지ㆍ부정이 행사됐던 반면 지금은 자유ㆍ허용ㆍ긍정이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착취하게 이끈다는 거다. 같은 존재로 획일화된 인간은 자기 안에 갇혀 진정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성찰 능력도 상실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생산에 최적화하려고 애쓸 뿐이다.

인간의 이런 노력은 자본을 배불리는데 이용된다. 뒤처질까 불안한 인간이 자신을 착취할수록 자본의 이윤은 극대화된다. 현대 사회는 자신의 이런 체계적 억압을 숨기고 자유와 성장으로 포장한다. 저자는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기만적 논리라고 꼬집는다. 우리가 느끼는 자유는 모든 저항과 혁명을 불가능하게 할 만큼 치명적이라는 거다.

저자는 테러리즘, 민족주의, 진정성 추구, 셀카 중독과 같은 현대 사회의 현상에서도 ‘같은 것의 폭력’을 찾아낸다. ‘세계화의 광기가 테러리스트라는 광인을 만들어낸다’는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말을 인용해 설명한다. 테러 공격은 시스템의 균열을 일으키려는 극단적인 시도로써 세계화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절망감, 미래에 대한 전망의 부재를 양분 삼아 자란다는 거다.
▲ 모든 것을 획일화하는 '세계화'는 사실 폭력적이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민족주의와 신新우익도 세계적인 것의 지배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슬람 테러리스트와 국수주의적 민족주의자는 실제로 적이 아니라 동일한 발생 과정을 거친 형제라고 설명한다. 나아가 테러리즘을 셀카 중독 현상과도 연결 짓는다. 셀카는 사람들이 내면의 공허함에 직면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노력이라는 거다.

오늘날 인간은 타자와의 대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상처를 회피할 수 있게 됐지만 이는 자기 상해로 부활한다.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타자의 시선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존재감을 상실하고 결핍을 느낀다. 결국 셀카는 타자의 시선이 사라지고 난 텅 빈, 불안한 자아의 매끄러운 표면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같은 것의 창궐, 같은 것의 테러 속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저자는 구원은 결국 타자로부터 온다고 말한다. 타자만이 우리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인식과 성찰을 가능하게 하고, 의미를 복원하며, 우리를 고립으로부터 탈출하게 한다고 말한다. 타자를 배척하고 혐오하지 않고 환대로 맞이하는 것이 곧 우리의 구원이라는 거다. 

세가지 스토리  

「일의 미래,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
선대인 지음 | 인플루엔셜 펴냄

한국의 일자리 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저성장, 인구 마이너스, 기술 빅뱅, 로봇화와 인공지능 이 네가지가 맞물려 진행되는 일자리 변화. 오늘 무엇이 바뀌고 내일 무엇이 오는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그간 기술발전의 관점에서 미래의 직업, 실업, 임금 등 일자리 변화에 접근한 것과 달리 이 책은 한국 경제의 구조를 바탕으로 일자리 변화를 바라본다.

 

「부자의 습관 빈자의 습관」
명정선 지음 | 한스미디어 펴냄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부자가 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은 그 이유를 외부의 요인이 아니라 ‘습관’에서 찾았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지식이나 자본이 아니라 지혜라는 거다. 생각ㆍ생활ㆍ업무ㆍ재테크 4가지 영역에서 44개의 습관을 살펴보고, 나의 습관 중 ‘부자의 습관’은 강화하고 ‘가난한 사람의 습관’을 제거하도록 돕는다.

「폭군 이야기」
월러 뉴엘 지음 | 예문아카이브 펴냄

‘폭정과 독재는 국민의 기억상실을 먹고 자란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정치사상가인 월러 뉴웰 교수의 말이다. 독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언제나 존재해왔다. 저자는 ‘역사는 진보한다’는 헛된 믿음이 폭정을 진보의 과정이자 ‘필요악’으로 인식하게끔 한다고 지적한다. 또 그러한 불의를 기억하지 못하면 폭정과 독재의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한다. 폭정의 역사를 통해 권력과 불의, 분노의 상관관계를 밝힌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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